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MB “금속 악기라 금속노조냐” 서울시향 정체에 실소 터졌다

중앙일보

2026.07.29 13:00 2026.07.29 13:18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제34회 정명훈과 서울시향 개혁


" 안 됩니다. "

정명훈씨는 단호했다. 그럴 법도 했다. 세계 최고 악단들을 지휘하던 명지휘자에게 국내 활동을 부탁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의 거절은 그 때문이 아니었다. 고국에 머물며 일하는 건 그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내가 맡아달라고 부탁한 바로 그 악단에 있었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던 명지휘자 정명훈씨. 중앙포토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던 명지휘자 정명훈씨. 중앙포토

" 서울시향은 절대로 바뀌지 않습니다. 맡을 수 없습니다. "

그랬다. 그가 콕 찍어 거절한 건 서울시향, 즉 서울시립교향악단이었다.

" 소문을 들었습니다. 수준이 너무 떨어져서 거의 못 쓸 정도라더군요. 그런 곳을 맡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

나는 그를 설득하기 위해 비장의 복안까지 내놨다.

" 지금의 시향은 사실상 해체하고 재단법인 형태로 새 시향을 만들 겁니다. 새 시향의 구성과 운영 전반에 걸쳐서 전권을 드리겠습니다. 단원 모집에서부터 운영, 공연까지 모두 원하는 대로 하십시오. "

그래도 그는 굳은 표정을 풀지 않았다. 한참을 설득한 뒤에야 결국 진짜 거절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 시장님, 시장님이 이 바닥을 잘 몰라서 그러십니다. 국내에서 악단을 새로 만들면 거기에 아는 사람을 집어넣으려고 온갖 종류의 ‘백’이 총동원됩니다. 시장님께도 무수히 많은 청탁이 들어올 겁니다. 그러면 결국 시장님께서 사람들을 추천하게 되고, 제가 그걸 거절하기 어려워집니다. "

충분히 이해할 만한 사유였다. 실제 기존 시향 단원 중에는 실력도 없으면서 연줄과 뒷배로 들어온 이들이 적지 않았다. 정 감독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 그래서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 일절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다른 사람도 간섭할 수 없게 하겠습니다. 전적으로 정 선생이 원하는 사람들을 뽑아서 새 시향을 만드십시오. "

그제야 그의 표정이 바뀌기 시작했다.

" 정말 그렇게 하실 수 있겠습니까? "

나는 재차 다짐했다.

" 네, 정말로 그렇게 하겠습니다. "

그러자 그가 못을 박았다.

" 그럼 제가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서 단원을 뽑겠습니다. 지원서는 일절 보지 않고, 뉘 집 자식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연주만 듣고 선택하겠습니다. "

나는 쾌히 승낙했다.

대체 음악인들이 왜 금속노조에? MB 실소 농담에 관계자 ‘빵’터졌다
나는 클래식 음악 애호가다. 현대건설에 입사한 이후 태국 고속도로 건설 현장 파견을 시작으로 외국에 자주 나가면서 본격적으로 클래식에 빠져들었다. 싱가포르 출장 때 큰마음 먹고 당시 전축이라 불렸던 고급 오디오 세트를 구매해 국내로 들여왔다. 지금도 가지고 있는 그 전축으로 거장들의 음악을 원 없이 들었다.
2009년 2월 23일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희망과 나눔의 새봄음악회에 참석해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09년 2월 23일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희망과 나눔의 새봄음악회에 참석해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임원이 된 이후에는 출장길에 뉴욕필하모닉·빈필하모닉·베를린필하모닉 등 세계 최고 교향악단들의 연주회장을 즐겨 찾았다. 런던 출장 때 파리에서 좋은 공연을 한다는 정보를 입수해 밤 비행기로 두 나라를 넘나들면서 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다. 그렇게 클래식에 빠져 열심히 듣다 보니 어지간한 곡은 모두 알게 됐을 뿐 아니라 어느 악단의 연주인지도 구분해낼 정도가 됐다.

당시 서울시향은 서울시가 직영으로 운영하던 세종문화회관의 산하기관이었다. 하지만 서울시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일단 공연 자체가 많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시향은 가뭄에 콩 나듯 드문드문 공연했다. 그리고 미안한 얘기지만 수준이 낮았다.

세계적인 도시로 성장한 서울의 위상에 걸맞은 시향으로 개혁하고 싶었다. 그런데 서울시 담당자가 펄쩍 뛰면서 말렸다.

" 시장님, 안 됩니다. "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 아니, 왜 안 된다는 겁니까? "

그의 입에서 의외의 말이 나왔다.

" 단원들 대부분이 노조원입니다. "

나는 잘 못 들었나 싶어 다시 물었다.

" 노조원요? 아니,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무슨 노동조합입니까? 도대체 음악가가 가입하는 노조는 어떤 노조입니까? "

그가 잠시 주저하더니 입을 열었다.

" 민주노총 금속노조입니다. "

어이가 없었다. 금속노조는 자동차·선박·중장비·철강엔진 등을 만드는 기업의 노동자들이 가입하는 곳이다. 음악가와 금속노조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나는 실소를 섞어 반문했다.

※ 이어지는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URL 링크를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넣으세요.

MB “금속 악기라 금속노조냐” 서울시향 정체에 실소 터졌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49158


서승욱.박진석.김상진.김기정.왕준열([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