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반도체 약세…국채 금리 18개월래 최고 50일 이동평균선 하향 이탈, 2주 연속 하락 신고가 부근서 시장 폭 약화…주도 종목 축소 연준 회의 맞물려 '시장 건강성' 분수령 맞아
많은 투자자에게 시장의 안부를 묻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대표 지수의 숫자를 확인하는 것이다. S&P 500이 사상 최고가 부근에 있으면 안심하고, 하락하면 걱정한다. 그러나 지수라는 한 개의 숫자는 수백 개 종목의 평균일 뿐, 그 아래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말해 주지 않는다.
지난 몇 주간의 시장이 바로 이 괴리를 보여 주었다. 지수는 최고가 근처에 머물렀지만, 표면 아래에서는 상승에 참여하는 종목이 줄고 주도주가 흔들리는 조짐이 이어졌다. 그리고 지난주, 가격이 마침내 그 내부 신호를 확인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이번 컬럼에서는 지난주 시장이 보낸 신호를 관찰 가능한 지표를 중심으로 짚어 본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수의 신고가와 시장의 건강은 같은 말이 아니다.
▶지난주 가격이 보여준 것
S&P 500은 7,411.98로 마감하며 한 주 동안 0.6% 하락했다. 2주 연속 하락이다. 낙폭 자체는 작아 보이지만 위치가 중요하다.
지수는 직전 2주간 지지선 역할을 하던 7,420선 아래에서 주간을 마감했고, 새로운 사상 최고가(6월 초의 7,620.90)를 만들지 못한 채 이 지지선을 내주었다. 동시에 5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내려서며 단기 추세의 기준선마저 잃었다.
지수별로는 기술주 비중이 큰 나스닥 종합지수가 2.1% 하락해 가장 부진했고, 다우지수는 0.4% 내렸다. 하락의 방아쇠는 목요일이었다. 이날 지수는 1.2% 급락했는데, 중심에는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으로 불리는 대형 기술주가 있었다. AI 투자 지출 우려로 이들 7개 종목의 시가총액이 하루에만 약 8천억 달러 증발했고, 알파벳은 7%, 테슬라는 15% 하락했다.
금요일 지수가 소폭 반등했지만(다우는 애플의 3.5% 강세로 0.46% 상승) 잃어버린 지지선을 되찾지는 못했다. 그리고 그 반등의 성격 또한, 뒤에서 볼 이유로 안심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지수보다 약해진 ‘시장 폭’
전문가들이 지수보다 먼저 들여다보는 지표가 있다. ‘시장 폭(breadth)’, 즉 얼마나 많은 종목이 함께 상승에 참여하는가이다. 소수의 대형주만 지수를 밀어 올리고 나머지 대부분이 뒤처진다면, 겉보기 신고가는 튼튼한 기반 위에 서 있는 것이 아니다. 숫자가 이를 보여 준다.
S&P 500 종목 중 200일 이동평균선 위에 있는 종목의 비율은 7월 중순 68.6%까지 올라 2월 이후 최고 수준이었지만, 불과 한 주 만에 약 51%로 내려앉았다. 참여의 정점이 가격의 정점보다 먼저 꺾인 것이다. 단기 지표는 더 약해, 50일선 위 종목은 절반에 못 미치는 48.5%에 그쳤다.
지수가 최고가 부근에 머무는 동안 실제로 오르는 종목은 갈수록 줄고 있었다는 뜻이다. 이런 ‘좁아지는 상승’은 상승장의 마지막 국면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다. 지난주의 하락은 갑작스러운 사건이 아니라, 몇 주 전부터 내부에서 조용히 진행되던 약화가 표면으로 드러난 결과에 가깝다.
▶주도주 균열과 방어적 순환
어떤 종목이 오르고 내리는가, 즉 시장의 ‘주도권’이 어디로 옮겨 가는가도 중요한 신호다. 지난주에는 그동안 상승을 이끌던 기술주와 반도체가 무너졌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한 주 동안 2.1% 하락했고, 반도체 지수는 금요일 하루에만 4.25% 급락했다. 시장을 끌고 온 엔진이 흔들린 것이다.
