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식 국회의장이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조정식 국회의장이 쏘아 올린 현직 대통령 연임 개헌 논란에 대해 29일 청와대와 여권이 일제히 수습에 나섰다. 조 의장은 지난 28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 연임 개헌 관련 질문에 “지금 이야기하는 건 시기상조”라며 “결국 주권자인 국민 여론과 국민의 선택 문제”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2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은 ‘우리나라 헌법 체계가 그것을 허용하지 않고, 국민들께서도 쉽게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하며 “대한민국 헌법 128조 2항은 우리가 지켜야 될 역사적 합의였고, 앞으로도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 실장은 이어 “대통령과 청와대는 여러 가지 성과를 내기 위해 집중하기도 바쁘다”며 “부동산 정책과 주가 상황, 민생 경제가 매우 중요한 상황에서 청와대는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논의에 쓸 시간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안을 조 의장도 해명했고, 대통령도 분명히 불가하다고 말씀하셨는데도 대통령을 정치적인 논쟁으로 끌어들여서 경제 살리기를 방해하는 것에 대해선 강한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도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일각에서 음모론처럼 청와대와 교감이 있어서 (연임 개헌)한다고 하는데, 대통령이 여야 대표 오찬(4월 7일)할 때 ‘개헌저지선을 야당이 갖고 있고, 현행 헌법상 불가능한데 그게 가능하겠냐’고 했었다”며 “(국회의장 발언 이후) 청와대 입장을 낼까 하다가 의장실에서 해명하는 게 좋겠다고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8·17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대표 후보로 나선 당권 주자들도 일제히 발언을 내놨다. 정청래 후보는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나와 “조정식 의장이 기자들에게 낚인 거 같다”며 “헌법 128조 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송영길 후보는 기자들에게 “현직 대통령은 대상이 안 된다”며 “국회의장 발언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김민석 후보도 페이스북에 “비현실적이다. 헌법상 불가하고, 대통령께서도 누차 확인하셨고, 국회의장도 비서실장도 정무수석도 확인했다”며 “쟁점을 더 이상 키우는 것은 옳지도 필요하지도 않다”고 썼다.
민주당 원내지도부에선 현행 헌법 128조 2항을 근거로 진화에 나섰다. 이 조항에 따르면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 효력이 없다. 강득구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임기 연장 논란에 대해 분명히 말씀드린다. 현직 대통령 임기 연장은 개헌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더는 논란이 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국회의장이 논란 확산에 당혹감을 표했다는 상황도 전해졌다. 한병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말미에 “조 의장이 어제 오후 굉장히 당혹스러워했다. 개헌의 원론적 취지, 기본 절차를 밝힌 것인데, 국민의힘이 대통령 연임을 기정사실로 삼아 총공세를 벌이는 건 막무가내식 억지 주장”이라고 했다.
지도부 밖에서도 현직 연임제 개헌은 불가하다고 거들었다. 국회 법사위원장을 맡은 서영교 의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개헌을 한다면 기존 개헌 논리처럼 5년 단임제에서 4년 중임제로 바꿔야 한다”면서도 이 대통령에겐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박지원(5선) 의원도 페이스북에 “헌법에 명시된 현직 적용 불가 조항을 잘 아는 국회의장이 개헌을 강조하는 과정에 나온 원론적 발언이라 생각된다”며 “음모론 등 불필요한 논쟁을 중단하자”고 썼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지난 24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이 대통령, 김 여사, 강훈식 비서실장, 홍익표 정무수석. 뉴시스
조 의장도 전날 심야 해명에 나섰다. 28일 오후 11시30분쯤 페이스북에 “현직 대통령의 연임은 개헌 논의대상이 아니다”라는 해명글을 올렸다. 조 의장은 “헌법 128조 2항은 '대통령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개헌이 이뤄져도 개헌 당시 대통령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이는 존중돼야 한다”며 “본의와 다르게 오해와 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유감스럽다”고 해명했다.
조 의장의 발언은 이 대통령의 후보 시절 발언과도 배치된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5월 ‘광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4년 중임제 개헌을 제안한 뒤 기자들과 만나 “현행 헌법상 재임 당시 대통령에겐 적용할 수 없다는 게 헌법 부칙에 명시돼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국회의장 재임 당시 대한민국헌법 개정안을 발의한 우원식 의원도 당시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이야기했다. (연임은) 불가능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