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국내 첨단·전략산업에 장기 투자하는 ‘한국판 국부펀드’가 내년 출범한다.
정부는 31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한국판 전략형 국부펀드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본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전략형 국부펀드는 국내 전략산업에 만기나 청산 시점을 두지 않는 ‘초장기 인내자본’을 공급하고, 해외 투자를 끌어들이는 앵커 투자자 역할을 맡는다. 정부 자산의 투자 수익으로 중장기 재정 지출 증가에도 대비한다는 취지다. 싱가포르는 테마섹 등 국부펀드의 투자 수익으로 연간 예산의 약 20%를 충당하고 있다.
펀드는 외환보유액 운용기관인 한국투자공사(KIC)에 별도의 ‘전략산업 투자계정’을 신설하는 방식으로 만든다. 초기 자본금은 ‘20조원+α’ 규모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정부 보유 공공기관 주식 16조원 이상과 상속·증여세 대신 받은 물납주식 4조원을 출자한다.
공익적 목적으로 기부되는 현금과 유가증권도 재원으로 활용한다. 기부자에게는 명예의 전당 헌액이나 출입국 우대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투자 대상은 AI와 반도체 등 전략산업, 데이터센터·에너지 클러스터 등 기간산업, 해외 공급망 핵심 기업이다. 대출이나 보증 대신 직접 지분을 취득하고 의결권도 행사한다. 기업가치 제고와 국가 핵심 기술 보호,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어까지 염두에 둔 전략적 투자다.
운용 수익은 재투자와 정부 배당, 국고 환수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투자 수익에 비과세 특례를 적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부는 다음 달 한국투자공사법 개정안을 발의해 연내 국회 통과를 추진하고, 내년부터 펀드를 가동할 계획이다.
한편 정부는 이날 ‘공장 화재 안전 강화 방안’도 발표했다. 대규모 인명 피해를 낸 공장 화재가 잇따르고, 공급망과 고용 등 산업 생태계 전반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내년 말까지 전국 공장과 창고 19만동을 대상으로 처음 범정부 실태조사를 벌인다. 연면적 500㎡ 이상이 대상이며, 위험물 보관소 등 고위험 사업장은 500㎡ 미만도 포함한다. 전국 공장·창고 73만동의 약 26%다. 불법 증축 등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즉시 개선하도록 하고, 조사 결과는 전산화해 위험 요인과 개선 이력을 관리한다.
공장 화재 예방 집중 신고 기간도 운영한다. 우수 신고 포상금을 확대하고, 내부 공익신고로 과징금이나 벌금 등이 부과·환수되면 해당 금액의 최대 30%를 포상금으로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화재 안전 기준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한다. 위험물 시설에는 불연 외장재 사용을 의무화하고, 일반 공장에는 내화 구조와 준불연 외장재 적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연면적 5000㎡ 이상 공장은 모든 층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한다. 현재는 4층 이상 건물 중 바닥 면적이 1000㎡ 이상인 층에만 설치 의무가 있다.
안전 투자에 대한 재정·금융·세제 지원도 확대한다. 중소·중견기업이 화재·폭발 예방 장비와 물품을 구매할 경우 향후 5년간 총 200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1조2500억원 규모의 ‘화재 제로·안전 투자’ 대출 프로그램도 신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