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GRE와 토플을 운영하는 비영리 교육평가기관 ETS가 대학 입학시험 ACT를 인수했다.
교육평가 분야의 두 거인이 손을 잡은 이번 결합은 당장의 시험 방식 변화보다 더 큰 함의를 담고 있다. 단순한 기업 간 인수합병을 넘어 교육평가 산업 전체의 판을 다시 짜는 사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점부터 절묘하다. 팬데믹 이후 한때 ‘테스트 옵셔널(Test Optional)’로 밀려났던 표준시험이 최근 하버드, 예일, 다트머스, 브라운 등 아이비리그를 중심으로 다시 필수 요건으로 부활하는 흐름 속에서 이뤄진 인수이기 때문이다.
표준시험의 위상이 흔들리던 시기를 지나 다시 힘을 얻는 국면에 업계 재편이 겹친 셈이다. ETS와 ACT 양측은 당장은 시험 형식과 채점, 일정, 성적 보고 방식에 변화가 없다고 못 박았다. ACT는 기존 브랜드와 조직을 유지한 채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이미 등록한 수험생들도 예정대로 시험을 치르면 된다. 대학들의 점수 인정 정책도 그대로다. 수험생 입장에서 당장 달라질 것은 없다는 뜻이다.
다만 장기적 방향성은 분명해 보인다. ETS 측은 두 기관의 통합을 통해 디지털 평가 시스템과 인공지능(AI) 기반 평가 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초·중·고교부터 대학, 나아가 취업 시장까지 아우르는 ‘평생 교육평가 서비스’ 구축이 목표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두 기관은 최근 몇 년간 대학입학시험뿐 아니라 진로 탐색, 직업 역량 개발, 취업 준비 프로그램 등으로 사업 영역을 꾸준히 넓혀 왔다. 즉 이번 인수는 단순한 시험 운영권 확보를 넘어 AI 시대 교육평가 산업의 표준을 선점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읽힌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실제로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 것인가다. 평가기관 두 곳이 통합되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서비스 혁신 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 고등교육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평가기관의 진화도 불가피한 흐름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시험 산업의 다양성이 줄고 특정 기관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질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공정성과 투명성, 접근성이라는 원칙이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수험생과 학부모가 당장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인수 소식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지원하려는 대학이 SAT·ACT 제출을 필수로 하는지, 선택 사항으로 두는지부터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다. 뛰어난 학업 성적과 충실한 과외활동을 바탕으로 자신의 시험 점수가 경쟁력을 더할 수 있는지 냉정히 판단한 뒤 제출 여부를 결정하는 것.
이것이 여전히 가장 확실한 입시 전략이다. 거대한 산업 재편의 물결 속에서도 결국 입시의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