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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못해 월세라도 벌려다…” 주식 물린 2030 개미들 비명

중앙일보

2026.07.29 22:42 2026.07.30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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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일 종가와 비교해 69.68포인트(p)(1.23%) 하락한 5593.56을 나타내고 있다.  코스닥은 전일 대비17.90포인트(p)(2.70%) 하락한 644.78로 마감했다. 뉴스1

3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일 종가와 비교해 69.68포인트(p)(1.23%) 하락한 5593.56을 나타내고 있다. 코스닥은 전일 대비17.90포인트(p)(2.70%) 하락한 644.78로 마감했다. 뉴스1

#서울의 한 사립대학교 계약직으로 일하는 취업준비생 고모(32)씨는 평소 월급 대부분을 주식에 투자했다. 고씨는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월세 등 고정비용이라도 줄여보기 위해 약간의 생활비를 제외하고는 모두 주식 계좌에 넣었다”며 “최근에는 코스피 지수가 계속 폭락해 손실이 커져 걱정된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현재까지 1000만원가량 손실을 봤지만, 현금화는 하지 않은 상태다.

#워킹 홀리데이(여행 중인 해외 국가에서 단기 취업을 할 수 있는 제도) 자금을 모으기 위해 주식 투자를 하는 윤모(22)씨는 상장지수펀드(ETF)와 대기업 우량주 위주로 투자했다가 약 400만원을 잃었다. 윤씨는 “장기 투자를 생각했기 때문에 아직 현금화를 하지 않은 상태”라면서도 “저축으로 돈을 모으고 대출을 받아도 주택마련 등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얘기가 많이 들리니 청년 세대가 주식으로 몰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며칠 째 장 마감 기준 코스피 하락이 이어지며 20·30대 투자자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투자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점점 커지는 세대 내 양극화와 안정적인 자산 형성이 어려운 현실이 청년들을 더 큰 위험으로 내몰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시내 주요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 뉴스1

서울 시내 주요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 뉴스1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일보다 69.68포인트(1.23%) 내린 5593.56에 장 마감 했다. 장 초반에는 보합권에서 등락을 오갔지만, 개인이 1조원 넘게 순매도 하며 결국 반등에 실패했다. 지난달 19일 장중 코스피 사상 최고점이었던 9385.59 대비로는 약 한 달 만에 40.4% 떨어졌다.

최근 극심해진 주식 시장의 변동성은 투자자의 손실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번 주 코스피는 사상 처음으로 이틀 연속 서킷 브레이커(20분 동안매매 정지)가 발동됐으며 프로그램 매도호가의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사이드카도 이달에만 23차례 발동됐다.

이런 단기간 내 급격한 등락은 고점에 진입한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을 키우고 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3000~4000 수준이던 코스피 지수가 올해 크게 높아지며 주식 투자를 하지 않고 있던 이들의 투자 심리를 키웠고, 소규모 자본으로도 주식을 시작하는 젊은 층이 늘게 됐다”며 “미국·이란 전쟁 등 다양한 요인으로 변동성이 심한 상황에서는 수익만큼이나 손실을 보기도 쉽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이런 상황 자체가 익숙지 않았을 것”이라고 짚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국내 주요 10개 증권사로부터 제출받은 ‘주차별·연령별 신용융자 잔고 현황’에 따르면, 올해 4월 둘째 주 기준 20대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423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888억원)과 비교 2배 넘게 증가한 규모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서 주식을 사는 거래 방식으로,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클수록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한 자금이 많다는 뜻이다. 올해 상반기 하나·KB·NH투자증권의 연령대별 신규 계좌 개설 건수도 20·30대가 34만2749건으로 타 세대에 비해 많았다.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 주식시장 정상화를 위한 모임이 설치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 폐지 촉구 근조화환이 설치돼 있다. 뉴스1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 주식시장 정상화를 위한 모임이 설치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 폐지 촉구 근조화환이 설치돼 있다. 뉴스1


청년층이 다른 세대보다 고위험 투자에 내몰리기 쉬운 배경에는 심화한 자산 양극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행의 ‘우리 경제 가계 양극화의 실태와 파급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순자산과 소득이 모두 1분위인 가구 중 청년층(20·30대) 비중은 2020년 7.9%에서 지난해 15.2%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자산 격차가 타 세대보다 빠르게 확대돼 상대적 박탈감과 자산 형성 압박도 커졌다는 의미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 등 다른 자산이 없는 청년의 경우 단기간에 빠르게 자산을 늘리고자 하는 목적으로 투자에 나섰을 것”이라며 “역설적으로 이들은 소득 대비 투자 비중이 높기 때문에 금액 규모와 무관하게 체감하는 충격이 더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치권도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서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각종 공약과 정책이 주식시장을 움직일 수 있다는 기대를 키웠고, 정부 역시 시장의 안정성을 지나치게 강조했다”며 “투자로 인한 손실을 정부가 보전해줄 수는 없지만, 정책 신호가 판단에 영향을 준 만큼 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유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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