이란전쟁에서 무기 부족에 시달리는 미군의 구원 요청에 미 자동차 업체 포드가 36년 만에 방산 분야에 복귀했다. 제너럴모터스(GM) 역시 세계 최대 방산업체 록히드마틴과 협업을 추진 중이다. 기존 방산업계가 전장의 무기 소모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자 자동차 업계의 대량생산 인프라를 군수 공급망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 미 국방부의 구상이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포드는 미 육군의 중량형 보병분대차량(ISV-H) 시제차 제작업체로 선정됐다. 미 육군은 포드와 GM디펜스, 유타주 오프로드 차량업체 BC커스텀스 등 3개 업체가 시제차를 3대씩 제작한다고 밝혔다. 작전운용평가와 제한적 개발시험을 거쳐 양산업체를 선정할 예정이며, 최종 양산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방산을 새 성장동력으로 보는 GM은 2017년 방산 자회사 GM디펜스를 설립한 후 미군용 소형 ISV를 생산해왔다. 최근에는 소형 ISV 1만대를 공급하는 10억 달러(약 1조4700억원) 규모 계약도 확보했다. 이번 ISV-H 사업에서도 쉐보레 픽업차량을 기반으로 디젤·전기 하이브리드 시제차를 개발했다.
후발 주자인 포드는 자사의 베스트셀러 픽업트럭 F시리즈 슈퍼듀티(사진)를 생산한 경험을 살려 시제차를 제작할 계획이다. WSJ는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때 전술차량을 미군에 공급한 포드는 1990년 포드에어로스페이스를 매각한 뒤 방산사업에서 사실상 철수했다”며 “이번 사업이 냉전 종식 이후 최대 규모의 군납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 국방부가 자국 자동차 업계와 협력을 확대하는 건 이란전쟁에서 드러난 미 군수물자 재고와 무관치 않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2월 개전 후 약 40일간 미군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1000발 넘게 쐈다고 추산했다. 전쟁 전 보유량 약 3100발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미 해군은 2027회계연도 예산안에 토마호크 785발 구매를 요청했지만 2030년 3월은 돼야 인도가 시작된다.
WSJ는 “미군은 자동차 업체들에 제조 역량을 활용해줄 것을 꾸준히 설득해왔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지난달 국방물자생산법(DPA) 708조에 따라 군과 민간기업이 무기 생산 확대를 위해 자발적 협약을 맺을 수 있도록 승인했다. 이어 같은달 GM디펜스와 록히드마틴이 국방부 주선으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록히드마틴의 무기 개발·생산 기술에 GM의 대량생산 및 공급망 관리 능력을 결합한다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