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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 교역 재개, 美·이스라엘과 방공 강화…UAE의 대담한 승부수

중앙일보

2026.07.28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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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UAE)가 이란과는 경제·외교 관계를 복원하는 동시에 미국·이스라엘과는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란 전쟁으로 큰 피해를 겪은 뒤 투트랙 전략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지정학적 위험은 줄이고, 걸프 지역의 금융·물류 허브 지위는 지키려는 현실주의 외교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 7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코르파칸항에서 한 에미리트 남성이 선박의 컨테이너 하역 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7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코르파칸항에서 한 에미리트 남성이 선박의 컨테이너 하역 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UAE는 지난 4월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정(MOU) 체결 이후 이란과의 관계 복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두바이발 이란 항공편이 재개됐고, 전쟁 당시 해외에 머물던 UAE 거주 이란인 약 2만 명의 귀국도 허용됐다. 일부 교역도 다시 시작됐다. 두바이 항구에서는 전통 목선(다우선)을 이용한 대이란 화물 운송이 재개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쟁 초반 이란의 드론·미사일 공격 약 3000회를 받으며 걸프 국가 가운데 가장 강경한 군사 대응에 나섰지만, 휴전 이후에는 긴장 관리로 방향을 튼 것이다.

12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코르파칸 인근 호르무즈해협에서 화물선 한 척이 정박해 있다. AFP=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코르파칸 인근 호르무즈해협에서 화물선 한 척이 정박해 있다. AFP=연합뉴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UAE는 이란과의 외교 채널은 유지하지만, 안보의 무게중심은 미국·이스라엘로 옮겨갔다”며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온건 개혁파 외교라인을 구분해 접근하는 것이 UAE의 오랜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이 IRGC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것과 달리 UAE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경제와 안보를 분리해 접근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바이에는 약 60만명 이상의 이란계 공동체가 있고, 이란은 핵심 교역 상대국이다. 추후 제재가 해제될 경우 UAE가 이란의 에너지·항만·물류 투자에 관심을 보인다는 보도도 나온다.

셰이크 압둘라 빈 자이드 알 나흐얀(오른쪽) 아랍에미리트(UAE) 부총리 겸 외교장관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UAE 아부다비 알마르야섬의 한 식당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셰이크 압둘라 빈 자이드 알 나흐얀(오른쪽) 아랍에미리트(UAE) 부총리 겸 외교장관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UAE 아부다비 알마르야섬의 한 식당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반면 안보 분야에서는 미국·이스라엘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UAE는 전쟁 기간 미국·이스라엘·한국·우크라이나의 방공체계와 영국·프랑스의 지원으로 이란 미사일과 드론 대부분을 요격했다. 이후 미국은 첨단 무기와 인공지능(AI) 반도체 접근을 확대했고, 이스라엘도 아이언돔과 신형 레이저 방공체계 ‘아이언빔’을 지원했다.

호르무즈해협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국영 석유회사 아드녹(ADNOC)은 푸자이라 원유 수출 터미널로 연결되는 송유관 증설을 추진 중이며, DP월드는 신규 항만 터미널을 건설하고 있다. 송유관과 데이터센터 지하화 등 핵심 인프라 분산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 5월 6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관광객을 태운 소형 보트가 두바이 분수(Dubai Fountain) 쇼를 관람하고 있다. 뒤로 UAE 국기 색으로 점등된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 할리파가 보인다. AP=연합뉴스

지난 5월 6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관광객을 태운 소형 보트가 두바이 분수(Dubai Fountain) 쇼를 관람하고 있다. 뒤로 UAE 국기 색으로 점등된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 할리파가 보인다. AP=연합뉴스


이런 전략의 배경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쟁도 있다. 최근 사우디는 경제 다각화 전략인 ‘비전 2030’을 앞세워 다국적 기업의 지역본부를 리야드로 유치하며 두바이에 도전하고 있다. 반면 UAE는 항만·금융·AI 경쟁력을 앞세워 기존 우위를 지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안보 노선도 다르다. 예멘 내전에서 사우디는 정부군을, UAE는 남부과도위원회(STC)를 지원한다. 2017년 카타르 단교·봉쇄 사태 이후에도 사우디는 관계 정상화를 주도했지만, UAE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이를 두고 “걸프 지역의 주도권과 경제 패권을 둘러싼 구조적 경쟁으로 발전하고 있다(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는 평가가 나온다. “한때 긴밀했던 무함마드 빈살만(MBS) 사우디 왕세자와 무함마드 빈자이드(MBZ) UAE 대통령이 이제는 투자·물류 허브와 정치적 영향력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독일 공영방송 DW)”는 것이다.

2025년 9월 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무함마드 빈살만(오른쪽) 왕세자가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5년 9월 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무함마드 빈살만(오른쪽) 왕세자가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다만 경쟁이 모든 분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장 센터장은 “경제 경쟁은 치열해지겠지만, 안보 협력은 오히려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사우디가 원전과 AI, 첨단 제조업을 육성하는 과정에서 UAE의 경험을 참고할 부분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의 핵협정 과정에서 UAE가 많은 조건을 수용했던 만큼 앞으로는 미국의 대사우디 정책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대이란 전략을 둘러싼 걸프 국가 간 결속에 대해서도 평가는 엇갈린다. “현재 걸프협력회의(GCC)가 이룰 수 있는 것은 단결이 아니라 공조(폴리티코)”라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이번 전쟁으로 대화와 중재를 중시해온 국가들까지 모두 이란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기에 외교 노선은 달라도 안보 분야에서는 공동 억지 체제를 중심으로 GCC의 결속이 오히려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장지향)”는 기대도 나온다. 현재 UAE는 미국·이스라엘과 협력을 강화하는 반면 오만·카타르는 중재를, 사우디는 그 중간노선을 취하고 있다.




한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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