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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제 칼럼] 경제정책, 반도체 호황 너머를 보는 시각 가져야

중앙일보

2026.07.30 08:18 2026.07.30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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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제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조윤제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국가 지도자는 그 나라가 처한 당시 시대적 상황과 도전에 얼마나 적절히 대응했는가, 그 과정에서 무엇을 남기게 되었는가에 의해 평가받게 된다. 이재명 대통령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아직 그의 임기는 4년 가까이 남았다. 지금까지 그는 명석한 두뇌와 대단한 에너지로 정책의 구석구석을 열심히 챙기고 국정운영과 대외관계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의 시대는 그가 한국 정치, 경제, 사회에 남긴 유산에 의해 평가받게 될 것이다.

반도체 초호황은 영구하지 않으나
정책대응은 지속적 유산 남기게 돼
양극화 고착, 인플레 압력 경계하며
역동적 시장 생태계 조성 주력해야

지금 대한민국은 지구촌 어느 나라와 같이 국제질서의 대변화, AI 디지털 혁명이라는 시대적 전환기의 소용돌이 속에 놓여있다. 또한 미·중 갈등 심화라는 지정학적 상황 변화의 중심에 놓여있다. 우리에게 수십 년 만에 천시와 지리가 모두 변하고 있는 것이다. 유리하게 변하는 면도, 불리하게 변하는 면도 있다. AI 시대의 도래는 IT 산업강국 한국에 더 큰 기회를 열어주고, 미·중 갈등으로 인한 대중국 기술·무역제재는 중국산업의 부상으로 함몰 위기에 놓였던 조선, 방산 등 주요 산업에 숨통을 틔우고 부흥의 기회를 주고 있다. 중국의 빠른 기술추격으로 격차가 좁혀지던 반도체산업도 수혜자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질서 변화와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동시에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만만찮은 비용청구서를 내밀고 있기도 하다. 중국의 무서운 첨단기술 굴기가 우리 산업의 목을 전방위로 조이게 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외교안보정책은 실용 노선을 취하며 대체로 잘 대응해 오고 있다. 경제정책도 집권 후 빠르게 경제를 안정시키고, 추경 등으로 경기회복, 증시활황을 이끌어내었다. 그러나 최근 우리 경제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지금 이에 대해 적극성과 동시에 경각심을 가지고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난 1, 2분기 우리나라 GDP의 명목성장률은 두 자릿수로 추정되고 있다. 수십 년 만에 마주하는 수치다. AI 투자 붐으로 반도체가격과 수출이 급등한 것이 주 이유다. 최근 전망되는 두 반도체기업의 전대미문의 영업이익규모나 성장률은 정부나 시장을 들뜨게 하기 충분하다. 그러나 지금 경제정책은 이 반도체 초호황 너머를 바라보는 시각을 가져야 하고, 그러한 시각에서 준비되고 실행되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초호황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임에 반해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우리경제에 지속적 유산을 남겨놓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초호황이 가져올 효과 중 경계해야 할 부분은 특히 양극화 심화와 물가·자산가격 상승 압력이다. 지난 1년 진행되어온 수도권 부동산, 증시의 급등과 반도체기업의 이익 급증은 그 것만으로도 이미 개인들의 부의 분배를 악화시키고, 기업과 노동부문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경제정책은 국가의 생산과 분배를 결정해 나가는 일이다. 국가라는 공동체에는 이 둘이 모두 중요하다. 반도체산업은 지금 한국의 큰 전략적 자산이며 그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국가가 적극 지원해나가야 한다. 그러나 국가의 보다 더 중요한 역할은 건강한 시장생태계를 키우고 새로운 산업과 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지며 부상해 끊임없이 혁신을 이루어 나가는 역동성 있는 경제 환경을 조성하고, 유지해 주는 것이다. 한국경제가 반도체산업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두 기업에 과도한 의존성을 갖고 이를 고착화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집중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경제구조 변화는 반드시 정치, 사회적 변화로 이어지게 된다.

2차 산업혁명과 대규모 이민 유입으로 19세기 후반 미국은 영국을 앞지르고 세계 최대 산업강국으로 부상하면서 록펠러, 카네기 등 철도, 철강, 석유, 금융재벌들이 부상해 소위 ‘도금시대(Gilded Age)’를 누리게 되었다. 사회는 들떠 있었고, 정치와 기업의 유착, 사치, 부패, 분배악화, 노사갈등이 확산되어 나갔다. 크고 작은 금융위기도 이어졌다. 이러한 부정적 측면들이 깊어지자 미국의 정치는 진보주의시대를 열면서 반독점, 공공규제, 금융개혁, 노동개혁을 통해 성장과 공정, 분배의 균형을 모색하게 되었다. 미국이 최강국을 유지하게 된 것은 도금시대때문만이 아니라, 그 이후 경쟁과 혁신의 질서를 다시 세웠기 때문이라고 경제사학자들은 평가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다시 심화된 경제적 양극화가 오늘의 미국 정치와 미국이라는 나라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는 우리가 익히 보고 있는 바다.

예상치 못했던 초호황은 한국경제에 축복인 동시에 국가운영의 시험시기이기도 하다. 이를 십분 활용해 국가경제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이고 미래경쟁력 강화와 안정적 성장 기반을 갖추도록 정책이 설계되고, 운용되길 바란다. 정부가 지금 취하는 정책이 미래의 경제구조와 정치·사회에 미칠 영향까지 보는 시각을 가질 때, 반도체 초호황은 일시적 특수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반으로 남게 될 것이다.

조윤제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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