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강이 15일(현지시간) 프랑스 아비뇽에서 한국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르한 파묵(2006년 노벨문학상 수상)의 나라에서 한국 소설이 인기다. 영미권이나 유럽 주요 국가가 아닌 튀르키예에서 한국 소설이 주목을 받는 데 대해 대중들은 의외라는 반응일 수 있지만, 출판계는 “꽤 오래된 일”이라고 했다.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번역원의 지원을 받은 문학 작품 중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작품은 튀르키예어로 번역된 황보름 작가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였다. 7만부 가까이 팔렸다. 출판사 클레이하우스에 따르면, 최근 튀르키예에서 누적 190쇄를 찍었다고 한다. 2위는 6만부 좀 넘게 판매된 한강 작가의 영어 번역본 『작별하지 않는다』. 영어와 달리 튀르키예어는 튀르키예와 일부 키프로스에서만 사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 결과다.
번역원 지원 도서의 지난해 판매량 상위 28종 목록을 보면, 튀르키예어로 번역된 책은 『천 개의 파랑』(6위, 천선란), 『그대의 차가운 손』(13위, 한강),『작별하지 않는다』(21위)가 올랐다. 특히 『작별하지 않는다』는 번역원 지원 도서 중 2023~2025년 가장 해외에서 많이 팔린 문학 작품이었는데, 언어별로 봤을 때 2위가 튀르키예 번역본이었다. 1위는 영어 번역본이었다.
번역원 지원 도서만으로 낸 통계여서 일부 미국 등에서 출판된 한국 도서는 누락돼 있다는 한계는 있다.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책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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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역 작품은 이청준의 『예언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튀르키예에서 한국 문학에 대한 인기는 분명 도드라지는 측면이 있다고 출판 관계자들은 말했다. 문학 판권 판매를 중개하는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는 “유럽에서 가장 한국 문학에 관심이 큰 나라가 튀르키예”라며 “앙카라 대학 등 튀르키예 대학 3곳이 한국어 번역가를 집중적으로 양성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황보름 작가가 지난해 튀르키예를 방문했을 때 대단한 인기였다”고 덧붙였다.
한국과 튀르키예는 1972년 문화협력협정을 체결지만, 문학 교류는 적었다. 한국 작품의 첫 튀르키예어 번역이 1993년 이청준 작가의 『예언자』였다. 관심은 적었다. 이후에도 1년에 채 1종도 번역되지 않았다. 그런데 어떤 사건이 벌어진다. 파묵의 소설을 한국에 번역해온 이난아 번역가는 그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2016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로 한강의 『채식주의자』와 파묵의 『내 마음의 낯섦』이 올라갔다. 이 사실만으로도 튀르키예 언론에서 대서특필됐다. 튀르키예에선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파묵이 탈 줄 알았다. 그런데 한강이 수상한 것이다. 튀르키예 언론도 놀랐다. 한강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이듬해 바로 『채식주의자』가 튀르키예어로 번역됐다. 튀르키예 주요 언론에서 한강 인터뷰를 위해 한국에 방문할 정도였다. 관심은 한국 문학 전반으로 넓어졌다. 2017년 이스탄불 국제도서전의 주빈국으로 한국이 선정됐다. 그해 황석영의 『바리데기』 등 4종의 문학 작품이 튀르키예어로 옮겨졌다. 2022년엔 한국 번역 작품이 11종에 달했다. 1993~2025년 총 66종의 한국 문학이 튀르키예어로 번역됐는데 2017~2025년 사이에 52종이 몰려 있다.
2017년 튀르키예 한 서점에 전시된 『채식주의자』 번역본. 베스트셀러 1위 자리에 놓여 있다. 사진 이난아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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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튀, 유사한 역사 경험 공유
튀르키예에서 한국 문학 인기의 배경에 대해 이난아 번역가는 양국의 유사한 정서와 역사적 배경을 꼽았다. 이 번역가는 “한강 작품에 한정해서 말하면, 『채식주의자』에 드러난 가부장적 요소가 튀르키예에도 존재하고, 『소년이 온다』에 등장하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은 튀르키예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같은 시기에 일어났다”며 “튀르키예 독자가 한국 소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심이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등으로 확대된 배경엔 한류의 영향도 있다. 한국 드라마 ‘닥터 차정숙’은 튀르키예에서 ‘바하르’라는 이름으로 리메이크돼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 에세이 『단순 생활자』(황보름) 등을 튀르키예어로 번역한 뮤게 규브라 오구즈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을 통해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이들이 자연스럽게 한국 문학으로 관심을 넓혀갔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장르의 한국 소설이 소개되면서 독자들의 신뢰를 얻었고, 한 권을 재미있게 읽은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다른 한국 작가들의 작품도 찾아 읽게 되는 흐름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