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 단종(박지훈, 왼쪽)과 유배지 촌장 엄흥도(유해진)는 서로 마음의 문을 열고 정서적 유대를 쌓아간다. '왕과 사는 남자'는 2년만의 천만 축포를 터뜨리며 올상반기 흥행을 견인했다. 사진 쇼박스
올해 상반기 한국영화 관객수가 코로나19 팬데믹 후 최고치를 넘어섰다. 29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6 상반기 한국영화 결산’에서 올들어 6월까지 한국영화 관객수는 3737만명으로, 팬데믹 이후 신기록을 경신했다.
동기간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1.7% 급등한 3702억원을 기록했다. 팬데믹 직전 2017~2019년 3년간의 상반기 한국영화 평균 매출액(3929억원)의 94.2% 수준까지 회복한 것이다. 올 상반기 한국영화 매출액은 2017년과 2018년 동기간 매출치(3324억원, 3661억원)도 넘어섰다. 한국영화 매출액이 팬데믹 직전 동기간을 넘어선 건 올해가 최초다.
다만, 올상반기 한국영화 관객수는 2017년과 2018년 동기간(4162만명, 4496만명)보다 각각 400만, 700만명가량 못 미쳤다. 팬데믹 기간 영화관람료가 상승하면서 관객수 대비 매출액 증가율이 높았던 걸로 분석된다. 영화관 관람료는 2022년 처음 1장당 1만원선을 돌파했고, 올상반기 평균 관람요금은 전년 동기보다 551원 인상된 1만150원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올상반기 한국영화는 하락세로 돌아섰던 지난해 비해 의미 있는 반등을 보였다는 의의가 컸다.
영화 '만약에 우리'는 올 1월 순제작비 30억원의 8배 달하는 흥행에 성공했다. 20대 시절 첫사랑 연인을 우연히 만난 정원(문가영·왼쪽)과 은호(구교환)의 모습이다. [사진 쇼박스]
2년만의 천만영화 ‘왕과 사는 남자’(2월 4일 개봉)에 이어 체험감으로 각광받은 공포 영화 ‘살목지’(4월 8일 개봉), 연상호 감독의 좀비 액션 대작 ‘군체’(5월 21일 개봉) 등이 잇따라 흥행한 게 박스오피스 규모를 키웠다.
장항준 감독의 사극 ‘왕과 사는 남자’는 주연 유해진 특유의 인간미와 함께 신인 박지훈이 단종 비사를 절절하게 연기해 장기 흥행하며 누적 1691만 관객을 돌파했다(이하 29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 기준). 59일간 일일 박스오피스 정상을 호령한 ‘왕과 사는 남자’는 ‘명량’(2014)의 1761만명에 이어 역대 흥행 2위에 올랐다. 외화 포함 34번째 천만영화이자, 한국영화로는 25번째다.
이어 ‘군체’는 전지현‧구교환 등 스타 주연 배우들이 개봉에 앞서 칸영화제 초청으로 화제 몰이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군체’는 또 5월 부처님오신날 연휴, 6월 지방선거 휴일 흥행 효과를 누리며 누적 595만관객을 동원했다. ‘왕과 사는 남자’에 이어 올상반기 흥행 2위에 안착했다.
영화 '군체' 속 한 장면. 구교환은 '만약에 우리'를 시작으로 칸영화제 초청작 '군체'까지 상반기 물 오른 티켓 파워를 발휘했다. [사진 쇼박스]
올상반기 3위는 실존 저수지 괴담을 소재로 Z세대 관객들이
흥행을 견인한 ‘살목지’가 차지했다. 대세로 떠오른 배우 구교환, 문가영 주연 로맨스 ‘만약에 우리’(2025년 12월 31일)는 올상반기 한국영화 4위, 외화까지 통틀어 6위에 올랐다. 두 영화 모두 순제작비 30억원의 중저예산 규모로 20~30대 관객층을 집중 공략해 ‘만약에 우리’는 순제의 8배(누적 244억원), ‘살목지’는 11배(333억원) 수준의 극장 매출을 올렸다.
영화 '살목지'는 로드뷰 촬영을 위해 살목지라는 저수지에 들어간 촬영팀이 미스테리한 사건에 휘말리는 스토리다. 사진 쇼박스
상반기 한국영화 5위는 류승완 감독의 첩보 액션 ‘휴민트’(2월 11일 개봉)였다. 블록버스터로 기대를 모은 ‘휴민트’는 누적 198만 관객을 동원하며 2~3월 극장가를 견인했지만, 순제작비 235억원에 못 미치는 200억원 정도의 매출에 그쳤다.
NEW가 투자‧배급한 ‘휴민트’를 제외하고 상반기 한국영화 1~4위는 모두 쇼박스의 투자‧배급 작품이다. 쇼박스는 ‘왕과 사는 남자’ ‘군체’ ‘살목지’ ‘만약에 우리’ 등 4편을 모두 흥행시키며 2~6월 5개월 연속 월별 배급사 순위 1위를 고수했다. 쇼박스의 상반기 매출액은 2814억원으로, 전체 극장가 매출의 48.6% 점유율을 차지했다.
올상반기 ‘아바타: 불과 재’(2025년 12월 17일 개봉) ‘프로젝트 헤일메리’(3월 18일 개봉) 정도가 선전한 외화는 지난해 이어 2년째 관객수(1968만명)가 감소했다. 그럼에도 상반기 극장가 총 관객수(5705만명)가 전년 대비 34.2% 상승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영화가 선전한 덕분이었다. 상반기 극장 전체 매출액도 57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9% 증가했다.
영화 '휴민트'의 한 장면. 국정원 블랙요원 조과장(조인성, 오른쪽)과 북한 보위성 조장 박건(박정민)이 대립하고 있다. 극장에선 큰 재미를 못 봤지만 넷플릭스로 출시돼 글로벌 영화(비영어) 부문 1위에 오르는 등 화제를 모았다. 사진 NEW
다만, 아이맥스‧4D‧스크린X‧돌비시네마 등 특수상영 전체 매출(457억원)은 ‘프로젝트 헤일메리’ ‘아바타: 불과재’ 등 특수상영 매출 비중이 높은 외화가 흥행을 이끌며 전년 대비 56.3% 상승했다. 올상반기 특수상영관 관객수는 285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