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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한국 가야 살아요”…1만㎞ 날아온 ‘모로코 삼부자 기적’

중앙일보

2026.07.29 23:28 2026.07.30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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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메드 씨가 자신의 간이식 수술을 집도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이승규 석좌교수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모하메드 씨가 자신의 간이식 수술을 집도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이승규 석좌교수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아버지, 한국에 가셔야만 살 수 있어요.”
프랑스에서 심장외과 의사로 일하는 모로코인 오마르 엘 케타니(30)씨는 아버지 모하메드 엘 케타니(64)씨를 이렇게 설득했다. 프랑스 병원은 간 기능이 거의 사라진 말기간부전에 간암까지 겹친 아버지에게 이식 불가 판정을 내렸다. 암이 빠르게 진행하는 상황이라서 뇌사자의 간을 기다릴 수도 없었다.

마지막 희망은 가족이 간 일부를 나눠주는 생체간이식. 모하메드와 두 아들은 약 1만㎞를 날아 한국으로 왔다. 지난 5월 22일 세 사람은 나란히 수술대에 올랐고, 17시간에 걸친 수술 끝에 두 아들의 간 일부가 아버지에게 성공적으로 이식됐다.

서울아산병원은 모하메드에게 두 아들의 간 일부를 함께 이식하는 ‘2대1 생체간이식’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고 30일 밝혔다. 모하메드의 투병은 20년 전 C형 간염에 걸리며 시작됐다. 간염은 나아졌지만, 오랜 투병 탓에 간의 85%가 손상됐고 간경화와 간부전이 남았다.

설상가상으로 2025년 말 프랑스에서 간이식 대기자 검사를 받다가 간암 초기 진단을 받았다. 종양으로 가는 혈관을 막는 색전술로 암을 제거했지만 지난 2월 6㎝ 크기의 새 종양이 확인됐다. 암은 소화기관에서 나온 혈액을 간으로 보내는 굵은 혈관인 문맥까지 파고들었다. 프랑스 의료진은 이식이 어렵다고 판단해 그를 뇌사자 장기 이식 대기 명단에서 제외했다.

두 아들은 세계 간이식센터의 논문을 뒤졌다. 오마르와 형 하침 엘 케타니(33)가 택한 곳은 한 해 약 400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생체간이식 수술을 시행하는 서울아산병원이었다.

아버지는 자신 때문에 두 아들이 간을 내주다가 위험해질 수 있다며 한국행을 거부했다. 두 아들은 “서울아산병원에서는 간 기증자가 숨진 사례가 한 번도 없었다”며 아버지를 설득했다. 결국 삼부자는 지난 4월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모로코 삼부자 가족이 2대1 생체간이식 수술을 집도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의료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첫 번째부터 문덕복·송기원 교수, 기증자인 첫째 아들 하침 씨, 수혜자의 아내, 수혜자 모하메드 씨, 기증자인 둘째 아들 오마르 씨, 정동환 교수·이승규 석좌교수.

모로코 삼부자 가족이 2대1 생체간이식 수술을 집도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의료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첫 번째부터 문덕복·송기원 교수, 기증자인 첫째 아들 하침 씨, 수혜자의 아내, 수혜자 모하메드 씨, 기증자인 둘째 아들 오마르 씨, 정동환 교수·이승규 석좌교수.

수술은 쉽지 않았다. 모하메드는 체중이 135㎏에 달해 한 사람의 간만으로는 필요한 크기를 채우기 어려웠다. 의료진은 두 기증자에게서 간 일부를 받아 한 환자에게 이식하는 2대1 생체간이식을 결정했다. 첫째는 간의 왼쪽 부분인 좌엽, 둘째는 오른쪽 부분인 우엽을 내놓았다. 둘째는 아버지와 혈액형도 달랐다. 하지만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이 혈액형 불일치 간이식을 1100례 넘게 시행한 경험이 있어 수술이 가능했다.

지난 5월 22일 오전 8시, 서울아산병원 3개 수술실에 동시에 불이 켜졌다. 두 곳에서는 첫째 아들의 간 좌엽과 둘째 아들의 간 우엽을 떼어내는 수술이, 다른 한 곳에서는 아버지의 병든 간을 제거하는 수술이 시작됐다. 수술실마다 의료진 10명가량이 투입됐다.

암이 문맥까지 침범한 것으로 의심된 만큼 의료진은 종양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는 ‘무접촉 기법’으로 아버지의 간 전체를 절제했다. 두 아들의 간을 이식하는 과정에서도 뜻밖의 고비가 생겼다. 이식할 오른쪽 간이 들어가기에는 아버지의 횡격막 아래 공간이 예상보다 좁았다.

의료진은 오른쪽 신장을 배 앞쪽 아래로 조금 옮겨 공간을 확보한 뒤 간을 안정적으로 자리 잡게 했다. 17시간에 걸친 수술은 다음 날 새벽에야 끝났다. 마침내 두 아들의 간 일부가 아버지의 몸에 무사히 이식됐고, 세 사람은 수술 뒤 순조롭게 회복했다.

이 수술이 가능했던 배경엔 서울아산병원이 쌓아온 2대1 생체간이식 경험이 있다. 한 사람의 간만으로 환자에게 필요한 양을 채우기 어렵거나, 기증자에게 남는 간이 너무 적어 안전을 위협할 때 두 사람의 간 일부를 함께 이식하는 수술이다.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석좌교수가 2000년 세계 최초로 고안했으며, 병원은 이번 수술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은 664례를 시행했다.

이 교수는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모로코 삼부자가 머나먼 한국까지 찾아온 것은 우리나라 간이식 수준을 세계가 인정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전 세계 말기간질환 및 간암 환자들이 건강을 되찾고 새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 의료진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모하메드는 “한국행을 결심한 두 아들 덕분에 기적처럼 건강을 되찾았다”며 “한 생명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한국 의료진이 우리 가족에게 새 삶을 선사했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아들 오마르도 “의료 기술뿐 아니라 환자를 진심으로 대하는 태도에 감명받았다. 언젠가 서울아산병원에서 연수받고 싶다”고 했다.



이에스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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