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9일(현지시간) 이란에 공습을 재개했다. 지난 23일 일시 중단됐던 양측의 군사적 충돌이 엿새만에 재점화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의 보수 공사와 관련한 계획을 발표하던 중 이란전쟁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전날 이란의 기습 공격을 받은 미군은 이날 엿새만에 이란에 대한 공습을 재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공습은 전날 이란이 요르단 미 공군기지를 선제 공격하면서 촉발됐다. 예멘 후티 반군의 개입으로 사우디아라비아가 참전한 데 이어, 러시아쪽 흑해를 비롯해 지중해를 접한 이집트에서도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는 등 전쟁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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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두들겨 패겠다”…엿새만에 전쟁 재개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은 이날 X(옛 트위터)에 “미 동부시간 오후 8시부터 이란에 대한 공습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이란 기준 30일 새벽 3시 30분이다.
미 중부사령부는 29일(현지시간) 이란 내 목표물에 대한 공습 장면을 공개했다. 미군이 이란에 대한 공습을 재개한 건 지난 23일 이후 엿새만이다. 로이터=연합뉴스
공습 재개 이유는 “중동에 주둔 중인 미군을 겨냥한 이란의 공격”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욕설을 섞어가며 “우리는 (이란을) 두들겨 팰 것”이라며 “강력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했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제 우리가 그들을 타격할 차례”라며 “그들은 공격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우리에게 공격하지 말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29일(현지시간) 6일만에 재개된 이란 공습 작전을 위해 전투기가 출격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면서도 “언젠가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 지켜보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또 이번 공격이 “미국과 협상해온 인사들과 다른 세력에 의해 이뤄졌다”며 협상 상대는 이미 사과했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란의 어떤 주체가 사과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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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해진 이란…중동 전체로 전선 확대
미국 언론들은 이란의 전략이 급속도로 대담해졌다는 평가를 내놨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허를 찔렸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란의 전략이 전쟁의 주도권을 잡는 쪽으로 변화했다는 의미다.
이집트 다미에타 주에 위치한 지중해 항구 도시 다미에타. 로이터=연합뉴스
특히 이란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5개월만에 대면 회담을 한 날을 노리고 선제 공격을 감행했다.
CNN은 “미군의 폭격 재개 위험을 무릅쓰고도 압박 수위를 높일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 진단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 지도부가 경제난과 시위 등 정치적 압박에 노출되기보다 전쟁을 더 편하게 본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욱 부담스러워졌다.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를 틀어 막으며 사우디아라비아가 사실상 참전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사우디의 연합 작전은 이미 예멘을 너머 이라크 민병대로까지 확대됐다. 이집트 근해에서도 미국 소유의 액화천연가스(LNG) 저장설비가 드론 공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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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美시설도 타격…중국 개입 가능성
현지시간 27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조롱하는 내용의 대형 광고가 설치돼 있다. AP=연합뉴스
여기에 중국이 이란을 측면 지원할 거란 관측까지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수주 내 어깨 발사형 대공 미사일 발사대 400기를 파키스탄을 경유해 이란에 전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이를 부인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이라면) 놀라운 일”이라면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대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란을 지원할 경우) 내가 꽤 실망할 것이란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러시아가 이란의 공격 대상이 된 중동 내 미군 시설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의혹과 관련해선 상원에 계류 중인 대(對)러시아 제재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고(故) 린지 그레이엄 전 상원의원이 마지막까지 추진해온 법안이다.
2024년 8월 31일에 촬영된 이집트 다미에타 항구의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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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영향 우려”했는데…강요된 선택?
악시오스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네타냐후 총리와의 회담에서 “전쟁이 에너지 시장과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이 우려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쟁으로 인한 유가 인상에 대한 부담감을 피력했다는 의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의 보수 공사와 관련한 계획을 발표하던 중 이란전쟁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전날 이란의 기습 공격을 받은 미군은 이날 엿새만에 이란에 대한 공습을 재개했다. AP=연합뉴스
반면 네타냐후 총리는 합의 도출에 대한 회의적 입장을 밝히며 “군사적·비군사적 수단을 통해 이란 경제를 계속 압박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사실상 군사적 행동을 전제로 한 전방위 압박의 필요성을 강조했을 가능성이 있다.
회담에선 이란과의 합의 도출, 해상 봉쇄 유지와 경제 압박 가중, 군사적 타격 등 3가지 방안이 선택지로 제시됐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합의를 우선순위로 놓고 군사적 타격을 플랜B로 설정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7일(현지시간) 린지 그레이엄 전 상원의원의 장례식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지 않은 상황에서 이란은 오히려 선제 공격을 가했다. 결국 이날 미군의 대응 공습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선 일종의 ‘강요된 선택’이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