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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전 정약용 설움 달랬다…주모가 끓이는 ‘치유의 음식’

중앙일보

2026.07.29 13:00 2026.07.29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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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영 백끼 ⑧ 자연식

광주시 강진군은 2007년 다산 정약용이 유배 시절 지냈던 동네에 '사의재 저잣거리'를 조성했다. 유배 초기 다산을 받아준 주모의 동상 뒤쪽에 다산이 지냈던 행랑채 '사의재'가 있다.

광주시 강진군은 2007년 다산 정약용이 유배 시절 지냈던 동네에 '사의재 저잣거리'를 조성했다. 유배 초기 다산을 받아준 주모의 동상 뒤쪽에 다산이 지냈던 행랑채 '사의재'가 있다.

남도 밥상은 푸지다. 백반을 주문해도 제육볶음을 내주고, 김치와 젓갈도 서너 종류씩 나온다. 하지만 고칼로리·고염도 식사도 하루 이틀이다. 가끔은 푸성귀로 만든 삼삼한 음식이 당긴다. 강해영(광주시 강진·해남·영암)에는 이른바 ‘자연식’을 잘하는 식당도 많다. 200년 전 다산이 떠먹었던 아욱국부터 도토리로 만든 코스 요리까지, 남다른 사연과 맛을 자랑하는 ‘강해영 자연밥상’을 소개한다.



다산이 즐겨 먹었던 아욱국

다산 정약용(1762~1836)은 1801년 강진으로 유배됐다. 다산이 강진에서 머물렀던 첫 거처를 ‘동문매반가(東門賣飯家)’라 부른다. 동문 밖 밥파는 집, 즉 주막이다. 다산이 강진에 나타나자 다들 “대역죄인이 왔다”며 줄행랑쳤지만, 주모만이 그를 받아줬다. 다산은 제가 먹고 자던 주막집 행랑채를 ‘사의재(四宜齋)’라 불렀다. 생각·용모·언어·동작 네 가지를 반듯이 하는 곳이라는 뜻이다. 다산은 이 행랑채에서 4년을 살았다.
강진 사의재 저잣거리 식당 '동문매반가'는 아욱국과 조밥을 판다. 다산이 해장용으로 즐겨 먹던 음식이다.

강진 사의재 저잣거리 식당 '동문매반가'는 아욱국과 조밥을 판다. 다산이 해장용으로 즐겨 먹던 음식이다.

현재 강진군청에서 동쪽으로 350m 거리의 우물가가 옛날 주막이 있던 자리다. 강진군은 2007년 고증을 거쳐 ‘사의재’를 복원하고 주막집 동문매반가를 열었다. 이 주막집의 대표 음식이 아욱국이다. 유배 시절 다산이 자주 먹었다는 기록을 보고 메뉴에 넣었다. 2016년부터 식당을 운영하는 안경숙(67) 사장이 바지락으로 육수를 내 아욱국을 끓인다. 바지락전을 곁들여 2인분(2만8000원)씩 판다.



밥도 반찬도 신선한 돌솥밥집

해남 대흥사 어귀에 자리한 식당 기송정은 돌솥보리쌈밥을 판다. 갓 지은 밥이 차지고 고소하다.

해남 대흥사 어귀에 자리한 식당 기송정은 돌솥보리쌈밥을 판다. 갓 지은 밥이 차지고 고소하다.

1980년대만 해도 두륜산 대흥사 계곡은 여름마다 피서객으로 북적였다. 1990년대 집단시설지구가 조성되면서 계곡 식당이 절에서 약 2㎞ 떨어진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30년 넘는 역사의 ‘기송정’도 그중 하나다.
기송정은 원래 낙지비빔밥·민어탕 등 여러 음식을 팔았었다. 2019년 부모로부터 식당을 물려받은 백화석(54) 사장이 변화를 선택했다. 메뉴를 돌솥보리쌈밥(1만4000원)으로 통일했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점심에만 영업했다. 백 사장은 신선도에 진심이다. 매형이 운영하는 정미소에서 새로 도정한 쌀과 보리를 쓰고, 밑반찬은 아침마다 그날 점심에 쓸 양만 만든다. 참기름은 비싸도 마을 부녀회에서 만든 걸 사온다. 봄가을에는 재료가 소진돼 일찍 문 닫는 날이 많다.
기송정 식당 안에 걸린 고(故) 백행배씨의 서예 작품.

기송정 식당 안에 걸린 고(故) 백행배씨의 서예 작품.

이 집은 밥이 맛있다. 차지고 윤기 흐르는 돌솥밥이 나온다. 기송은 서화에 심취했던 백 사장의 선친 고(故) 백형배씨의 호다. 식당에 그의 작품이 빼곡하다.



도토리로 만든 탕수육

영암 월출산 어귀에 자리한 식당 '옛터'는 도토리 코스 요리를 판다. 도토리를 건조기에 말려서 요리한 잡채와 탕수육이 별미다.

영암 월출산 어귀에 자리한 식당 '옛터'는 도토리 코스 요리를 판다. 도토리를 건조기에 말려서 요리한 잡채와 탕수육이 별미다.

월출산 최고봉인 천황봉(810.7m)을 오르려면 국립공원 천황탐방지원센터를 들머리로 삼아야 한다. 지원센터 주변에 밥집이 많은데, 영암에서는 드물게 도토리 코스 요리를 내는 식당 ‘옛터’도 있다.
도토리 코스 요리(1인 1만5000원, 3인 이상 주문)를 주문하면 A, B코스 모두 도토리 요리 6가지를 차례로 내준다. 묵·빈대떡·수제비·쟁반국수·묵밥까지, 5가지는 똑같다. A코스는 도토리탕수육, B코스는 도토리잡채가 나오는 것만 다르다. 양경순(58) 사장이 매일 두 차례씩 묵을 쑨다. 2시간 건조한 묵으로 만든 탕수육과 잡채도 별미다. 모든 음식에 고기가 안 들어가는 데도 먹고 나면 든든하다.
도토리 코스 요리를 개발한 옛터 양경순 사장. 그는 하루 두 번씩 신선한 도토리 묵을 쑨다고 한다.

도토리 코스 요리를 개발한 옛터 양경순 사장. 그는 하루 두 번씩 신선한 도토리 묵을 쑨다고 한다.

강원도 홍천 출신인 양 사장은 인천에서 백반집을 하다가 영암에서 농사짓는 오빠의 권유로 2005년 영암에 정착했다. 2012년 지금 자리 근처에서 두부 요리 전문식당 ‘옛터가든’을 열었고, 지난 4월 이곳으로 옮기며 가게 이름도 바꿨다.



최승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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