반대로 리츠(REITs), 헬스케어, 필수소비재 같은 방어적 업종에는 오히려 매수세가 유입됐다. 금요일 지수가 소폭 반등하며 대부분 업종이 올랐지만, 그 반등을 이끈 것은 바로 이들 방어주였다. 위험을 적극적으로 감수하는 ‘위험 선호’ 반등이 아니라, 자금이 안전한 곳으로 옮겨 가며 만들어진 ‘방어적’ 반등이었다는 의미다.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발을 빼지는 않되, 공격에서 수비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신호다. 표면의 초록색 숫자만 보아서는 놓치기 쉬운 변화다.
▶금리와 유가, 외부 압력
시장 내부의 약화는 외부 환경의 압력과 맞물려 있다. 지난주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약 4.7% 수준으로 18개월 만의 최고치까지 올랐다. 금리가 오르면 특히 먼 미래의 이익에 기대어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 온 기술주의 밸류에이션에 부담이 된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 사이의 긴장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해 브렌트유가 장중 배럴당 100달러 부근까지 올랐다가 96달러 아래에서 마감했다. 유가 상승은 잦아드는 듯했던 인플레이션 우려를 다시 불러온다. 또한 약 60개 교역 상대국에 대한 새 관세가 발효되며 정책 불확실성도 더해졌다.
한편 하락 속에서도 시장의 ‘공포 지수’ VIX는 20 아래(18.58)에 머물러, 가격은 내렸지만 투자자들이 아직 크게 두려워하지는 않는다는 신호를 보냈다.
안정의 근거로도, 경계심 부족의 근거로도 읽힐 수 있다. 어느 하나만이라면 잡음으로 넘길 수 있지만, 여러 신호가 한 방향으로 모일 때는 주의 깊게 볼 이유가 된다.
▶연준과 대형 기술주 실적
다가오는 한 주에는 방향을 가를 만한 일정이 집중돼 있다. 수요일에는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회의(FOMC) 결과가 나오고, 같은 날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 목요일에는 애플과 아마존의 실적이 발표된다. 시장을 이끌어 온 대형 기술주의 성적표와 금리 정책 방향이 한꺼번에 확인되는 셈이다.
관찰할 기준선은 명확하다. 지수가 금요일의 방어적 안정세를 이어 가며 회복하는지, 아니면 기술주 중심의 하락이 7,400선 아래로 다시 이어지는지가 단기 방향의 갈림길이 될 것이다. 상승 추세가 온전히 되살아났다고 말하려면 결국 사상 최고가인 7,620.90을 되찾아야 한다. 반대로 하락이 이어진다면 지난주의 지지선 이탈이 일시적 흔들림이 아니었음을 뜻하게 된다.
▶신고가와 시장의 건강 달라
분명히 해 둘 것이 있다. 지난주의 신호들이 곧 폭락을 예고하는 것은 아니다. 장기 추세의 기준선인 200일 이동평균선은 여전히 지켜지고 있고, 50일선이 200일선 위에 있는 ‘골든크로스’ 구조도 유지되고 있다. 큰 그림에서 상승 추세가 무너졌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달라진 것은 ‘입증 책임’이다. 그동안 강세장이 당연한 전제였다면, 이제는 시장이 스스로 다시 힘을 증명해야 하는 국면으로 옮겨 왔다. 교훈은 단순하다. 지수의 신고가와 시장의 건강은 같은 것이 아니다. 대표 숫자 하나가 최고가 부근이라는 사실만으로 안심하기보다, 얼마나 많은 종목이 함께 오르는지, 주도주는 건재한지, 시장이 공격적인지 방어적인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지금이 위험을 공격적으로 늘릴 때인지, 아니면 유연성과 방어력을 점검할 때인지 스스로 물어볼 시점이다. 시장을 예측하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이 실제로 보내는 신호를 있는 그대로 읽어 내는 규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