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식 국회의장이 28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조정식 국회의장이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선거가 없는 내년이 적기라며 특위를 꾸려 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야권에서 현직 대통령의 임기 연장 개헌을 반대한다’는 질문이 나오자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개헌 문제는 결국 주권자인 국민의 여론과 선택의 문제”라고 답해 논란을 빚고 있다. 입법부 수장으로서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할 수는 있으나 “현직 대통령의 연임 여부가 이슈가 될 것이고, 정치적 당사자 간 합의에 달린 사안”이라는 인식을 보인 것은 헌법 정신을 수호하고 헌법 조문을 지켜야 할 국회의장의 책무를 망각한 발언이다.
헌법 제128조 2항은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개헌 제안 당시 대통령에 대해선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집권 세력이 권력을 연장하려고 개헌을 악용했던 과거 독재와 장기 집권의 역사를 단절하고, 정권 연장 시도를 제도적으로 차단하려고 마련된 장치다. 설령 개헌을 통해 권력 구조가 4년 중임제나 연임제로 개편되더라도 그 효력이 차기 대통령부터 적용되는 것은 모든 국민의 믿음 속에서 한 번도 사라진 적이 없다. 헌법상 한계를 넘어서는 논의는 그 어떤 화려한 수식어를 붙이더라도 법치주의에 반한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 극복과 분권 강화, 기본권 확대 등 국가 대계를 위한 개헌은 진지한 논의를 해 볼 가치가 있다. 그런데 현직 대통령의 연임 논란이 끼어드는 순간 개헌 문제는 정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개헌 제안의 순수성이 송두리째 의심받고 정당성은 훼손된다.
민주당은 ‘연임을 위한 개헌 시도’라는 야당의 의혹 제기를 “황당한 음모론”이라고 비난해 왔는데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의 발언으로 음모론이 아니게 된 것 아닌가. 이재명 대통령이 분명히 선을 긋지 않은 것도 한 원인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재임 중 대통령은 적용이 없다고 헌법에 쓰여 있는 대로 읽으면 된다”면서도 “개정 당시 국민의 뜻이라면 개정된 헌법에 따르는 게 국민주권주의에 더 맞다”고 말했다. 설령 연임 개헌을 해도 현직 대통령에게는 적용이 안 되도록 규정한 헌법 조문의 배경에는 피를 흘리며 이룩한 민주화운동의 정신이 담겨 있다. 정당 이름에 민주가 들어간 세력에서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 자체가 민주화운동의 정신에 반하는 반헌법적 발상이다. 국민이 헌법의 기본 정신마저 흔드는 연임 개헌 시도를 방치할 것이라고 여긴다면 오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