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교 위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후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29일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등이 담긴 형사소송법(형소법) 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강행 처리했다. 법사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오후 6시 7분 국민의힘 의원 6명이 퇴장한 가운데, 민주당 등 범여권 위원 12명 찬성으로 형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민주당은 30일 본회의에서 형소법 처리에 나선다.
의결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법사위는 이날 오후 2시 형소법 개정안을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했다. 법안에 반대한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이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여야 간 이견 조정이 필요할 경우 설치되는 안건조정위는 위원 6명 중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등 범여권 4명 찬성으로 이날 오후 3시 32분 무력화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29일 더불어민주당의 형사소송법 강행에 반발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퇴장했다. 연합뉴스
재개된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강성층에 끌려가면 레임덕 스타팅 포인트다. 재의요구권을 건의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여야는 이후에도 공방을 이어갔지만, 오후 6시 3분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하며 토론이 종료됐다.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6시 7분 “형소법 대안을 의결하겠다”며 의사봉을 두드렸다. 정 장관은 “법이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되게 되면 잘 정착될 수 있도록 법무부도 적극 협조하겠다”면서도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의결된 형소법 개정안은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를 금지하고, 보완수사 요구만 가능토록 한 게 핵심이다. 경찰은 검사의 요구에 따라 최대 2개월 이내에 보완수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보완수사요구권을 실질화하기 위한 보완책으로는 ▶압수수색 과정 녹화 ▶중대범죄수사청 보완수사 전담부서 설치 등이 담겼다. 또 공소청장이 적절한 보완수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 다른 수사기관을 지정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쟁점이었던 피해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검사가 피해자의 의견을 청취하고, 이를 경찰에 제출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검사가 제출 의견에 경찰이 따른 의무는 없다. 또 성범죄 및 장애인 피해자의 경우 고발을 제3자가 대리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도 고발인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고소인에게 사건 기록 열람 및 복사 신청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한다. 사회적 약자 대상 7대 범죄 사건에 대한 전건 송치는 개별법 개정을 통해 향후 추진된다.
박경민 기자
여기에 전날 소위에서 여당이 공소기각 사유(형소법 327조)를 추가하면서 추가 공방도 벌어졌다. “중대한 위법수사에 기하여 공소가 제기되었을 때”(2항)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하여 공소가 제기되었을때”(3항) 등 2개 사유가 추가됐다. 박충권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의 재판을 통째로 지울 수 있는 길을 터놓은 것”이라고 논평했고,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이 대통령 임기 후 감옥 안 가기 위해 공소취소가 플랜A, 독재명 연임개헌이 플랜B, 공소기각이 플랜C”라고 말했다.
반면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위법한 수사는 공소기각한다. 판례를 명문화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날 소위에서 이진수 법무부 차관은 “3항의 경우, 최소한 ‘자의적 판단’이라는 문구가 판례에 따라 추가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김 의원은 “저희가 판례대로 법을 만드는 건 아니고요”라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강력 반발했다. 장동혁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명 대통령이 무슨 짓을 하든 모두 면죄부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검찰에 대한 복수심과 전당대회 욕심 때문에 국민이 졸속 법안의 실험 대상이 됐다”고 비판했고, 국민의힘 법사위원들도 회견을 열어 “민의를 거스르는 입법 폭거이자 민주당의 검찰에 대한 ‘사적 복수’에 불과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