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에서 온 모하메드 엘 케타니(가운데)가 기증자인 두 아들, 2대1 생체간이식 수술을 집도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의료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모하메드는 “다시 생명을 선물해준 한국 의료진에 평생 감사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문덕복·송기원 교수, 첫째 아들 하침, 수혜자의 아내, 모하메드, 둘째 아들 오마르, 정동환 교수, 이승규 석좌교수. [사진 서울아산병원]
“한국에 가셔야 살 수 있어요.”
프랑스에서 심장외과 의사로 일하는 모로코인 오마르 엘 케타니(30)는 아버지 모하메드 엘 케타니(64)를 이렇게 설득했다. 프랑스 병원은 간 기능이 거의 사라진 말기간부전에 간암까지 겹친 아버지에게 이식 불가 판정을 내렸다. 암이 빠르게 진행하는 상황이라서 뇌사자의 간을 기다릴 수도 없었다.
마지막 희망은 가족이 간 일부를 나눠주는 생체간이식. 모하메드와 두 아들은 약 1만㎞를 날아 한국을 찾았다. 지난 5월 세 사람은 나란히 수술대에 올랐고, 17시간에 걸친 수술 끝에 두 아들의 간 일부가 아버지에게 이식됐다.
서울아산병원은 모하메드에게 두 아들의 간 일부를 함께 의식하는 ‘2대1 생체간이식’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고 30일 밝혔다. 모하메드는 20년 전 C형 간염에 걸렸다. 간염은 나아졌지만, 오랜 투병에 간의 85%가 손상됐고 간경화·간부전이 남았다. 설상가상 2025년 말 간이식 대기자 검사를 받다가 간암을 발견했다. 일단 암을 제거했지만 지난 2월 6㎝ 크기의 새 종양이 확인됐다. 암은 소화기관에서 나온 혈액을 간으로 보내는 굵은 혈관인 문맥까지 파고들었다. 프랑스 의료진은 이식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그를 장기 이식 대기 명단에서 제외했다.
두 아들은 세계 간이식센터의 논문을 뒤졌다. 오마르와 형 하침 엘 케타니(33)가 고심 끝에 택한 곳은 한 해 약 400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생체간이식 수술을 시행하는 서울아산병원이었다. 당초 아버지는 한국행을 거부했다. 두 아들이 간을 내주다 위험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들들은 “서울아산병원에서 간 기증자가 숨진 사례가 없었다”며 설득했다. 결국 삼부자는 지난 4월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수술은 쉽지 않았다. 모하메드의 체중은 135㎏에 달해, 한 명의 간으로 필요한 크기를 채우기 어려웠다. 의료진은 두 기증자에게서 간 일부를 받아 한 환자에게 이식하는 2대1 생체간이식을 결정했다. 첫째는 간의 왼쪽 부분인 좌엽, 둘째는 우엽을 내놓았다. 둘째는 아버지와 혈액형이 달랐지만 서울아산병원은 혈액형 불일치 간이식을 1100례 넘게 시행한 경험이 있었다.
지난 5월 22일 오전 8시, 수술실 3곳이 동시에 불이 켜졌다. 두 곳은 첫째·둘째의 간 일부를 떼어내는 수술, 다른 한 곳은 아버지의 병든 간을 제거하는 수술이 진행됐다. 수술은 다음 날 새벽에야 끝났다. 두 아들의 간 일부가 아버지에게 무사히 이식됐고, 세 사람은 순조롭게 회복했다.
서울아산병원은 2대1 생체간이식 경험이 많다. 이번 수술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은 664례를 기록했다.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석좌교수가 2000년 세계 최초로 고안했다. 이 교수는 “모로코 삼부자가 한국까지 찾아온 것은 우리나라 간이식 수준을 세계가 인정한 것”이라며 “전 세계 말기간질환 및 간암 환자들이 건강을 되찾고 새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 의료진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모하메드는 “한국행을 결심한 두 아들 덕분에 건강을 되찾았다”며 “한국 의료진이 우리 가족에게 새 삶을 선사했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아들 오마르도 “의료 기술뿐 아니라 환자를 진심으로 대하는 태도에 감명받았다. 언젠가 서울아산병원에서 연수받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