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내년에 열리는 제69회 ‘그래미 어워즈’에 음악을 출품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29일 BTS는 멤버 각자의 SNS를 통해 “저희는 올해 그래미에 출품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리더 RM은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기보다 음악 그 자체로 들리고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며 늘 함께해 주는 ‘아미’(팬덤명)와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BTS)이 지난 2022년에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가스 열린 64회 '그래미 어워즈' 무대에서 공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는 지난달 그래미 측은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권 음악을 구분해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APMP) 부문을 신설한다고 발표한 데 대한 비판 차원으로 해석된다. 당시 그래미 측은 “아시안 팝이 글로벌 음악 산업에서 가장 중요하고 지속적인 힘 중 하나”라는 게 신설 배경이다. 아울러 “하나 이상의 아시아 언어를 의미 있게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수상 자격 요건으로 꼽았다.
그래미 어워즈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s), ‘빌보드 뮤직 어워즈’(BBMAs)와 함께 미국 3대 대중음악 시상식으로 꼽힌다. 최고 영예로 꼽히는 ‘본상’(제너럴 필즈) 6개 부문(‘올해의 레코드’ 등)과 100여개 부문의 상을 수여해왔다. 이번 APMP 신설에 앞서 R&B/힙합, 라틴 분야 등을 추가해왔다.
BTS는 2019년 ‘최우수 R&B 앨범’ 부문 시상자로 처음 그래미 무대에 섰다. 이후 2021년 K팝 가수 최초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에서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후보에 오른 뒤 2023년까지 내리 이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은 불발됐다.
이번 APMP 신설 소식이 전해지며 현지에선 이 분야 첫 수상자로 BTS가 유력하다는 예측이 나왔다. 하지만, 올해 3월 BTS가 발표한 컴백 앨범 ‘아리랑’은 타이틀곡 ‘스윔’을 비롯한 주요 수록곡 가사 대부분이 영어로 쓰여 자격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무엇보다 4년 가까운 입대 공백기를 깨고 돌아온 BTS의 신보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앨범 차트 1위를 석권하는 등 세계적 반향을 일으키며 그래미 본상 수상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었다. 이에 따라 가요계에선 APMP이 K팝을 아시아 음악 부문에 국한하는 일종의 ‘유리천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미국 주류 팝의 ‘본상’ 수상을 수성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이다.
제69회 그래미상 시상식은 내년 2월 7일 열린다. 후보작 출품 기한은 오는 8월 28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