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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졌어요?" "사과하세요" "대통령 왜 끌어들이나"...본질 놓친 대한축구협회 청문회

OSEN

2026.07.3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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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박준형 기자]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 현안 관련 청문회가 진행됐다.이날 청문회에는 홍명보 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과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이 참석했다.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이 선서문을 전달한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2026.07.30 / soul1014@osen.co.kr  사진=국회사진기자단

[OSEN=박준형 기자]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 현안 관련 청문회가 진행됐다.이날 청문회에는 홍명보 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과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이 참석했다.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이 선서문을 전달한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2026.07.30 / [email protected] 사진=국회사진기자단


[OSEN=정승우 기자] 대한축구협회의 불투명한 행정과 반복된 절차 논란을 파헤칠 기회였다. 축구 팬들이 기다린 것은 감독 선임 과정의 최종 결정권자와 책임 소재, 협회의 폐쇄적인 운영 구조를 확인하는 질문이었다.

실제 청문회의 모습은 기대와 거리가 멀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30일 대한축구협회 청문회를 열었다. 이번 청문회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과 협회 운영 전반의 공정성·투명성을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회가 확인해야 할 문제는 적지 않았다. 전력강화위원회가 어떤 과정을 거쳐 감독 후보를 추렸는지, 정해성 전 위원장 사퇴 이후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에게 감독 선임 관련 권한이 어떻게 넘어갔는지, 정몽규 전 회장이 어느 단계에서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살펴야 했다.

천안 축구종합센터 건립 과정에서 제출된 도면과 실제 설계가 달라진 경위, 문체부 출신 고위 관료들의 협회 임원 취업, 협회 채용 과정과 이사회의 역할도 점검 대상이었다.

일부 의원은 구체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이 문제들을 파고들었다. 완공 이후 새로 작성된 것으로 확인된 축구종합센터 도면과 국고보조금 사용 문제, 협회 직원 채용 인원 확대 과정 등은 추가 감사와 조사가 필요한 사안으로 떠올랐다.

청문회의 상당한 시간은 다른 방식으로 흘러갔다. 핵심 실무자인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는 해외 취업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감독 선임 절차를 직접 진행한 인물이 빠진 자리에서 관련 질문은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에게 집중됐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홍 전 감독에게 자택 인근에서 이임생 전 이사를 만난 과정과 별도의 프레젠테이션 없이 감독으로 선임된 점을 추궁했다.

홍 전 감독은 자신이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이 아니었고, 협회가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제안하러 온 것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답변은 자주 끊겼다. 배 의원은 "낯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느냐", "절차적 무시와 행정 누락이 있었다고 실토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이어 "사과하면 좋겠다"라며 거듭 사과를 요구했다.

홍 전 감독은 선임 절차의 당사자이자 결과적으로 그 과정을 통해 감독이 된 인물이다. 당시 만남의 내용과 본인이 인식한 절차, 특혜를 요구했는지는 충분히 물을 수 있다.

전력강화위원회의 권한 위임과 행정 절차가 적법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해당 절차를 설계하고 집행한 협회 관계자가 해야 한다.

이임생 전 이사가 없는 자리에서 국회는 홍 전 감독에게 절차 붕괴를 '실토'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질문의 대상부터 어긋났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경기 결과를 둘러싼 질의는 청문회의 목적에서 더 멀어졌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촬영된 유튜브 영상을 제시했다.

영상에는 이강인과 김진규 전 대표팀 코치가 대화하는 모습이 담겼다. 최 의원은 이를 근거로 손흥민과 이재성의 결장이 홍명보 전 감독의 보복성 선수 기용이었는지 물었다.

김 전 코치는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라고 답했다.

최 의원은 "여기는 국회다. 위증하면 안 된다"라고 재차 압박한 뒤 "손흥민과 이재성이 출전하지 않은 것이 패인이라고 축구 팬들은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 왜 졌느냐", "왜 그렇게 졸전을 벌이고 졌느냐"고 반복해 물었다.

김 전 코치는 손흥민과 이재성이 뛰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 의원은 답변 도중 "왜 졌느냐고요", "축구 팬들이 틀렸다는 것이냐"라고 말을 끊었다. 질의 마지막에는 "저런 태도 때문에 좋은 선수들을 데리고 한국 축구가 이 모양"이라고 말했다.

특정 경기의 패인은 하나의 이유로 정리되지 않는다. 선수들의 몸 상태와 상대 전술, 공격 전개, 수비 조직, 경기 중 판단과 교체까지 여러 요소를 함께 살펴야 한다. 두 선수의 결장이 결정적인 패인이었다고 전제한 뒤 다른 답변을 내놓은 코치에게 "팬들이 틀렸다는 것이냐"라고 묻는 방식으로는 경기의 실체에 접근하기 어렵다.

유튜브 영상 속 짧은 장면은 '보복 기용'이라는 중대한 의혹의 근거가 됐다. 영상의 전체 맥락과 당시 벤치의 지시, 선수 상태에 대한 구체적인 확인은 뒤따르지 않았다.

이날 위원장도 청문회의 취지를 "경기에 왜 졌느냐"를 묻는 것이 아니라고 정리했다.

