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코스피 6000선이 장중 한때 깨졌다. 코스피는 -10.84%, 코스닥은 -7.72%로 장을 마쳤다. 미국 빅테크 기업의 부도 위험을 알려주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사상 최고치 수준으로 치솟았다는 뉴스와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상장과 자국산 장비 개발 소식에 반도체 주식이 직격탄을 맞았다.
어제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이 일시 정지되는 매도 사이드카에 이어 매매거래가 20분간 전면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됐다. 사이드카 발동이 일상이 되면서 제도의 실효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올해 들어 코스피 사이드카는 42회나 발동됐다. 연간 기준 역대 최대다. 2008년 금융위기(26회) 때보다 더 많다. 특히 지난 10~24일 10거래일 동안 코스피나 코스닥 시장에서 매일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이건 정상이 아니다. 사이드카가 발동된 5분 동안 주문이 쌓였다가 거래 재개 후 한꺼번에 몰리면서 변동성을 오히려 키우는 측면도 있다. 사이드카는 1987년 미국 블랙먼데이를 계기로 이듬해 미국에서 처음 도입됐지만 시장 하락을 완화하는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이유로 99년 폐지됐다. 일본과 홍콩도 사이드카 제도가 없다. 96년 사이드카를 도입한 우리도 제도의 실효성을 재검토할 때가 됐다.
우리 증시가 ‘롤러코스피’가 된 것은 반도체주 비중과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데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변동성을 더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이 상품의 투자 수요를 줄이기 위해 기본예탁금 강화 등의 보완책을 오는 31일로 앞당겨 시행하기로 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개인별 투자한도 설정 등의 추가 조치도 검토하겠다고 어제 밝혔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은 환율 안정 효과만을 노리고 충분한 검토 없이 위험한 상품을 허가해 증시를 투기판으로 만든 명백한 정책 실수였다. 보완책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해 시장 불안을 다독이는 게 우선이지만 앞으로 이번 정책 실패의 잘못을 명확히 따지고 미래의 정책 당국자를 위한 징비(懲毖)의 기록을 분명하게 남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