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총장 김동원) 보건환경융합과학부 강지승 교수 연구팀이 살충제 노출과 건강 결과의 연관성을 체계적으로 평가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는 고려대 김민성 연구원, 경희대 연동건 교수, 황영택·손예준 연구원이 참여했다. 연구팀은 53편의 메타분석 연구에서 보고된 살충제 노출과 건강 결과 사이의 연관성 235개를 종합 평가했다. 분석 대상이 된 주요 연관성 77개 가운데 37개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건강 위험 증가가 확인됐다.
가장 높은 근거 수준으로 평가된 항목은 DDE(디클로로디페닐디클로로에틸렌) 노출에 따른 당뇨병 위험 증가와 유기염소계 살충제 노출에 따른 갑상선기능저하증 위험 증가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DDE 노출은 당뇨병 위험을 51%, 유기염소계 살충제 노출은 갑상선기능저하증 위험을 23%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DDE는 과거 방역과 농약용으로 사용됐으나 현재는 금지된 유기염소계 살충제 DDT(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가 분해되며 생기는 물질이다. 체내 지방 조직과 환경에 오래 남아 내분비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잔류성 화학물질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과거 잔류 물질뿐 아니라 현재 사용되는 다양한 살충제 성분의 건강 위험도 함께 분석했다. 대표적 제초제 성분인 파라콰트 노출은 파킨슨병 발생 위험을 1.64배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살충제 노출은 알츠하이머병 1.32배,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1.46배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었다. 호흡기 질환에서는 소아 하기도 감염과 특발성 폐섬유증 등에서 위험 신호가 확인됐다.
태아와 아동기 노출 위험도 제시됐다. 하위그룹 분석 결과, 임신 중 살충제에 노출될 경우 소아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발생 위험이 1.97배로 높아지는 것으로 관찰됐다.
강지승 교수는 “이번 연구는 살충제 노출의 건강 영향을 특정 질환 하나에 국한하지 않고 대사·내분비계, 신경계, 호흡기계, 암 등 인체 전반에 걸쳐 종합적으로 분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간 체내와 환경에 잔류할 수 있는 농약 물질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와 노출 저감 정책을 마련하는 데 과학적 근거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