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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에 멈춰선 구마모토 TSMC…“반도체 장비 미세 진동에도 취약, 재개에 시일 걸려” [르포]

중앙일보

2026.07.30 02:36 2026.07.30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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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일본 구마모토 기쿠요마치에 있는 TSMC 일본 자회사 JASM 제1공장. 28일 강진의 여파로 가동이 멈춘 상태다. 유성운 특파원

30일 일본 구마모토 기쿠요마치에 있는 TSMC 일본 자회사 JASM 제1공장. 28일 강진의 여파로 가동이 멈춘 상태다. 유성운 특파원

30일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에 있는 TSMC 일본 자회사 JASM의 제1공장은 외부 차량과 인적 움직임이 거의 없는 조용한 모습이었다. 이틀 전 구마모토를 덮친 규모 7.1 강진의 여파다. 반도체 부흥을 내건 일본 정부가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와 야심차게 추진한 반도체 공장도 생산 차질을 피하지 못했다.

공장은 28일 지진 직후 생산라인 가동을 멈추고 직원들을 대피시켰다. TSMC는 건물 안전이 확인됐고 전력·용수·안전시스템도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원자재 공급에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제조장비는 점검과 조정 작업이 계속되고 있으며, 지진의 흔들림이 컸던 만큼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날 공장 앞에서 만난 관계자는 “일부 직원들은 나와 있다”면서도 “언제 공장이 재개될지는 모르겠다. 본사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에 있는 소니세미컨덕터매뉴팩처링의 구마모토 테크놀로지센터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이곳은 지진 발생 직후부터 생산 활동을 멈췄다. 회사 측은 건물과 부대시설의 피해 상황을 확인 중이라고 밝힌 상태다.

일본 언론들은 반도체 공장의 특성상 미세한 진동에도 생산 장비와 웨이퍼 상태를 정밀 점검해야 해 조업 재개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전력과 용수 공급, 물류망 정상화도 재가동을 결정하는 변수다.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일본 경제는 물론 글로벌 공급망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30일 구마모토 인근 우키시애서 주민들이 물을 받으려 줄을 서 있다. 유성운 특파원

30일 구마모토 인근 우키시애서 주민들이 물을 받으려 줄을 서 있다. 유성운 특파원


구마모토현 일대는 큰 고비를 넘기고 차츰 안정을 되찾고 있지만, 피해가 집중된 지역에서는 구조와 복구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지진 피해가 컸던 구마모토시 남쪽 우키시와 야쓰시로시에선 정전과 단수 등으로 여전히 일상생활이 어려운 상태다.

이날 우키시청 앞에는 급수를 받기 위해 주민들이 물통을 들고 길게 늘어서 있었다. 50대 남성은 “언제 물이 다시 나오게 될지 모르겠다. 화장실도 사용할 수 없어서 용변을 위해 이곳까지 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곳에는 약 10여개의 간이 화장실이 놓여 있었다.

30일 구마모토 인근 우키시의 한 편의점 매대가 텅 비어 있다. 유성운 특파원

30일 구마모토 인근 우키시의 한 편의점 매대가 텅 비어 있다. 유성운 특파원

지진 피해를 입은 일본 구마모토 인근 우키시의 한 카페. 유성운 특파원

지진 피해를 입은 일본 구마모토 인근 우키시의 한 카페. 유성운 특파원

주변에 영업 중인 가게도 보기 어려웠다. 편의점은 대부분 ‘긴급 상황으로 휴점’이라는 팻말을 내건 채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1시간 여 만에 발견한 편의점에는 오니기리 등 식료품과 물, 녹차 등이 진열대에서 모두 사라진 채, 맥주 등 알코올 음료나 아이스크림 등만 남겨진 상태였다.

또 다른 카페에서는 내부 집기가 어지러진 채였다. 마치 지진 직후 사람들이 뛰쳐나간 직후의 모습인 듯 했다.

30일 구마모토 인근 야쓰시로시에서 28일 지진으로 무너진 집이 방치돼있다. 유성운 특파원

30일 구마모토 인근 야쓰시로시에서 28일 지진으로 무너진 집이 방치돼있다. 유성운 특파원

야쓰시로시는 더욱 심각했다. 도로 곳곳이 균열이 있거나 뒤틀려 있어서 운전을 하면서도 몇 차례 길을 돌아가야 했다. 서너집 건너 한집꼴로 지붕이 모두 내려앉아 지진이 강타한 28일의 처참한 상황을 짐작하게 했다.

주민들은 비닐하우스나 임시 천막을 쳐 놓고 집안의 물건들을 집 밖으로 가지고 나와 있기도 했다. 도로 곳곳에는 전신주가 휘어지거나 쓰러져 길을 막고 있기도 했다.
30일 구마모토 인근 야쓰시로시에서 28일 지진으로 집들이 무너져있다. 유성운 특파원

30일 구마모토 인근 야쓰시로시에서 28일 지진으로 집들이 무너져있다. 유성운 특파원

굴뚝 일부가 부러져 무너진 일본제지 공장도 이곳에 있다. 매몰됐던 11명 가운데 8명의 사망이 확인됐고 2명이 부상했으며 1명은 생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과 소방은 구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인명 피해도 계속 늘고 있다. 구마모토현 재해대책본부는 30일 오후 4시 회의에서 재해 관련성을 조사 중인 사례를 포함해 사망자가 34명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지진 직후 폭발이 일어난 가시마마치의 ‘이온몰 구마모토’에서는 이날 오후 사망자가 7명으로 늘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여진도 계속되고 있다. 29일 오후 10시 19분쯤 구마모토현 일대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해 일본 기상청 기준 최대 진도 5약의 흔들림이 관측됐다. 이후에도 크고 작은 지진이 이어지면서 주민들은 불안 속에 밤을 보냈다. 붕괴 우려가 있는 건물과 구조 현장에서는 여진 때마다 작업이 중단되고 있다.

교통과 생활 기반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규슈 신칸센은 하카타와 지쿠고후나고야 구간에서 일부 운행을 재개했지만, 구마모토와 가고시마추오 방면은 운행 중단이 이어지고 있다.

구마모토현에는 피난소 420곳이 설치돼 8698명이 머물고 있다. 구마모토·나가사키현 11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약 8만4000가구가 단수 상태다.

30일 구마모토 인근 야쓰시로시에서 28일 지진으로 전신주가 기울어져 있다. 유성운 특파원

30일 구마모토 인근 야쓰시로시에서 28일 지진으로 전신주가 기울어져 있다. 유성운 특파원

의료 현장의 피해도 적지 않다. 29일 오후 2시 기준 구마모토현 내 병원 44곳에서 건물이나 설비 피해가 확인됐고, 이 가운데 14곳에서는 인공투석 치료가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폭염까지 겹치면서 피난소와 단수 지역에서는 열사병과 위생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성운([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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