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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전방 초소에서 ‘빈총 경계’라니

중앙일보

2026.07.29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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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전방 부대에 설치된 K6 중기관총. 중앙포토

최전방 부대에 설치된 K6 중기관총. 중앙포토

서부전선을 관할하는 육군 1군단의 최전방 소초(GP)와 일반전초(GOP)에서 올해 상반기부터 K6 중기관총에 실탄을 장전하지 않은 채 경계작전을 해 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군사분계선(MDL)과 인접한 GP와 GOP는 북한군이 침투하거나 군사 도발을 감행했을 때 초를 다투며 즉각 응전해야 하는 곳이다. 특히 분당 600발의 12.7㎜ 실탄 발사 능력을 갖춘 K6 중기관총은 핵심 공용화기다. 실탄을 장착하고 언제든 사격이 가능하도록 유지토록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수도권 전방을 방어하는 부대에서 탄약을 기관총과 아예 분리해 탄통에 넣은 뒤 총기 옆에 두도록 지침을 바꿨다고 하니 1군단에선 사실상 ‘빈총 경계’를 해 온 셈이다. 이 기간 북한의 도발이 없었던 것이 천만다행일 따름이다.

더 큰 문제는 군 작전을 총괄하는 합동참모본부의 뒷북 대응이다. 합참은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현장 확인 후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최전방 경계 태세의 허점을 자인한 것은 물론, 군의 지휘 및 보고 체계가 먹통이었음을 드러낸 것이다.

1군단이 기존 지침을 변경한 정확한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그동안 K6 중기관총의 점검 과정에서 간혹 오발 사고가 발생했던 만큼 이를 막기 위한 관리 차원일 수 있다. 만약 지휘관의 책임을 피하기 위한 편의주의적 발상이었거나 긴장 완화라는 명목을 고려한 조치였다면 안보의 본말이 뒤바뀐, 군의 본분을 망각한 조치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총기사고가 두려워 실탄을 빼놓는다면 그것은 ‘싸우는 군대’가 아니라 우리 군이 ‘사고 예방만 고려하는 관리형 군대’로 전락했음을 의미한다.

지금 최전방의 안보 환경은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 북한은 MDL 일대에 지뢰를 매설하고 철조망을 설치하는가 하면, 자주포 진지까지 전진 배치하며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군이 정면으로 안보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자위적 대응 조치마저 포기하고, 이를 군 지휘부가 인지하지 못한 현실은 군 기강 해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군 당국은 1군단의 지침 변경 경위를 철저히 조사해 재발 방지 태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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