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10명 중 3명이 이별 전후 스토킹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혼·별거·동거 종료를 경험한 사람 2명 중 1명은 이별 전후 배우자나 파트너로부터 폭력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평등가족부는 30일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2025년 가정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2024년 8월부터 2025년 7월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9077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가정폭력 실태조사는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난 2004년부터 3년마다 실시하는 전국 단위 조사다.
이번 조사에서는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위치를 확인하거나 일상을 감시하고 온라인 활동을 못하게 하는 등의 ‘디지털 강압적 통제’와 SNS 등으로 반복해 연락하거나 허위사실을 퍼뜨리고 GPS·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으로 위치를 추적하는 등의 ‘기술매개형 스토킹’ 문항을 신설·확대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혼·별거·동거 종료를 경험한 응답자 541명 중 50.0%가 이별 전후 배우자·파트너에게 신체적·성적·경제적·정서적 폭력 중 하나 이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전 조사인 2022년 조사와 비교하면 여성의 피해율은 59.6%로 5.1% 포인트 높아졌다. 남성은 같은 기간 47.4%에서 40.0%로 낮아졌다. 스토킹까지 포함한 5개 유형의 폭력 피해율은 여성 60.5%, 남성 44.1%였다.
특히 이별 전후 스토킹 피해율은 24.1%였다. 여성은 29.1%로 남성 18.9%보다 10.2%포인트 높았다.
성별과 관계없이 남녀 모두 이별 후보다 이별 전에 스토킹 피해를 더 많이 경험했다. 여성 피해율은 이별 전 28.0%·이별 후 11.5%였고, 남성은 각각 18.6%·7.2%였다.
스토킹 유형별로는 피해자의 주변을 찾아오거나 따라다니는 등의 ‘물리적 접근형 스토킹’ 피해가 21.7%였다. SNS 감시나 계정 도용 등을 포함한 ‘기술매개형 스토킹’은 11.9%였다.
두 유형 모두 여성 피해율이 남성보다 높았다. 물리적 접근형 스토킹 피해율은 여성 26.8%, 남성 16.3%였다. 기술매개형 스토킹은 여성 13.7%, 남성 9.9%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는 이별 전 지인에게 연락하거나 찾아간 경우가 16.0%로 가장 많았다. 피해자 가족이나 함께 사는 사람에게 연락하거나 찾아간 경우는 12.2%, 피해자를 직접 찾아오거나 따라다니고 진로를 막은 경우는 8.8%였다.
전화·이메일·메신저·SNS 등으로 반복해서 연락하거나 문자·영상을 전송하는 등 피해는 이별 전 8.0%, 이별 후 4.5%였다. 피해자의 계정에 로그인해 지인에게 메시지를 보내거나 모욕적인 글·사진을 게시한 피해도 각각 4.3%, 2.8%로 조사됐다.
또 이별 전후 스토킹 피해를 당한 여성의 38.2%는 신체적·성적·경제적·정서적 폭력과 통제, 스토킹 등 6개 이상의 폭력 유형을 함께 경험했다. 남성은 8.0%였다.
피해자들의 대응은 다소 소극적으로 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 발생 당시 ‘별다른 대응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응답은 68.5%로 2022년보다 15.2%포인트 증가했다. 피해 경험자의 80.9%는 외부에 도움을 요청한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실제로 폭력을 당하고도 대응하지 않은 이유로 ‘창피하고 자존심 상해서’를 꼽은 비율은 2022년 14.9%에서 2025년 31.4%로 16.5%포인트 증가했다. 해당 응답은 ‘그 순간만 넘기면 될 것 같아서’(36.3%), ‘폭력이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34.0%)에 이어 세 번째였지만, 3년 사이 증가폭은 모든 항목 중 가장 컸다.
성평등부는 이러한 실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스토킹·이별 폭력 심화에 대응해 스토킹 잠정조치 기간 연장과 고위험 피해자 민간경호지능형 폐쇄회로(CC)TV 지원 확대를 추진할 예정이다. 신체적·성적 폭력에 이르지 않는 지배·통제 행위의 처벌 규정을 마련하고, 온라인 스토킹 피해자의 개인정보 삭제 지원을 위한 스토킹방지법 개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폭력에 대한 민감성을 높일 수 있도록 스토킹·교제폭력 등 새로운 유형의 범죄에 관한 맞춤형 예방교육콘텐트도 지속해서 개발·보급한다. 교제폭력·스토킹 ‘레드플래그10’ 등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 홍보물에는 ‘여성긴급전화 1366’ 상담 안내를 담는 등 대국민 홍보도 강화할 방침이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이번 실태조사는 이별 폭력 등 친밀한 관계를 기반으로 한 폭력이 얼마나 심각하고 복합적인지를 분명히 보여준다”며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피해자를 보다 두텁게 지원하는 한편,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예방부터 폭력에 대한 선제적 대응, 사후 보호까지 전 과정에 걸친 피해자 맞춤형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