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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츠 틀고 호통에 망신주기… 국회, 축구협회 청문회 전술부재

중앙일보

2026.07.30 03:26 2026.07.30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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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3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현안 관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3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현안 관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대한축구협회의 행정 난맥상을 규명하겠다며 열린 국회 청문회가 소모적 질의와 정쟁, 그리고 호통과 망신주기로 얼룩졌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호통이 쏟아지면서 협회 운영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성적 부진에 대한 구조적 문제점 및 책임 소재를 규명하겠다는 개최 취지는 뒷전이었다. 정작 답변을 충분히 듣거나 청문회를 통해 새롭게 밝혀낸 사실은 없었고, 정치권의 보여주기식 질의만 되풀이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30일 국회에서 대한축구협회 청문회를 열고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 홍명보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등을 상대로 월드컵 성적 부진과 협회 운영 전반을 따져 물었다. 하지만 일부 의원의 질의가 핵심을 벗어나거나 정치 공방으로 이어졌다. 청문회장에서는 “국회가 우습냐”는 식의 질책과 고성이 반복됐으며, 일부 의원은 질문을 던진 뒤 증인이 설명을 시작하면 말을 끊거나 “묻는 말에만 답하라”고 몰아붙이며 답변을 막아섰다.

시작부터 축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정치 공방을 벌였다.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에 정부 책임은 없냐”고 물은 뒤 이재명 대통령이 조별리그 탈락 후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거론했다. 김 의원이 “대통령께서 ‘전직 감독이 무능해서 그렇다, 그것이 내 편 때문에 내 편을 인사해서 그렇다’ 이런 말씀은 그 상황에서 적절했냐”고 묻자,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왜 대통령님을 끌어들이나. 이번 청문회에 충실하게 진행해 주시기 바란다”고 맞섰고, 김 의원은 “대통령 얘기를 하면 안 되냐”며 대립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 현안 관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 현안 관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정확성을 담보할 수 없는 동영상을 근거로 감독 권한인 선수 기용과 전술을 비전문가인 국회의원들이 따져 묻는 ‘축구 전술 청문회’ 양상도 펼쳐졌다.

특히 최민희 의원은 지난달 25일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조별리그 3차전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당시 쇼츠 동영상을 제시하며 “이강인 선수가 ‘지금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손흥민 출전시켜야 한다’고 하는 거다. 김진규 코치가 들었다는 거다. 들었는가”라고 물었다.

김 전 코치가 “들었는데, 저게 손흥민 선수가 아니라...”라고 답하자 최 의원은 말을 끊으며 “잠깐만요. ‘남아공전에 손흥민 등등이 출전 못 한 게 홍명보의 보복 차원이었다’는데”라고 되물었다.

김 전 코치는 “그런 건(보복) 전혀 없었다. (이강인이 이야기한 건 손흥민이 아니라) 조규성 선수였다”고 사실관계를 바로잡았다. 실제 해당 동영상 자막에는 이강인이 ‘재성이형 지금 들어가야 돼’라고 말한 것으로 나와 있다. 동영상은 손흥민이 아닌 이재성을 가리킨 것이었다. 게다가 손흥민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경기에 나서 이미 뛰고 있었다.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 게 드러났는데도 최 의원은 김 전 코치에게 답변할 시간조차 주지 않은 채 “왜 졌나” “왜 그렇게 졸전을 벌였나”라며 호통과 질책을 이어갔다.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은 남아공전 실점 이후 전술적 변화가 없었던 점을 문제 삼았다. 이에 홍 전 감독은 “전술적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5명의 공격수를 전방에 두고 3명의 수비수를 두는데 상대 역습에 대비한 것”이라고 답했다. 정 의원이 “변화를 느끼지 못한 것 같다. 선수들이 알아서 대처했어야 하는 거냐”고 재차 묻자 홍 전 감독은 “감독은 결과가 좋지 않으면 모든 것이 실패로 돌아간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 안에서 전술적 운영은 분명히 있었다”고 반박했다.

감독 선임 과정의 이른바 ‘빵집 면접’과 학맥 카르텔에 대한 추궁도 이어졌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2024년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와 홍 전 감독의 빵집 만남을 지적하며 부끄럽지 않냐고 물었고, 홍 전 감독은 “특혜나 이익을 요구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고려대 출신 카르텔 질의에 대해 정 전 회장은 “재임 중 임명한 남자 대표팀 감독 25명 중 고려대 출신은 1명뿐”이라며 해명했다.

홍명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 현안 관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홍명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 현안 관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청문회를 지켜본 축구 팬들은 깊은 실망감을 나타냈다. 한국 축구의 미래와 발전 방향, 감독 선임 과정에서의 전력강화위원회 독립성 확보 등 구조적 개혁을 위한 건설적인 논의는 사라지고, 사실에 근거하지도 않은 말다툼과 호통만 남았기 때문이다. 팬들은 2018년 국정감사에서 선동열 야구대표팀 감독을 불러 전문성을 무시하고 망신주기에 치중했던 상황이 또 나왔다고 한탄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는 홍 전 감독 임명 논란의 핵심 당사자인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 등 주요 증인이 불참한 가운데, 정작 검증되어야 할 HDC현대산업개발 임원의 협회 사유화 논란이나 법인카드 사용 문제 등은 단편적인 추궁에 그쳤다.

장혜수 스포츠선임기자



장혜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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