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9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 위치한 윌리엄 맥체스니 마틴 주니어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건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다섯 차례 연속 동결했지만, 내부에서는 금리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표결과 비둘기적(통화 완화 선호)으로 해석된 기자회견이 엇갈리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은 오히려 커졌다.
Fed는 2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유지했다. 결정문에선 “중동 갈등에 따른 불확실성 속에서도 견조한 경제 성장과 강한 생산성, 안정적인 고용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는 근거를 들었다.
이날 베스 해맥(클리블랜드), 닐 카시카리(미니애폴리스), 로리 로건(댈러스) 등 3명의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주장했다. 한 방향으로 3명의 반대표가 나온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블룸버그는 “분열된 투표 결과는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더 높은 금리가 필요하다고 보는 일부 위원들의 확신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케빈 워시 Fed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완화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 목표는 없으며, 오직 2% 목표만 있다”며 물가 안정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다만 “금리 인상은 해결책의 일부일 수 있지만 유일한 해법은 아니다”라며 금리 인상을 위한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하지 않았다.
김경진 기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ed가 지난 회의와 사실상 동일한 정책결정문을 유지하면서 워시 의장의 강한 물가 안정 의지가 행동이 아닌 수사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JP모건의 수석이코노미스트 마이클 페롤리는 “워시의 발언은 화려한 수사는 많았지만 일관된 거시경제 관점은 부족해 무엇을 의미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는 “시장 예상보다 완화적인 금리 동결”로 평가했다.
시장은 Fed의 의중을 읽지 못하며 크게 흔들렸다. 이날 다우지수는 2.19%,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52%, 나스닥지수는 1.74% 하락했다. 30년물 미 국채금리는 5.21%까지 올라 2007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수석이코노미스트 토르스텐 슬록은 “Fed가 정책 가이던스(사전 예고)를 사실상 거둬들이면서 미 국채 금리가 요요처럼 위아래로 널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65.2%로 나타났다. EY-파르테논의 그레고리 다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워시 의장을 제외한 위원들의 인플레이션 용인 범위는 이제 매우 좁아졌다”며 “물가(상승률)가 예상보다 의미 있게 높게 나오면 9월 금리 인상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비둘기적이면서도 혼란스럽다(Doved and Confused)’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Fed가 정책 신뢰를 회복해야 할 필요성이 확대될수록, 다른 조건이 같다면 9월 금리 인상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