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투어의 무서운 신예 김민솔이 골프공으로 하트를 그려보이고 있다. 김민솔은 올 시즌 전반기에만 3승을 몰아쳤다. 김경록 기자
요즘 김민솔(20)의 마음은 갈대마냥 흔들린다. 지난해 데뷔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확실하게 1인자를 굳히겠다는 의욕과 빨리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로 진출해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맞붙어보겠다는 욕심이 이리저리 엇갈리고 있다.
그런 김민솔이 30일(한국시간) 영국 랭커셔주 로열 리덤 앤드 세인트 앤스 골프장에서 개막하는 AIG 여자오픈에 출격한다.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로 김민솔에겐 지난달 US여자오픈에 이은 두 번째 LPGA 투어 나들이다.
누구보다 화려한 전반기를 보내고 잠시 영국으로 떠난 김민솔을 최근 경기도 용인시의 수원 컨트리클럽 연습장에서 만났다. 잠깐의 휴식기를 즐겼다는 김민솔은 “올해부터 꾸준히 경기를 치르면서 경험이 쌓이는 느낌이다. 특히 좋은 컨디션에서 하는 A게임이 아닌 B게임으로도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큰 무기가 됐다”며 웃고는 “LPGA 투어 진출은 늘 고민하고 있다. 당장의 계획은 없어도 최근 맹활약하고 있는 국가대표 선배 유해란 언니를 보면 나도 언젠가는 저런 무대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민솔은 올 시즌 가장 뜨거운 신예다. 전반기에만 3승을 몰아쳐 대상 포인트(313점)와 상금(9억8452만원), 신인상 포인트(1596점)에서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평균타수(70.41타)도 2위라 전관왕 도전까지 가능하다.
장기인 드라이브샷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민솔. 김경록 기자
김민솔은 모두가 인정하는 장타자다. 올해 평균 티샷 비거리는 259야드로 전체 2위. 그러나 장점이 파워에만 있지는 않다. 아이언샷의 정확도를 뜻하는 그린 적중률도 76.21%로 전체 9위다. 그린 플레이도 뛰어나 중요한 상황에서의 퍼트는 여간해선 놓치는 법이 없다. 내셔널 타이틀이 걸린 지난달 한국여자오픈에서도 결정적 퍼트를 연거푸 떨어뜨려 국가대표 후배 양윤서를 꺾고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후반기 데뷔한 김민솔이 이처럼 빠르게 두각을 나타내자 자연스레 해외 진출 가능성이 이야기되고 있다. 지금의 성장세와 잠재력이라면 LPGA 투어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김민솔은 “아직 뚜렷한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연말 Q-시리즈 출전도 아직은 생각이 없다. 무엇이 됐든 내 골프를 단단하게 하는 일이 먼저라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김민솔이 말한 ‘단단한 골프’는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꽉 찬 내실의 골프를 뜻한다. 샷부터 정신력까지 기초가 탄탄해야 위기를 빠르게 헤쳐 나가고, 찬스를 쉽게 놓치지 않는단다. 국가대표 시절부터 많은 경기를 뛰며 얻은 인생의 교훈이다.
김민솔이 14일 끝난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통산 4승째로 우승 상금은 4억원이다. 사진 대한골프협회
김민솔의 이러한 발전 과정을 바로 옆에서 생생히 목격한 증인도 있다. 아버지 김재현씨다. 과거에는 핸디캡 싱글의 수준급 아마추어였지만, 딸을 뒷바라지하면서부터는 클럽을 아예 놓았다는 김씨는 “어릴 적부터 자기 의지가 강한 딸이었다.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아도 피나는 연습으로 실력과 속내를 단단하게 다지곤 했다”고 귀띔했다.
김민솔이 출격하는 AIG 여자오픈에는 메이저대회 3연승을 노리는 유해란을 비롯해 김효주와 신지은, 이미향, 김세영 등 한국 선수 21명이 출전한다. 대회를 주관하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는 김민솔을 “10대 아마추어 시절부터 주목받은 선수다. 각종 국제대회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여줬고, 올 시즌 KLPGA 투어 3승으로 여자골프 세계랭킹 16위까지 올라섰다”고 소개했다. 김민솔은 “배움이 목표지만, 만족스러운 성적도 내고 싶다. 돌아와서는 후반기 3승을 목표로 다시 달리겠다”고 당차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