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살아있는 시간을 견디는 힘

Chicago

2026.07.28 15:51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이기희

이기희

‘이 외출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를.’ 멕시코 초현실주의 화가 프리다 칼로의 마지막 일기 중 부분이다.  
 
남은 시간을 견딜 수 있는 힘은 축복이다.  
 
6살 때 소아마비로 프리다는 평생 오른쪽 다리를 절뚝이게 된다. 1925년 버스가 전차와 충돌해 철근이 척추와 자궁을 관통하는 부상을 당한다. 왼쪽 다리 11곳과 갈비뼈가 부러지고 오른발이 탈골돼 요추, 골반, 쇄골 등이 골절된다. 이 사고로 세 차례의 유산과 척추 등 수많은 수술을 받았고 평생 하반신 장애로 살아가야 했다. 사람들은 그녀가 생을 놓을 것이라 생각했다.  
 
지지대가 없이는 몸을 가누기 어려워 칼로는 침대 위에 거울을 달고 자기 얼굴을 그리기 시작했다. 움직일 수 없는 세계가 좁아질수록 깊이 있는 창작의 세계가 펼쳐졌다.  
 
멕시코 민중벽화의 거장 디에고 리베라와 결혼했지만 남편의 끝없는 불륜과 외도는 프리다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 신체적 장애와 남편의 사생활이 주는 정신적 고통을 극복하고 프리다는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작품으로 승화시킨다. 반복된 고통과 절망은 수많은 작품의 오브제가 되었다.  
 
망가진 몸, 배신의 사랑, 삶은 그녀를 무너뜨렸지만 프리다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응시했다. 얼굴에 남은 고통과 분노와 상처를 그림으로 남겼다.  
 
프리다 칼로의 작품 세계는 ‘초현실주의’와 ‘멕시코’라는 두 단어로 요약된다. 짙은 갈매기 눈썹, 강렬한 눈빛, 육감적인 붉은 입술, 화려한 멕시코 의상으로 인기가 많았다.
 
프리다가 남긴 작품은 화려한 그림 몇 점이 아니다. 어떤 잔혹한 비극도 인간 존재의 주도권까지 빼앗아갈 수 없다는 생명의 선언이다.
프리다의 작품은 현실주의, 초현실주의, 상징주의와 멕시코의 전통 문화를 결합한
 
원시적이고 화려한 화풍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나는 결코 꿈을 그리는 것이 아니다. 나의 현실을 그릴 뿐이다”라며 초현실주의라 불리는 것을 거부했다고 알려진다.
 
디에고 리베라는 생전에는 멕시코 미술계의 거장으로 이름을 날렸지만 사후에는 프라다의 남편으로 유명하다. 멕시코 정부는 프리다의 모든 작품을 국보로 지정했다. 디에고는 프리다가 죽은 후 3년 4개월 뒤 자신의 저택에서 사망한다. 죽기 전 화장되어 프리다 곁에 있고 싶어했지만 그 유언은 이뤄지지 않았다.
 
‘인생 만세! (Viva la Vida)’ 죽기 8일 전 프리다가 완성한 마지막 그림 제목이다. 교통사고로 척추에 철심을 박고 35번 수술로 삶이 고통의 연속이었던 프라다는 자신은 병이 난 게 아니라 ‘부서졌다’라고 말했다. 그녀의 자화상은 섬뜩하다. 가시 목걸이에 찔려 피를 흘리는 모습이다. 절망과 고통으로 삶이 지옥 그 자체라 해도 프리다 칼로에게 예술은 유일한 탈출구였다.  
 
사는 것이 고난과 상처, 영광과 부귀라 해도, 때가 오면 모든 걸 내려 놓고 하향곡선 따라 내리막길을 걸어야 한다. 외롭고 우울한 인생을 다듬고 견디는 힘은 내 속에 있다.  
 
우리는 매 순간 스스로 외친다. 왜 사는가? 무엇 때문에 이 고통을 견디는가? 사랑하는 사람과 자식, 친구를 떠나보내고, 끝없는 아픔과 그리움을 삭이며 남은 발자국 따라 생의 마지막 길을 허둥대며 산다.
 
하루가 끝나는 순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견뎌낼 수 있었다는 것을 안다. 꽃 길을 걸어도 불행한 사람이 있고, 가시밭길을 맨발로 묵묵히 견디는 인생도 있다.  
 
살아있다는 것은 남은 시간을 견디는 힘이다.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