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월세라도 벌려고…” 빚투 1년새 2배, 20대 곡소리 더 큰 이유

중앙일보

2026.07.30 13:00 2026.07.30 13:22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국내 증시가 3일 연속 폭락하며 개인투자자들이 패닉에 휩싸였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일보다 69.68포인트(1.23%) 내린 5593.56에 장을 마감했다. 삼성전자 콘퍼런스콜이 시작된 오전 10시 상승 전환해 한때 6000 탈환을 시도했으나 이내 꺾였다.

한 투자자는 “살려고 대출받아 주식을 했는데 희망이 없다”며 “삶을 정리해야 할 것 같다”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렸다. X(옛 트위터)의 한 이용자는 “강제 청산당하고 인생이 망했다고 소리 지르며 회사 복도에서 우는 부장이 있다. 대출을 다 쓰고 노후자금까지 털었다고 한다”고 적었다. 한 증권사 커뮤니티 내 ‘코덱스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구매한 이용자들이 쓰는 게시판에는 “피 같은 중도금 3억원을 이 종목에 날렸다. 다들 주식으로 돈을 벌 때 악착같이 모은 돈으로 아파트를 계약했다. 중도금 지불까지 남은 기간에 레버리지 교육을 듣고 투기를 했다”는 내용도 보였다.

혼란스러운 시장 상황에 특히 20·30대 투자자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계약직으로 일하는 취업준비생 고모(32)씨는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월세 등 고정비용이라도 줄여보기 위해 약간의 생활비를 제외하고는 모두 주식 계좌에 넣었다”며 “최근 손실이 커져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윤모(22)씨는 상장지수펀드(ETF)와 대기업 우량주 위주로 투자했다가 약 400만원을 잃었다. 그는 “저축으로 돈을 모으고 대출을 받아도 주택 마련 등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얘기가 많이 들리니 청년 세대가 주식으로 몰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국내 주요 10개 증권사로부터 제출받은 ‘주차별·연령별 신용융자 잔고 현황’에 따르면, 올해 4월 둘째 주 기준 20대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423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888억원)과 비교해 2배 넘게 증가한 규모다. 올해 상반기 하나·KB·NH투자증권의 연령대별 신규 계좌 개설 건수도 20·30대가 34만2749건으로 타 세대에 비해 많았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3000~4000 수준이던 코스피 지수가 올해 크게 높아지며 주식 투자를 하지 않고 있던 이들의 투자 심리를 키웠고, 소규모 자본으로도 주식을 시작하는 젊은 층이 늘게 됐다”며 “다양한 요인으로 변동성이 심한 상황에서는 수익만큼이나 손실을 보기도 쉽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이런 상황 자체가 익숙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청년층이 다른 세대보다 고위험 투자에 내몰리기 쉬운 배경에는 심화한 자산 양극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행의 ‘우리 경제 가계 양극화의 실태와 파급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순자산과 소득이 모두 1분위인 가구 중 청년층(20·30대) 비중은 2020년 7.9%에서 지난해 15.2%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자산 격차가 타 세대보다 빠르게 확대돼 상대적 박탈감과 자산 형성 압박도 커졌다는 의미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 등 다른 자산이 없는 청년의 경우 단기간에 빠르게 자산을 늘리고자 하는 목적으로 투자에 나섰을 것”이라며 “역설적으로 이들은 소득 대비 투자 비중이 높기 때문에 금액 규모와 무관하게 체감하는 충격이 더 크다”고 짚었다. 그는 “투자로 인한 손실을 정부가 보전해 줄 수는 없지만, 정책 신호가 판단에 영향을 준 만큼 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유림.최혜리([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