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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연이틀 양 시장 서킷브레이커…코스피 시총 이달 2116조 증발

중앙일보

2026.07.29 02:58 2026.07.29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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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 지난 6월 '코스피 9000 돌파' 기념 행사에 사용했던 구조물이 놓여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360.42포인트(5.98%) 내린 5663.24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 지난 6월 '코스피 9000 돌파' 기념 행사에 사용했던 구조물이 놓여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360.42포인트(5.98%) 내린 5663.24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잠시 켜졌던 반등의 희망은 순식간에 공포로 바뀌었다. 29일 장 초반 상승세를 보이던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반도체주 투매에 휩쓸리며 추락했다. 코스피가 장중 5200선까지 밀리며, 두 시장 모두에서 연이틀 서킷브레이커(거래 일시 중지)가 발동되는 초유의 장세가 펼쳐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일보다 5.98% 내린 5663.24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12% 넘게 급락하며 5262.77까지 내려앉았지만,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장중 고점과 저점 차이는 965.75포인트로 역대 두 번째로 컸다. 코스닥도 6.12% 하락한 662.68로 거래를 마쳤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전 10시55분(코스피)과 10시56분(코스닥)에 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을 5분간 정지하는 매도 사이드카를 각각 발동했다. 이어 낮 12시19분 코스닥, 12시32분 코스피에서 서킷브레이커를 가동했다. 이날 기관이 3조1604억원을 순매수했지만 개인(1조9701억원)과 외국인(1조2282억원)의 동반 매도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이달 들어 증발한 코스피 시가총액은 2116조3305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경상 국내총생산(GDP, 2676조6748억원)에 버금가는 숫자다. 7월 코스피 월간 등락률은 -33.19%로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10월(-27.25%)보다 더 큰 하락 폭이다.

이날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발표한 SK하이닉스는 장중 19% 넘게 하락하며 130만원 아래로 주저앉았다. 삼성전자도 장중 14% 밀리며 19만원을 밑돌았다. 종가 기준 삼성전자는 5.23% 내린 20만8500원, SK하이닉스는 9.61% 떨어진 140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간밤 미국 시장에서도 마이크론(-8.85%)·샌디스크(-14.25%)·SK하이닉스 ADR(-8.98%) 등 메모리 반도체주가 동반 급락하며 매도 심리를 더 키웠다.

불똥은 아시아 증시 전반에 번졌다. 이날 일본의 낸드플래시 제조사 키옥시아는 13.8% 추락했고, 대만 가권지수의 대장주 TSMC는 3.51% 하락하며 인공지능(AI) 반도체주 전반으로 매도세가 확산했다. 대만 가권(-3.76%), 일본 닛케이225지수(-1.49%)도 하락했지만, 코스피 낙폭이 유독 컸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에 못 미쳤고, 컨퍼런스콜에서 주주환원 정책 등에 대한 실망감이 더해졌다”며 “미·이란 협상 불확실성과 (현지시간 30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경계심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트레이딩 플랫폼 이토로(eToro)의 조시 길버트 수석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올해 설비투자(CAPEX)를 40조원 후반대로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주주환원 정책과 장기 공급계약 가격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웠다”고 짚었다.

증권가에서는 실적 자체보다 향후 업황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날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420만원에서 280만원으로 33% 하향 조정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노광장비 개발에 대한 우려로 시장의 관심이 실적보다 업황의 수익성 지속 여부로 옮겨가고 있다”면서도 “최근 주가 하락은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비해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외신은 이번 급락을 인공지능(AI)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가 재조정되는 과정으로 해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장 기대에 못 미친 SK하이닉스 실적과 중국 반도체 기술 추격, 메모리 공급 과잉 우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규제 시행을 앞둔 차익실현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시장의 공포가 과도하다는 평가에 무게가 실린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이나 일본 증시와 비교해도 국내 증시 급락은 정상적인 시장 움직임으로 보기 어렵다”며 “전날 급락 이후 반등 기대가 꺾이면서 ‘항복 매도(패닉 셀링)’가 대거 출회한 것이 이번 폭락의 본질”이라고 진단했다. 윤준원 DS자산운용의 펀드매니저도 블룸버그에 “사람들이 마치 도망치는 것 같다”며 “특히 개인 투자자들의 이러한 대규모 매도세는 이해하기 어렵다. 기술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이는 비이성적인 매도”라고 평가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사이드카가 시도 때도 없이 발동하는 현재 시장은 정상적인 상황으로 보기 어렵다”며 “증권시장안정펀드와 공매도 금지 등 투매와 쏠림을 제어할 수 있는 한시적 비상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유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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