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메이저리그(MLB) 마운드를 호령했던 돈 드라이스데일은 “타석에 내 할머니가 들어서더라도 나는 몸쪽을 던지겠다”고 했다. 투수에게 몸쪽 승부는 포기할 수 없는 생존 전략이라는 뜻이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커티스 테일러와 삼성 라이온즈 미야지 유라 역시 드라이스데일처럼 타자 몸쪽을 과감하게 파고드는 공격적 성향의 투수들이다. 그러나 제구가 담보되지 않는다면 몸쪽 공은 상대의 선수 생명을 위협하는 흉기가 된다.
지난 29일 창원 KT 위즈전 4회초. NC 선발투수 테일러의 시속 147㎞ 투심 패스트볼이 KT 허경민의 얼굴로 향했다. 쓰러진 허경민은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고, 테일러는 헤드샷 자동 퇴장 규정에 따라 마운드에서 물러났다. 허경민에겐 올 시즌 벌써 두 번째 헤드샷이었다.
테일러는 지난 4월 24일 대전 한화전에서도 노시환의 머리를 맞혀 퇴장당했다. 앞서 SSG 고명준과 조형우 역시 테일러의 몸쪽 투심에 각각 손목 골절과 갈비뼈 부상을 입었다. 4월까지 3할대 타율을 기록하던 고명준은 두 달간 자리를 비운 뒤 타격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공에 맞은 타자들은 장기간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미야지. [뉴시스]
올 시즌 1위 삼성도 아시아쿼터 미야지의 제구 불안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미야지는 지난 26일 잠실 두산전에서 강승호의 머리 쪽으로 공을 던져 조기 교체됐다. 헤드샷 퇴장은 아니었지만 벤치에서 교체 사인을 냈다. 앞서 수차례 위협구 논란을 자초한 미야지는 결국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삼성은 대체 선수를 물색 중이다.
두 투수가 고의로 타자를 맞히려 한 것은 아니겠지만, 넘치는 의욕과 구위에 비해 제구라는 안전장치가 미흡했다. 요즘 프로야구에서 가장 무서운 투수가 된 이유다.
헤드샷은 맞은 타자뿐 아니라 투수와 팀 전체에도 깊은 상흔을 남긴다. 공을 던진 투수 역시 죄책감과 ‘또 머리를 맞히면 어쩌지’라는 트라우마로 입스(Yips)에 빠지기 쉽고, 몸쪽 승부를 피하다 투구 패턴이 단순해지는 약점을 노출한다. 벤치클리어링 등 팀 간 갈등과 보복 투구 위험, 리그 차원의 징계와 ‘위험한 투수’라는 낙인도 무거운 짐이다. 선발 투수의 조기 퇴장으로 불펜이 과부하에 걸리면 감독의 연전 구상마저 크게 꼬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