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단독] 정부, 플랫폼 노동 알고리즘 공개 추진...작업중지권 확대도

중앙일보

2026.07.29 01:00 2026.07.29 06:37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배달라이더가 이동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배달라이더가 이동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정부가 배달라이더·대리기사 등 플랫폼 노동자의 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알고리즘을 기업이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플랫폼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어서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을 받지 않지만, 정부는 생명·안전의 위협이 있는 경우엔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권리를 보장하기로 했다.


29일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지난 6월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 채택된 ‘전 세계 플랫폼 노동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협약(193호)’ 비준을 위해 국내법을 정비하면서 플랫폼 알고리즘 공개와 작업중지권 보장을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현재 국정과제로 입법 추진 중인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이하 일법)’을 포함해 국내 법제도 개선 논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향후 국회에 정리된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다.

플랫폼 알고리즘 공개는 그간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해 온 주요 쟁점 중 하나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알고리즘이 강제하는 일감을 수행하지 않으면 경제적 불이익이 생기는 등 생계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기본적인 알고리즘 원칙이나 불이익 기준 등을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알고리즘이 일종의 ‘취업규칙’이자 ‘중간관리자’이며, 계정삭제·정지는 해고나 징계와 마찬가지인 만큼 투명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취지다. 플랫폼 기업들은 “알고리즘이 핵심 경쟁력이자 영업 비밀”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이 노동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알고리즘 결정에 대해선 노동자에게 설명할 의무를 지게 하는 방향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작업중지권 확대 적용 역시 노동계의 숙원이지만 경영계는 남용 시 생산 차질 등 부작용을 우려해 왔다. 플랫폼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작업중지권을 보장받기도 어렵다. 노동계는 배달 라이더, 가전 설치·수리기사 등 야외에서 일하거나 이동이 많은 플랫폼 노동자들이 폭염·한파 등 기후 위험에 가장 노출돼 있는데도 스스로를 지킬 작업중지권에서 배제된 건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경영계 관계자는 “만약 배달 라이더가 폭염으로 작업중지권을 요청하면 사업주가 임금 보전은 물론 고객 피해 보상까지 부담해야 할 수 있는데 쉽게 동의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노동부는 산안법보다 권리·의무관계를 좀 느슨하게 설정할 수 있는 일법에 관련 내용을 담고 후속 조치를 마련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일법은 기본법인 만큼 위반 시 처벌조항을 넣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다만 디지털 경제와 인공지능(AI)의 영향으로 플랫폼 노동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큰 만큼, 노사 간극을 좁혀 가면서 현재 미비한 법체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흥준 서울과기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동계가 만족하긴 어렵겠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없으니, 이렇게라도 논의를 시작하는 데 의의를 둬야 한다”며 “플랫폼 기업들의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하면 올해 하반기엔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한국고용정보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플랫폼 중개를 통해 일하고 보수를 받는 등 종속성이 강한 ‘협의의 플랫폼 노동자’ 수는 2023년 기준 88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8만8000명(11.1%) 늘었다. 2020년 22만명, 2021년 66만1000명, 2022년 79만5000명으로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초기에는 배달·운전·가사 등 단순한 업무 위주였지만 2022년부터 번역·디자인·정보기술(IT) 개발 등 고숙련 직무도 플랫폼 영역에 포함되고 있다. 이어 법률·세무·회계 등 전문 직종으로까지 확장하는 중이다. 단순히 플랫폼을 이용해 일거리를 구하는 ‘광의의 플랫폼 노동자’ 규모는 2023년 기준 303만5000명에 달한다.



김경희([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