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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값 올라도 넉다운…코스피는 긴축이 걱정스럽다

중앙일보

2026.07.30 08:02 2026.07.30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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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와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3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와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불과 한 달 전 고환율로 인한 외국인 투자자 이탈을 걱정했던 국내 증시가 환율이 하락세(원화가치 상승)로 돌아섰는데도 맥을 못 추고 있다. 이달 내내 환율 급락을 촉발한 통화 긴축 국면이 증시에 더 큰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30일 오후 3시 3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9.3원 내린 1437.4원에 마감했다. 이란 전쟁이 발발하기 이틀 전인 지난 2월 26일(1425.8원)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환율은 지난 1일 고점(1555.8원)을 찍은 뒤 약 한 달 만에 7.6% 미끄러졌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환율 급락에도 증시는 하락세를 멈추지 않았다. 보통 원-달러 환율이 내리면 달러로 환산한 원화 자산(주식)의 가치가 올라서 증시에는 호재로 작용한다. 하지만 코스피는 이날 1.23% 하락하며 5593.56에 거래를 마쳤다. 사흘 연속 내림세다.

이달 들어 외국인 매수세도 지지부진했다. 지난 1일부터 30일까지 코스피에서 개인은 24조1369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외국인은 15조9324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환율 하락=외국인 매수세 증가’라는 공식이 통하지 않고 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국내 증시가 이처럼 얼어붙은 표면적 이유는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투자 둔화 우려다. 여기에 한국과 미국에 드리운 긴축 공포도 증시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 증시의 ‘연료’인 현금 유동성을 제약하는 흐름이기 때문이다. 이란 전쟁 재개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 AI 투자 확대 등 공급과 수요 양쪽에서 물가 상승 요인이 지속하면 중앙은행은 긴축 기조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이미 지난 1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확정(현재 연 2.75%)하고, 명확한 통화 긴축 방침을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 환율 하락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배문성 라이프자산운용 크레딧팀장은 “최근 한은이 Fed보다 상대적으로 금리 인상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인 것이 원-달러 환율 하락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은 최근 환율 하락세를 대체로 긍정적으로 보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에 따른 달러 유입, 수출 기업의 달러 매도 등 단기적이고 수급적인 요인으로 환율이 하락세를 보였다”며 “이 같은 요인이 사라지면, 지정학적 갈등 고조 등으로 달러 수요가 늘면서 다시 고환율 기조로 돌아설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Fed는 오는 9월쯤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며 “미국도 경기 확장 국면이 이어지고 있어, Fed의 매파적 태도는 계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긴축 고삐를 세게 죄면 달러 강세로 환율은 다시 오를 수(원화 약세) 있다.

문제는 국내 증시가 환율 하락 효과를 누리지도 못한 채 급락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환시장이 고환율 기조로 돌아서면, 고환율·고유가·고금리라는 ‘3중고’가 다시 증시를 짓누를 우려도 제기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시적 요인들이 사라지면 다시 환율이 오를 수 있고, 중동 긴장 격화로 고유가도 장기화할 전망”이라며 “여기에 한은이 연 3.25%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면, 한국 증시는 더욱 힘든 상황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도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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