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정당이 당사를 잃을 위기다. 전현직 대통령의 2022년 3·9 대선 거짓말 때문이다. 선거법상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국민의힘은 397억원, 더불어민주당은 434억원의 선거비용 보전액을 국고에 반환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먼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 27일 허위사실공표죄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형을 받고 특검법에 따라 내년 1월까진 확정판결을 받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파기환송심은 취임 후 중지돼 있어 2030년 퇴임 이후 재개된다.
국힘 397억, 민주 434억 반납 위기
거짓말로 대선 도둑질했냐가 핵심
허위사실 요건 법률에 명확히 해야
두 당은 반성은커녕 당사 매각 공방만 벌였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선거비용 397억원을 지체없이 반환하라. 꼼수로 회피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고 말했다. 박주민 의원은 “돈 없으면 당사를 팔라”고 했다. 국민의힘이 2004년 ‘차떼기’ 사건 때 당사를 판 뒤 16년 만에 다시 산 걸 겨냥했다. 이에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 대통령 사건이 사실상 확정판결에 준하는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이고 금액도 크다. 당사를 팔아야 한다면 민주당 당사부터 파는 게 도리”라고 맞섰다.
이번 1심은 돈보다 거짓말이 대선 결과를 바꿀 정도였냐가 핵심이다.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 조순표)는 대선 표차 0.73%를 언급하며 그런 해석의 자락을 깔았고, 진보당은 “대선 갈취”라고 비난했다. 판결문에 “건진법사를 당 관계자의 소개로 만났고, 김건희 여사와 함께 만난 적이 없다”는 발언을 유죄로 보며 “민주당 후보와 표 차(24만7077표)는 당시 무효표(30만7542표)보다 적었고, 0.73%에 불과했다”를 인정 사실로 적었다. 발언 시점이 건진법사 캠프 관여 의혹이 보도된 당일로 무속 논란이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면이었다는 이유다.
법원이 매번 허위사실공표의 명확한 기준을 보여주기보단 들쑥날쑥하다는 인상을 주는 건 큰 문제다. 2020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친형을 강제입원시키려 한 적이 없다”는 이 대통령의 2018년 경기지사 토론회 발언을 무죄로 보면서 “후보자 토론의 질문·답변, 주장·반론은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표명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반대로 지난해 5월 대법원은 후보자에게 엄격한 해석을 내놨다. 같은 해 3월 2심이 이 대통령의 해외 출장 중 골프 발언과 국토교통부의 백현동 용도변경 협박 발언을 후보자 입장에선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있다며 1심 유죄를 무죄로 뒤집은 걸 유죄 취지로 파기했다. “어떤 표현이 허위사실인지는 후보자 개인이나 법원의 관점이 아닌 선거인의 관점에서 해석해야 한다. 표현의 자유로 용인할지도 선거인의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윤 전 대통령 1심 판결도 이 판례를 다섯 번이나 인용했고, 2020년 판례를 근거로 무죄를 다툰 윤 전 대통령 주장을 배척했다.
허위사실공표죄 요건 중 출생지·가족관계·신분·직업·경력·재산과 달리 후보자의 ‘행위’ 관련 허위사실은 너무 광범위해 위헌 논란도 받는다. 수사기관에 따라, 재판부 성향에 따라 건건이 해석이 다를 여지도 크다. 이 대통령도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며 세 차례 위헌 제청을 했고, 민주당은 폐지 개정안도 냈다. 정치인의 거짓말을 토론을 통한 반박과 팩트체크로 바로잡을 수는 없을까. “후보자 발언에 고소·고발이 이어지고, 수사권 개입이 초래되면 선거 결과가 검찰과 법원의 사법적 판단에 좌우될 위험에 처해 국민의 자유의사로 대표자를 선출한다는 민주주의 이념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2020년 대법원)
미국 대법원이 2012년 허위사실공표죄를 수정헌법 표현의 자유에 위배되는 위헌으로 판정할 때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은 이렇게 설명했다. “정부가 사기·명예훼손처럼 직접 피해를 유발하지 않는 단순한 거짓말을 처벌하도록 범죄로 인정하면 처벌 목록을 무한정 늘릴 수 있다. 미국 헌법 전통은 조지 오웰 소설 『1984』의 진실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반대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