선수들을 하나의 팀으로 조직할 기술적인 고민이 협회에 있었는지, 이를 감당할 감독이 적절한 절차를 통해 선임됐는지를 확인하는 자리라는 설명이었다.

청문회 초반에는 의원들끼리 언성을 높이는 장면도 나왔다.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문체부 장관에게 월드컵 탈락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물은 뒤 이재명 대통령의 소셜 미디어 글을 꺼냈다.

이 대통령이 대표팀의 실패를 '조직과 인사의 실패', '내 편 인사' 문제로 지적한 것이 적절했는지 묻는 데서 시작했다.

질의는 곧 정부의 지난 1년 인사 전반과 문화계 인사설로 넘어갔다. 김 의원은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가 특정 자리에 오를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거나 누군가는 영부인과 통화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축구협회 운영과 직접적인 관련이 확인되지 않은 풍문이었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곧바로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했다.

최 의원은 "지금 이 자리는 대한축구협회의 30년 묵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지혜를 모으는 자리"라며 "시작부터 왜 대통령님을 끌어들이느냐"고 지적했다. 위원장에게도 주제에서 벗어난 발언을 제지해달라고 요구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이 월드컵 탈락과 축구에 대해 언급했는데 그 발언이 국민의 마음을 달래고 축구를 재건하는 데 도움이 됐는지 말도 못 하느냐"라고 맞받았다.

이어 "이 자리에서 대통령 이야기를 하면 안 되느냐",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대통령 발언을 이야기하는 것이 왜 안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이냐", "언성을 높이지 말라"는 말까지 오갔다. 이재정 문체위원장은 의원들의 진중함과 정확성, 적합함도 국민이 보고 있다며 사안에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질문의 표현도 여러 차례 논란을 자초했다. 홍 전 감독에게는 2002년 월드컵 당시 언론이 붙인 '영원한 리베로', '덕장', '지장'이라는 평가를 기억하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어 한때 국민적 영웅이었던 홍 전 감독이 '졸장'으로 축구 인생을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며 비애감을 느꼈다는 평가가 제시됐다. "국민을 분통 터지게 하는 원흉", "졸전의 원흉"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감독은 결과에 책임지는 자리다. 홍 전 감독도 월드컵 성적과 대표팀 운영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20여 년 전 자신에게 붙은 수식어를 기억하는지, 자신의 몰락을 보며 비애감을 느끼는지 묻는 것이 협회 운영과 감독 선임 절차의 진실을 밝히는 데 어떤 도움이 되는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한 의원은 이임생 전 이사에게 감독 선임 관련 권한이 넘어간 과정이 불법이며 직권남용과 권리행사방해에 해당한다고 단정했다.

정몽규 전 회장이 정해성 전 위원장의 추천과 이후 진행 과정을 설명하려 하자 "대한민국 축구를 망쳐놓고 창피하지 않느냐", "왜 부끄러움은 국민이 느껴야 하느냐"고 몰아붙였다.

권한 위임의 적법성은 청문회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문제다.

법률적인 판단이 나오기 전 특정 범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하고, 답변을 듣기보다 수치심을 요구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문체부 출신 고위 관료가 협회 임원으로 이동한 과정에서는 '관피아 4인방', '꿀단지', '뇌물', "정몽규 왕국'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전직 감독기관 관계자가 피감기관 성격의 단체에서 보수와 법인카드를 받았다면 이해충돌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취업 심사를 거쳤는지, 실제 역할과 보수는 무엇인지, 재직 시절 인맥이 협회의 대관 업무에 활용됐는지를 자료로 입증해야 한다.

축구 팬들이 원한 청문회는 누군가에게 모욕을 주는 장면이 아니었다.

누가 감독 후보를 선정했는지, 어떤 평가 기준이 적용됐는지, 전력강화위원회의 결정은 어디까지 유효했는지, 이임생 전 이사와 정몽규 전 회장이 각각 어떤 권한을 행사했는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대표팀에 일관된 기술 철학이 있었는지, 협회 이사회가 실제 의사결정 기구로 기능했는지, 반복된 행정 실패에도 내부 견제와 감독이 작동하지 않은 이유를 듣고 싶었던 자리였다.

청문회에서는 분명 의미 있는 의혹과 자료도 나왔다. 축구종합센터 도면 작성 시점과 국고보조금 사용 문제, 협회 직원 채용 과정, 문체부 출신 인사의 협회 재취업, 대한체육회의 관리·감독 부재는 후속 조사로 이어져야 한다.

그 의미는 호통과 정쟁, 대상이 어긋난 질문에 가려졌다. 핵심 증인은 자리에 없었다. 남은 증인에게는 답변보다 사과와 실토가 요구됐다. 일부 팬의 해석은 사실처럼 사용됐고 의원들은 대통령과 영부인 관련 풍문을 놓고 서로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축구협회가 왜 신뢰를 잃었는지 확인하겠다던 청문회였다.

팬들이 보고 싶었던 것은 정확한 질문과 구체적인 답변,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책임이었다. 이날 국회가 보여준 모습은 그 기대와 많이 달랐다. /[email protected]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제공


정승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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