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에 있는 공군사관학교는 1985년 서울 대방동에서 청주캠퍼스로 이전했다. 사진은 공군사관학교 정문에 있는 상징탑. 김성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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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주변 상인들 상권 위축 우려
지난 29일 오전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 공군사관학교 정문. 도로변 식당가에서 만난 매운탕집 주인 석모(64)씨가 “멀쩡한 사관학교를 왜 옮기려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개업 6년 차라는 석씨는 “안 그래도 장사가 시원치 않은 마당에 공사 마저 떠나면 먹고 살기가 더 힘들 것 같다”며 “교직원·군 간부 단골에 의존하던 영세 업주들의 피해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사람의 생계가 걸린 공사 이전 문제는 섣불리 결정하면 안 된다”고 토로했다.
이모(45)씨는 “어버이날 행사나 각종 영내 행사 때 단체 손님 덕을 크게 봤다”며 “공사를 옮기면 문 닫는 가게가 많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삼겹살집 주인 조모(77)씨는 “공사로 출장 오는 군인과 공사·정비 인력이 가게를 자주 찾았다. 이전하더라도 지역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 신송리의 한 교차로에 비행장 존치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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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도·교직원 등 2000여 명 생활…남일면 “인구유지 보탬”
정부가 육·해·공군사관학교를 통합한 4년제 국군사관학교를 대전 자운대에 창설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비수도권에 있는 청주·경남 창원시 주민을 비롯해 정치권이 반발하고 있다. 창원시 진해구에는 해군사관학교가 있다. 창원에선 “지역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결정에 반대한다”는 이전 반대 의견이 압도적이다. 청주에선 공사 이전에 따른 상권 위축 우려와 함께 “이참에 공사와 비행장을 패키지로 옮겨달라”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장교 양성 효율화와 3군(軍) 합동성 강화를 이유로 통합사관학교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공사(空士)는 서울 대방동에서 1985년 청주로 옮긴 공군 장교 양성 교육시설이다. 정문에서 1.7㎞ 떨어진 곳에 생도들의 조종 훈련을 담당하는 제55교육비행전대가 있다. 이날 공사 주변 신송·가산·효촌리 일대 상공에는 55전대 성무비행장에서 뜬 훈련기가 활공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공사 안에는 생도 800여 명과 교수와 장병 등 2000여 명이 생활하고 있다.
공군사관학교 면회실에서 한 관람객이 공사 역사가 담긴 전시물을 보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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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빼가고, 비행장 남기면 머리띠 두를 것”
남기월 남일면 이장단협의회장은 “공사는 남일면의 인구 유입 효과와 재해·재난 대민지원, 경로당 물품 지원 등 지역사회에 공익적 기능을 담당해왔다”며 “국가 안보·장교 양성 시설로 인해 수십년간 비행장 소음 피해를 감당해 온 주민들 사이에선 ‘비행장까지 옮겨달라’는 요구가 많다”고 했다. 이어 “조만간 비대위를 결성해 주민 의견을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성무비행장 근처에서 만난 신송2리 주민 안모(69)씨는 “알맹이(공사)만 빼가고 애물단지(비행장)만 남기는 최악의 상황이 생기면 머리띠를 두르고서라도 이전을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 김모(68)씨는 “밤낮으로 뜨고 내리는 훈련기 소리 때문에 전화 통화도 어렵고, 여름에 창문을 못 열고 잔다”며 “암소가 깜짝 놀라 새끼를 유산했다는 말도 자주 듣는다”고 했다.
육군·해군·공군사관학교 총동창회 회원들이 지난 8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육·해·공군사관학교 통폐합 및 육군사관학교 지방 이전 반대 총궐기 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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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정치권 반발 “내륙 이전 효율성 떨어뜨릴 것”
창원 지역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해사(海士) 이전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강기윤 창원시장을 비롯해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과 창원시와 진해구 쪽 민주당 지방의원까지 “공론화 과정을 거쳐달라”며 이전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강 시장은 “해군사관학교는 진해의 역사와 정체성을 함께해온 도시의 핵심 기반시설인 만큼, 지역사회와의 충분한 소통과 공론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남도의회 의원들은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해군사관학교 이전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도의회는 해군 장교 양성은 바다를 기반으로 한 현장 교육이 핵심인 만큼 내륙 이전은 교육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지역경제와 국가균형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장희 창원대 법학과 교수는 “바다가 아닌 육지에서 함정 실습과 항해 훈련, 해양생존 훈련 교육을 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80년간 진해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해사가 이전하면 상권 붕괴와 인구 유출로 지역 경제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해군기지 때문에 개발이 불가능해 정부가 이전 대가로 줄 수 있는 당근도 없는 상황”이라며 “창원대에 해군 학군단을 만들어 학사 장교 양성 과정을 설립하는 게 소소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두영 균형발전지방분권충북본부 공동대표는 “사관학교라는 지역의 중요 자원을 빼가면서 충분한 숙의를 거치지 않은 것은 문제”라며 “사관학교를 대체할 수 있는 지역적 배려가 따르지 않으면 반발을 잠재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국군사관학교 창설과 관련해 다음 달 공청회를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