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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련의 시시각각] 염치가 없다

중앙일보

2026.07.30 08:16 2026.07.30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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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련 콘텐트3부국장 겸 기업연구부장

박수련 콘텐트3부국장 겸 기업연구부장

공포에 물든 한 주였다. 대공황의 출발점이 된 1929년 10월 24일 월가의 검은 목요일(-12.4%) 수준의 폭락장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코스피 고점(종가 기준 9114.55, 6월 22일)에서 5500대로 지수가 추락하는 데는 한 달이면 족했다. 이 충격이 우리 경제에 얼마나 긴 그림자를 남길지, 고통의 시간을 개미 투자자들이 견딜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삼전닉스 레버리지’가 키운 폭락
책임은 회피하고 대책은 안일
‘이 정부 믿을 수 있나’ 가늠자

이번 대폭락이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 둔화나 중국 반도체의 추격 때문이었을까. 영향이 있지만 이미 어느 정도 반영된 변수였다. 한국이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을 제외하고 코스피의 극심한 변동성을 초래한 최대 원인은 삼전닉스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ETF라는 게 국내외 투자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반도체 빅2 기업이 시총의 절반 이상인 코스피에 투기성 상품을 풀어놓은 정부 책임이 크다는 거다.

시장을 이 지경으로 만든 정책 책임자라면 사태 수습에 총력을 다해야 하는 게 순리다. 그런데 지난 27일 오전 기막힌 유체이탈 발언이 지구 반대편 브라질에서 날아왔다. “한국 시장 특성 때문에 (변동성이) 증폭되는 면이 있다” “레버리지 ETF로 이런 현상이 도드라져 보일 수는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파생상품 비중이 크다는 점, 개인투자자가 많고 역동적 투자를 한다는 점, 투자자 구성 등을 진지하게 한번 들여다봐야 할 시점이다”. 대통령 순방에 동행 중인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한국 주가 폭락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답한 말이다.

개미의 투기성에 폭락 원인을 떠넘기고 대외 변수 영향으로 자신의 책임을 희석하려는 게 아니고서야, 문제의 레버리지 상품 허용을 금융위원회에 종용한 장본인이 할 소리인가. 게다가 ‘이제’ 들여다봐야 할 시점이라니, 염치가 없다.

김 실장은 그간 여러 차례 설화를 일으켰다. 지난달 말엔 김어준 유튜브에 출연해 “세계 5위권인 코스피가 2~3년 뒤엔 3강에 오를 것”이라며 “내기하자”고 했다. 1500만 개미 투자자들이 정책실장의 내기 장기판의 말이 돼버렸다. 이전에도 SNS에 ‘구조적 초과수익’ ‘진짜냐 할 정도로 낯선 숫자’ ‘잔인한 금융’ 등의 말들로 논란을 일으켰다. 정책의 여론 수용성을 높이는 데 필요한 활동이었다고 해도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실장님 뜻대로 하라”고 힘을 실어준 참모라면 누린 권한만큼 책임도 무겁다.

올해 7월의 코스피 대폭락은 훗날 이재명 정부의 공과를 평가할 때 상징적으로 기록될 사건이다. 시장의 생리를 아는 정부라면 주식시장의 앞날을 장담하지 않는다. 그런데 여당 정치인들은 물론 대통령 핵심 참모까지 코스피가 지속 상승할 거라고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한국 시장에 맞지 않는 투기성 상품을 무리하게 밀어붙였고, 금융당국은 여러 종목을 섞어 위험을 분산하는 ETF 성격이 전혀 없는 단일종목 추종 상품을 ETF로 팔게 허용했다. 최근 내놓고 있는 사후 대처는 여전히 안일하다. 더 과감하게 문제의 상품을 시장에서 퇴출할 방법을 내놨어야 했다.

여기에, 상승장에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보유 비율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탓에 이젠 코스피 비중을 줄이기도 어려워진 국민 노후자금 운용 방식까지. 정부에 대한 신뢰는 이렇게 무너져 간다. ‘코스피는 카지노’라는 글로벌 낙인에서 벗어나려면 다시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게 됐다.

그럼에도 누구 하나 책임지고 물러나는 이가 없다면, 이 정권의 가장 큰 잘못은 ‘몰염치’로 기록될 것이다. 검찰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가 몰고 올 역풍 못지않게 이번 대폭락에 대한 정부의 후속 조치는 2년 뒤 총선 성적표를 가늠할 변수다.

이재명 대통령은 주가든, 가격이든 “조작하면 패가망신”이라며 엄벌주의를 강조해 왔다. 그런 대통령이 참모의 치명적 실책에 계속 침묵을 지킨다면 정부에 대한 신뢰는 또 한번 무너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선택만 남았다.





박수련([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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