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일본 구마모토현에서 발생한 규모 7.1의 강진으로 현지 체류 중인 한국인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지진 영향으로 집기가 무너진 구마모토 보건대학교 내부 모습. 사진 독자제공
일본 규슈 구마모토 현에서 규모 7.1(일본 기상청 기준)의 강진이 발생한 가운데 현지에서 머무는 한국인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편의점과 주유소 등 현지 주요 시설이 영업을 중단한 가운데 일부 여행객들은 조기 귀국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구마모토 현 중앙구에서 25년간 거주한 김은주(56)씨는 29일 중앙일보에 “평소에는 지진이 오기 전 안내 경보가 먼저 울렸는데, 이번에는 건물이 한참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던 중 경보가 울려 훨씬 더 놀랐다”며 “10년 만에 또 이런 강진을 겪을 줄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구마모토에서는 10년 전인 2016년 4월에도 28시간 간격으로 규모 6.5, 진도 7도가량의 지진이 발생해 인명·재산 피해가 잇따랐다. 진도는 지진 발생 시 해당 지역에 있는 사람의 느낌이나 주위 물체의 흔들림 정도를 수치로 나타낸 상대적 개념이며 진도 7은 그중 가장 높은 강도에 해당한다.
28일 일본 구마모토현에서 발생한 규모 7.1의 강진으로 현지 체류 중인 한국인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호텔에 머물고 있던 권신영씨는 호텔 비상계단을 통해 대피에 나섰다. 사진 독자제공
TSMC 일본 생산법인 JASM의 협력사 직원 김모(26)씨는 “지진 발생 당시 회사에 있었는데 설비가 흔들리고 경고음이 울렸다. JASM 측은 내부 가스 유출이나 용액 유출 등을 우려해 협력사에도 회사 출입 제한 안내를 내렸다”고 말했다. 김모씨에 따르면 구마모토 현에서는 이날 새벽 12시 30분까지도 3~4도 진도의 지진이 이어졌다.
지진으로 타 지역으로 이동 가능한 일부 도로가 끊기고 신칸센 등 철도 운영이 중단되며 현지 여행객들의 불안감도 커졌다. 언니, 9살 아들과 함께 가족여행을 온 권신영(36)씨는 “구마모토 신시가이에서 머물고 있었는데 인근 편의점은 28일 저녁 7시쯤부터 음료, 빵 등이 이미 모두 동난 상태였다”며 “원래 일정대로면 30일 아소 구마모토 공항에서 출국 예정이었지만 아이와 함께 있는 상황에서 불안감이 커 오전 중 최대한 후쿠오카로 이동해 귀국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28일 일본 구마모토현에서 발생한 규모 7.1의 강진으로 현지 체류 중인 한국인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현지 편의점에서는 물과 빵, 음료 등 식품류가 빠르게 동났다. 사진 독자제공
28일 일본 구마모토 현에서 발생한 규모 7.1의 강진으로 현지 체류 중인 한국인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JASM 협력사에서 근무하는 김모(26)씨에 따르면 한 현지 편의점에는 29일 오전 12시까지도 사람이 몰려 30분을 기다려야 입장이 가능했다. 사진 독자제공
구마모토 인근인 후쿠오카 현에서도 지진이 감지됐다. 후쿠오카 여행 이틀 차였던 성명준(40) 씨는 “돈키호테 니시도리점 5층에서 쇼핑하던 중 지진을 겪었는데, 대피할 시간도 여력도 없어 너무 놀랐다”며 “매대에서 물건이 떨어져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계산대 밑으로 급히 대피했다”고 전했다.
현지 체류객 및 주민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으로 후쿠오카 방면 일부 고속도로는 통행 가능 상태로 변경됐다. 전날 활주로를 폐쇄했던 아소 구마모토 공항도 오전 10시 25분 인천행 티웨이항공 출국 편을 비롯한 국제선 운영을 재개했다. 다만 대부분의 일본 국내선은 여전히 결항이며, 구마모토 시내 편의점 및 주유소 등 주요 시설은 영업을 중지했다.
28일 일본 구마모토현에서 발생한 규모 7.1의 강진으로 현지 체류 중인 한국인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지진 영향으로 집기가 무너진 구마모토 보건대학교 내부 모습. 사진 독자제공
외교부에 따르면 29일 오전 9시 30분 기준으로 현재까지 접수된 구마모토 내 한국인 인명 피해는 없다. 그러나 현재까지 1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추가 여진이 발생할 수 있어 여전히 우려가 남은 상황이다. 이번 지진 여파로 구마모토 현 내 최대급 규모 복합 쇼핑몰인 ‘이온몰’이 28일 폭발·붕괴해 현지 경찰과 소방, 자위대가 내부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는 만큼 인명 피해가 늘 가능성도 있다.
현지에 가족을 둔 이모(40)씨는 “지진 소식 듣고 너무 걱정돼 구마모토에 계신 어머니께 바로 연락을 드렸는데 다행히 무사하셨다”며 “어머니 직장이 이온몰 인근에 있는데, 도로가 무너져 당분간 출근을 못 할 것 같다고 전해 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