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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누나, 인정 못하는 부모님…어떻게 해야 했을까

중앙일보

2026.07.29 08:01 2026.07.29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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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노 감독의 부모는 딸의 발병에도, 단란한 가족의 모습을 유지하고 싶어했다. [사진 엣나인필름]

후지노 감독의 부모는 딸의 발병에도, 단란한 가족의 모습을 유지하고 싶어했다. [사진 엣나인필름]

의사인 부모는 누나의 조현병을 인정하지 않았다. 의대까지 보낸 금쪽같은 딸이 “교육 학대한 부모를 곤경에 빠트리려고 조현병인 척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불안감 탓에 현관문엔 자물쇠를 걸었다.

고등학생 남동생은 그저 이 모든 상황이 무서웠다. 1992년 처음 누나의 발작 상황을 녹음했고, 2001년부터 영상도 찍기 시작했다. 기록을 남겨 정신과에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모인 80시간가량의 증거 영상은 23년 뒤 영화가 됐다.

29일 개봉한 후지노 토모아키(60) 감독의 다큐멘터리 ‘어떻게 해야 했을까’다. 2024년 일본 도쿄에서 개봉해 1억엔(8억876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조현병의 고통을 가족이 가까이서 이토록 장시간 담은 다큐가 드물어서다. 국내에서도 사전 예매만으로 독립·예술영화 마의 고지 1만 관객을 넘어섰다.

29일 내한 행사에 앞서 서면인터뷰로 만난 후지노 감독은 “‘어떻게 해야 했을까’는 원래 제가 부모님께 던진 질문이었다. 편집 중에 무의식적으로 저 자신에게 자문하게 됐고 그걸 제목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다정했던 누나는 주변의 기대에도 민감했다. 무리해서 의대 진학한 뒤 조현병 증세가 시작됐다. [사진 엣나인필름]

다정했던 누나는 주변의 기대에도 민감했다. 무리해서 의대 진학한 뒤 조현병 증세가 시작됐다. [사진 엣나인필름]

공개된 영화는 내밀한 가족사를 넘어서, 조현병에 관한 한편의 인류학 보고서다. 감금과 침묵 속에 뒤틀린 가족의 20여년이 101분 분량의 영상에 담겼다. 누나의 정신 착란과 망상, 환청 증세를 ‘집안 문제’로 은폐한 후지노 감독의 부모는 대학 연구소에서 퇴직 후 딸과 함께 고립돼갔다.

그는 2008년 누나가 비로소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일상을 되찾았음을 강조했다. 어머니까지 치매로 정신이 흐려지자, 연로한 아버지가 모녀를 모두 감당하기 어려워 후지노 감독의 설득을 받아들이면서다. 1958년생인 누나가 꼭 쉰 살이 됐을 무렵이다.

평범한 행복은 짧았다. 2011년 어머니는 별세했고, 이후 뇌경색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노노(老老)간호하던 누나마저 2020년 폐암 4기 선고 이듬해에 세상을 떠났다.

원래 누나의 퇴원 후 생활 장면으로 다큐를 끝내려 했지만, 누나의 장례식 때 아버지가 “딸의 일생은 어떤 의미에선 충실했을지도 모른다”고 한 말이 마음에 걸려 장례식 장면을 추가했다고 한다. 영화 말미 아버지는 “어떻게 해야 좋았을까?” 묻는 아들에게 “그러게, 하지만 실패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라고 말한다. 아버지가 2024년 12월 일본에서 영화가 공개된지 열흘 만에 돌아가셨다.

‘어떻게 해야 했을까’의 해외 개봉은 한국이 처음이다. 추후 OTT·VOD 등으로 출시할 계획은 없다. 영상이 재가공돼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극장에서만 상영하기로 했다.





나원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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