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조6000억원. 65세 이상 치매 환자의 연간 총 국가 치매 관리비용이다. 국가 전체 R&D(연구개발) 예산과 맞먹고, 한 해 국방비의 절반에 육박하는 액수다. 개인은 어떨까.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관리 비용은 약
2700만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을 이용해 산출한 연간 가구 총소득(6258만원)의
43.1%에 달하는 금액이다. 증가세도 가파르다. 2020년 약 75만 명이던 치매 환자는 불과 5년 만에 97만 명으로 불어났다. 올해 국내 추정 치매 환자 수는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본다.
자꾸 늘어나는 치매 환자를 더는 요양시설이나 병원에서만 수용할 수 없게 되자 국가가 꺼내 든 출구 전략은 결국 ‘집’이다. 올해 3월 27일 정부는 ‘돌봄통합지원법’을 전격 시행했다. 이 법의 핵심은 치매 노인 등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이 요양병원이나 시설에 억지로 입소하지 않고, 자신이 평소 살던 집과 동네에서 일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방문 진료와 주거 환경을 개선해 주는 식이다.
하지만 돌봄통합지원법에 따라 시행되는 ‘주거환경 개선 사업’은 대부분이 문턱 제거, 안전 손잡이 설치, 미끄럼 방지 타일 설치 등 신체 안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진짜 돌봄에는 ‘뇌가 늙지 않는 집’을 만드는 것도 더해져야 않을까.
손혜주 중앙대 핵의학과 교수가 지난 22일 오전 중앙대병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손혜주 중앙대학교 핵의학과 교수는 이 지점에 주목했다. 그는 의사로서 치매를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하는 게 최선의 역할인 줄 알았다. 그러던 어느 날, 치매 진단을 받고 진료실을 나서는 환자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 환자들은 1년에 두 번 병원에 오는 시간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시간을 집 안에서 보내야 한다. 진단이 끝이 아니라 이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데 일조하는 것이 의사의 소명이 아닐까.
뇌를 위한 인테리어인 ‘뉴로테리어(Neuro-terior)’ 개념을 만들고 알리게 된 이유다.
적잖은 이들이 ‘뉴로테리어’를 하려면 부촌(富村)에 살아야 하고 돈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가난이 뇌 노화를 앞당긴다는 건 사실이다(알츠하이머 예방 저널(JPAD), 2023). 그런데 반드시 돈을 많이 들인 공간이 뇌에 좋은 환경은 아니다.
빈부에 따른 건강 격차는 ‘좋은 주거 공간’만으로도 충분히 좁힐 수 있다.
최근 싱가포르에서 나온 연구가 이를 뒷받침한다. 노인 839명의 주거 환경과 뇌 상태를 살펴봤더니 좋은 주거 환경(공간)에 사는 이들은 치매의 전조 증상이 최대 80%까지 적었다. 결정적인 건 연구진이 저소득층만 따로 떼어내서 살펴봤는데, 저소득층 안에서도 좋은 주거 환경에 사는 이들은 전조 증상이 뚜렷하게 적었다(BMC 노인의학 저널, 2024).
치매 진단을 받고 병원을 나서는 한 노인의 뒷모습. 해당 이미지는 AI로 생성한 이미지로 특정 인물과 관계가 없다.
좋은 주거 환경이 뇌를 지킨다는 명제는 이미 전 세계 수많은 연구로 증명됐다. 남은 질문은 하나다. 뇌를 살리고 지켜주는 좋은 집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그래서 내 집을 당장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
이것이 팩트다:이팩트 취재팀은 손 교수의 동의를 얻어 그가 실제 거주하는 30평대 구축 아파트 내부를 깊숙이 취재했다. 수천만원의 인테리어 공사비 없이도 누구나 당장 시작할 수 있는 뇌 친화적 공간 인테리어, 치매 예방 팁들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손 교수가 ‘뉴로테리어’와 관련해 그의 집을 공개하며 뇌 건강을 지키는 공간 솔루션을 얘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