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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에 폭발, 10년 전보다 무서웠다”…잔해만 남은 이온몰 [르포]

중앙일보

2026.07.29 02:51 2026.07.29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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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8일 오후 전날 강진의 영향으로 폭발사고가 일어난 일본 구마모토현 이온몰 현장. 유성운 기자

7월 28일 오후 전날 강진의 영향으로 폭발사고가 일어난 일본 구마모토현 이온몰 현장. 유성운 기자

“엄청 흔들렸어. 차가 막 흔들리니까 처음엔 고장난 줄 알았다니까.”

29일 일본 구마모토현 가시마마치의 대형 쇼핑몰 ‘이온몰 구마모토’로 데려다주는 70대 택시 기사는 전날 일어난 지진을 한참 설명했다. “그나마 구마모토시는 괜찮지만, 인근 지역에선 10년 전 대지진 때보다 더 크게 느껴졌어.”

이온몰에서 폭발·붕괴사고가 발생한 건 28일 오후 5시 45분쯤. 오후 4시 27분 규모 7.1, 최대 진도 7의 강진이 일어난 지 약 1시간 18분 뒤였다. 현재까지 10명이 구조됐으나 4명이 숨지고 5명은 심폐정지 상태다.

전날 참혹했던 폭발을 보여주듯 이온몰은 앙상한 뼈대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 뒤로 200여m 떨어져 있는 도로변까지 아스팔트 잔해가 가득했다. 일본 언론들은 폭발 당시 약 100m 떨어진 도로를 지나던 4톤 트럭의 운전석 유리창이 깨지고 금속 잔해가 적재함과 바닥을 관통할 정도로 큰 충격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이온몰 인근에서 만난 한 60대 주민은 “‘펑’ 소리가 나면서 무슨 폭격이라도 난 줄 알았다”며 “겁이 나서 처음엔 테이블 아래 웅크리고 있다가, 조금 지나 나가보니 불길에 연기가 나더라. 지진에 폭발까지 겹치니까 10년 전 지진보다 더 무서웠다”고 전날의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건물 내부에는 여전히 사람이 갇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29일 오후에도 잔해를 헤치고 수색 작업이 한창인 구조대의 모습이 보였다. 건물 2층에는 구조대가 엎드려 기어가야만 진입할 수 있는 구간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7월 28일 오후 전날 강진의 영향으로 폭발사고가 일어난 일본 구마모토시 이온몰 현장. 유성운 기자

7월 28일 오후 전날 강진의 영향으로 폭발사고가 일어난 일본 구마모토시 이온몰 현장. 유성운 기자

구마모토현 재해대책본부에 따르면 이온몰 구마모토에서는 약 200명이 건물 밖으로 대피한 뒤 폭발이 발생해 2층 일부가 무너졌다. 관계자들은 360여명의 직원 중 일부가 고객의 피난 유도를 마치고 시설 내부로 돌아간 뒤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쇼핑몰 폭발·붕괴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지만, 현지에선 액화석유가스(LPG) 누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온 측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고귀한 목숨을 잃은 분들께 진심으로 명복을 빈다. 유가족 여러분과 부상을 입은 분들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행정·소방·경찰 등의 지도를 받으며 수색과 구출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이날 오후 2시 기준 강진에 따른 사망자가 13명, 부상자는 최소 36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구마모토현에 따르면 이온몰 외에도 야쓰시로시 일본제지 공장에서도 굴뚝이 무너지면서 11명이 갇혔다. 이 가운데 7명이 구조됐지만 5명은 숨졌다. 나머지 4명의 안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는 이날 오후 비상재해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면서 “아직 여러 명이 (이온몰) 건물에 남겨져 있고 일본제지 야쓰시로 공장에서 일어난 굴뚝 붕괴에 의한 행방불명자도 여러 명”이라며 “강진 발생 뒤 20시간 이상이 경과했지만, 아직 도움을 기다리는 분들이 있어 시간과의 싸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구마모토현은 현재 432곳에 대피소를 설치했으며 대피자는 8886명에 이른다. 주택 다수가 무너졌고 119 신고는 1354건 접수됐다. 이 가운데 화재 등으로 인한 출동 요청은 393건이었다.

우키시와 우토시, 야쓰시로시, 히카와마치 등에서는 적어도 6만5000가구가 단수됐다. 정전 피해는 약 3만4880가구에 달했다.

7월 28일 오후 전날 강진의 영향으로 폭발사고가 일어난 일본 구마모토시 이온몰 현장. 유성운 기자

7월 28일 오후 전날 강진의 영향으로 폭발사고가 일어난 일본 구마모토시 이온몰 현장. 유성운 기자

일본 기상청은 앞으로도 1주일 동안은 최대 진도 7 정도의 여진에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구마모토는 2016년 지진 당시에도 4월 14일과 16일 각각 최대 진도 7의 흔들림이 관측돼 후속 피해로 이어졌다.

한편 구마모토현을 강타한 강진 여파는 일본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구마모토 지역은 일본 정부가 반도체 산업 부흥을 내걸고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TSMC 공장을 유치해 반도체 집적 단지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선 곳이다. 지진 피해가 장기화할 경우엔 글로벌 공급망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일본 언론들은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에 있는 TSMC 공장은 전날 강진 발생 직후 직원들을 야외로 대피시켰다가, 건물 구조 안전성을 확인한 뒤 순차적으로 복귀시켰다고 전했다. 그 외에 이미지 센서 등을 생산하는 소니 세미컨덕터 매뉴팩처링과 반도체 제조 장비 메이저 업체 도쿄일렉트론 등도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유성운([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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