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은 본문 글자가 아니라, 글자 밖의 행간을 읽는 해석을 해야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는 경우가 많다. 오늘 문장에 대한 직역은 ‘돈 있는 사람은 진실한 말을 하고, 돈 없는 사람의 말은 진실하지 않다’이지만, 행간에 담긴 속뜻은 “돈이 있는 사람의 말은 진실로 들리고, 돈이 없는 사람의 말은 참말이 아닌 것으로 들린다”이다. 돈 앞에서는 진실도 뒤바뀔 수 있다는 간사하고 야박한 세상인심을 표현한 말인 것이다. 이 문장의 뒤를 잇는 말은 더욱 야박하다. ‘불신단간연중주, 배배선권유전인(不信但看筵中酒, 杯杯先勸有錢人)!’ ‘믿지 못하겠거든 술자리에서 술잔이 오가는 상활을 보라! 잔마다 돈 있는 사람에게 먼저 권하지 않던가?’
錢:돈 전, 道:말할 도, 眞:참 진, 語:말씀 어. 돈 있는 사람은 진실한 말을 하고, 돈 없는 사람의 말은 진실하지 않다. 28x68㎝.
우리 사회에는 ‘술은 권하는 맛에 마신다’는 속언도 있고, 한때 ‘지부지처’, 즉 ‘지가 부어서 지가 처먹는다’라는 비속어가 유행한 적도 있다. 술은 서로 권하기도 하고 따라주기도 하면서 마시는 게 예의이자 관행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말들이다. 외롭게 ‘지부지처’를 하는 돈 없는 사람이 보는 앞에서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에게만 경쟁적으로 술잔을 권한다면 그런 술자리는 이미 꼴사나운 술자리다. ‘배배선권유전인(杯杯先勸有錢人)’, 즉 ‘술잔마다 돈 있는 사람에게만 먼저 권하는구나’라는 구절을 외워뒀다가 한번 꼬집어줄 수 있다면 적잖이 통쾌하리라.
현명한 사람은 아첨을 가려내고 우매한 자는 아첨에 빠져 진실을 못 보는 장님이 된다. 부와 권력을 누릴 당시에는 장님의 말발이 서슬 퍼렇게 서지만 그런 사람일수록 끝은 대개 비참하다. 밑밥으로 깔리는 아첨의 술잔을 덥석덥석 받아 마시다가 결국엔 낚시 바늘에 코가 꿰어 일생을 망친다. 진실을 말해도 말발이 잘 서지 않고, ‘지부지처’나 하는 가난한 내가 장님이 되어 코가 꿰는 돈 많고 권세 많은 그들보다 훨씬 낫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