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코스피와 코스닥 장에 사상 처음으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이날 장중 5200선까지 밀렸던 코스피는 360.42포인트(5.98%) 내린 5663.24로 마감했다. [뉴시스]
29일 장중 코스피 5300선마저 무너지면서 증권사들이 제시했던 단기 저점 전망이 무색해졌다. 반등 가능성에 무게를 두던 증권가에서도 이제는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단기 전망을 묻는 질문에 “솔직히 자신이 없다”고 토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급락을 투자자들이 손실을 감수하고 주식을 투매하는 ‘항복 매도’ 국면으로 봤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다수 주식 보유자들이 손실을 확정 짓고, 패닉 셀을 하고 있다는 점이 폭락의 본질인 것 같다”며 “투자 심리가 냉각될 대로 냉각되면서 현재 지수대가 바닥이 아닐 것이라는 의심이 시장에 만연해 있다”고 말했다.
지난 14일만 해도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코스피 6800선을 향후 증시 흐름을 가를 핵심 지지선으로 꼽았다. 6800선을 지키지 못하면 다음 지지선은 6500선으로 내려가고, 이마저 무너지면 6000선까지 추가로 밀릴 수 있다는 전망이었다.
하지만 6000선 아래로 추락하며 코스피는 다시 새로운 바닥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중국 최대 반도체 기업인 창신메모리(CXMT)의 상하이 증시 상장 흥행과 중국 국영기업의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개발 소식이 ‘방아쇠’ 역할을 했다. 중국 반도체 기업의 부상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시장 우위를 흔들 수 있다는 불안감을 키웠다. 투자 심리까지 극도로 얼어붙으면서 낙폭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DB증권은 이날 코스피 5300~5700선을 주요 지지대로 제시했다. 설태현 DB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5300~5700 구간에 거래량의 약 17%가 집중돼 강력한 매물대가 형성돼 있다”며 “해당 구간을 기준으로 외국인이 순매수에서 순매도로 전환한 만큼 추세 전환의 핵심 변곡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코스피가 장중 5300선 밑으로 미끄러지면서 이 매물대마저 지지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현기 DB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코스피 1차 지지선으로 6000선, 2차 지지선으로 5500선을 제시했지만, 이후 통화에서는 5200선을 사실상 최후의 마지노선으로 낮춰 잡았다. “5200선은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발발해 온갖 악재가 한꺼번에 쏟아졌을 때도 지켜냈던 수준”이란 분석이다.
강 연구원은 최근 하락세가 단순한 투자 심리 위축을 넘어 국내 증시의 성장 기대감이 흔들린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 인공지능(AI)·반도체 기업의 부상으로 시장의 서사(기대감)가 긍정에서 부정으로 전환되면서 기존 추세와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시장이 올해 상반기까지는 1년 이후의 서사를 미리 반영하는 단계에 머물다가 중반기부터는 향후 수년 뒤 나타날 악재까지 반영하는 단계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코스피가 5000선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백영찬 상상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의 하단 범위를 4800~5000선으로 제시하며 “수출 악화, 환율 급등 등 새로운 변수가 생기지 않는다면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의 5배 수준인 4800선에서는 지지력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