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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에 당했다, 간신히 6000피

중앙일보

2026.07.28 08:40 2026.07.28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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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장중 6000선 아래로 추락했다. 코스닥 지수도 700선이 무너졌다. 하루 동안 두 시장에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5분 효력 정지)와 서킷브레이커(전체 거래 20분 정지)가 잇따라 발동됐다. 국내 증시는 말 그대로 ‘검은 화요일’을 맞았다.

28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732.09포인트(10.84%) 내린 6023.66에 마감했다. 장 초반 6400선에서 출발한 지수는 한때 5992.91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종가 기준 지난달 22일 전고점(9114.55) 대비 33.9% 하락했는데, 지난 4월 15일(6091.39) 이후 가장 낮았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59.01포인트(7.72%) 내린 705.85에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 하락률(-10.84%)은 중동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 3월 4일(-12.06%)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컸다. ‘한국형 공포지수’인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전날보다 7.58% 오른 83.43을 기록하며 시장 불안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줬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코스피는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600조원 넘게 증발했다. 아시아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이날 대만 가권지수는 4.65% 하락했고, 시총은 6조6051억 대만달러(약 298조원)가 빠졌다. 닛케이225는 3.95%, 상하이종합지수는 1.16% 내렸다.

외국인은 유가증권 시장에서 지난달 29일 이후 최대인 4조9915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4조3306억원, 6332억원 사들였지만(순매수) 지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간밤에 미국 증시에서 엔비디아(-4.99%)와 샌디스크(-11.02%) 등 반도체주가 일제히 하락한 영향이 국내 시장으로 번졌다. 중국의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상장과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생산에 따른 경쟁 심화 우려도 반도체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SK하이닉스 실적 발표를 하루 앞둔 경계심까지 더해졌다.

이날 삼성전자는 13.39% 급락한 22만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19일 전고점(37만4500원) 대비 41% 넘게 하락했고, 하루 낙폭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13.76%) 이후 17년여 만에 가장 컸다. SK하이닉스도 14.65% 내린 155만원에 거래를 마치며 지난달 25일 사상 최고가(298만7000원) 대비 48% 이상 밀렸다. 이날 키옥시아(-18.33%), 도쿄일렉트론(-10.96%) 등 일본 반도체 기업 주가도 일제히 추락했다. 대만 TSMC 역시 2.98% 하락 마감했다.

이날 중앙일보가 주요 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긴급 인터뷰한 결과, 이번 주가 급락의 배경으로 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이 공통적으로 지목됐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AI 성장통, 바닥 찍고 곧 반등” “메모리 업황 불안감 커져”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엔비디아 주가 조정과 오픈AI 금융 보증에 따른 순환금융 논란 재점화로 AI 투자의 회수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커졌고, 중국 CXMT의 생산 확대 우려가 더해지면서 메모리 업황에 대한 불안도 확대됐다”며 “시장은 투자 확대 자체보다 그 투자가 언제, 어떤 현금 흐름으로 회수될 수 있는지를 의심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반도체 피크아웃(고점) 논란과 미·이란 갈등 재점화, 미국 금리 상승 우려, 국내 수급 교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뚜렷한 펀더멘털(기초체력) 악재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급이 장을 주도하며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고 말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기업 펀더멘털이 무너졌다기보다 아직 아무도 가보지 않은 AI 산업의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확실성에 따른) 높은 변동성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국내 증시가 글로벌 증시보다 더 크게 흔들린 배경으로는 반도체 편중 구조와 수급 요인이 꼽혔다. AI 수혜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일부 대형주에 집중되면서 반도체 투자심리 변화가 지수 전체의 변동성을 키웠다는 설명이다. 윤 센터장도 “실제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문 감소가 확인됐다기보다 엔비디아와 빅테크 조정이 국내 반도체주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며 외국인 매도로 이어진 측면이 크다”고 진단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이후 차익실현 매물이 나온 데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기계적 매도와 외국인 순매도가 겹치며 낙폭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 5월 27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출시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각각 28.34%, 30.90% 떨어지는 동안, 두 종목의 레버리지 ETF(7종 평균)는 손실률이 각각 58.82%, 65.39%를 기록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시장의 관심은 이번 주 발표되는 미국 빅테크의 실적과 AI 설비투자 계획으로 쏠리고 있다. 조 본부장은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애플의 실적을 통해 AI 투자 지속 여부와 산업 방향성을 재확인하게 될 것”이라며 “AI 수요와 빅테크의 설비투자 확대가 확인돼야 코스피의 추세적 재상승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센터장들은 단기 변동성은 이어질 수 있지만 반도체 업황이 본격적인 하강 국면에 진입했다고 보기는 이르다고 입을 모았다. 유 본부장은 “코스피 6000선 이하는 극단적인 저평가 구간”이라며 “반도체 업황 회복과 국내 수급 개선이 이뤄진다면 이전 고점인 9300선까지 반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종형 키움증권 센터장은 “5000선에 고착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지금은 고점보다 바닥을 다지고 실적 시즌을 계기로 반등 동력을 확보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도 지난해 초 고점 대비 40% 안팎의 조정을 겪은 뒤 다시 반등한 전례가 있다”면서도 “변동성이 큰 국면인 만큼 레버리지 투자보다는 자산의 일부를 분산 투자해 조정을 견딜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유미.장서윤([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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