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영화 '호프' 패러디 영상. 호프 속 외계인 '바미기르'가 촬영장에서 인터뷰하는 모습을 상상해 담았다.[유튜브 '[패러디] 주연의 무게'(Hone5204) 캡처]
400만 관객을 향해 가는 영화 ‘호프’ 해석 열풍이 인공지능(AI) 기술과 만나 진화하고 있다. 10년 전 ‘곡성’ 때는 대화와 텍스트 위주의 해석과 토론이 활발했는데, 지금은 생성형 AI 기반의 영상으로 만든 2차 창작물이 유튜브 등 동영상 기반의 플랫폼을 중심으로 봇물처럼 쏟아지며 재치있는 해석과 풍자가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31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호프’는 전날까지 누적 관객 377만명을 기록했다. 개봉 후 1위를 달리던 박스오피스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개봉(29일) 이후 2위로 내려왔지만, 유튜브에는 영화의 배경이 되는 각종 프리퀄(작품보다 앞선 시점 영화의 배경이 되는 이야기) 등 AI로 만든 콘텐트가 쏟아지고 있다.
주인공은 주로 외계인이다. 지난 5월 열린 칸 국제영화제 당시부터 경쟁 부문에 진출한 ‘호프’의 외계인 컴퓨터그래픽(CG) 품질 논란이 거센 탓에 개봉 당시부터 관심이 컸던 데다 사건의 배경이 되는 외계인 서사가 영화 안에서 충분히 설명되지 않아 해석의 여지가 많은 탓이다. 지난 21일에 개시돼 10만회 가까운 조회수를 올린 ‘호프 프리퀄 1부-제국의 마지막 희망’이란 제목의 영상은 외계인 행성에서 벌어진 내전으로 위기에 몰린 황제 ‘쿠얼’이 ‘조르’에게 왕자 ‘칼리’를 데리고 탈출할 것을 탈출한 지시하는 내용이다. “이 영상을 쿠키로 틀었으면 전체 스토리를 납득할 수 있었을 것” 등의 댓글 350여개가 달렸다. 프리퀄 영상들은 나홍진 감독이 인터뷰를 통해 설명한 설정을 기반으로, 대개 호포항(영화 속 가상의 지명)에 불시착한 외계인들이 행성을 급히 탈출하는 내용을 그럴듯한 이미지와 대사로 풀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영상으로 영화 '호프' 속 외계인 서사를 상상해 만든 2차 창작물. 호포항에 불시착한 우주선이 '쿠얼의 함선'에서 탈출하는 모습. [유튜브 ‘호프 프리퀄 1부-제국의 마지막 희망’ 캡처( 20pictures20)]
짤막한 코믹 영상도 인기다. 영화 속 외계인 ‘바미기르’ ‘조르’ ‘마베이요’가 토크쇼에서 호프 촬영 당시 비하인드 스토리를 얘기하거나, 홍보 행사에 참여해 춤을 추는 식이다. 특히 영화 초반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바미기르’는 거친 액션신을 촬영하며 고생한 내용을 랩이나 인터뷰로 풀어내는 모습을 상상해 만든 영상이 인기다. 참신한 2차 창작물로 논란 대상이었던 외계인들이 친숙한 캐릭터로 변모하면서 “외계인 때문에 영화를 보고 싶어졌다”는 댓글도 여럿 달렸다.
단순히 ‘호불호가 거센 영화’라는 평가를 넘어, 이념 전쟁을 벌이듯 자신의 판단과 근거를 밝히는 콘텐트와 토론회가 쏟아지는 것도 특징이다. ‘호’ 측 평론가나 영화 유튜버들은 보통 1회에 끝나는 리뷰 영상을 2회 이상 개시하며 영화 속 숨은 의미와 메타포 해석을 공개한다. 이동진 평론가는 2차에 걸쳐 자신의 해석과 관점을 제시했고, 20만 유튜버 김단군은 ‘망상회’라는 전제로 4차에 걸쳐 ‘호프’에 대한 해석 영상을 게시해 관심을 끌었다. ‘망상’을 빙자한 독특하지만 그럴싸한 관점의 온갖 해석이 스낵 컬처처럼 쏟아졌다. “감독이 뭘 알아”라는 ‘밈’도 생겼다. 과하더라도 해석은 관객 몫이라는 의미다.
‘불호’도 거센 탓에 평론가를 향한 도넘은 공격도 있었다. 일부 관객들은 ‘호프’에 별 4개(5개 만점)의 평점을 준 이동진 평론가의 블로그로 몰려가 “돈 받았나” “유명 감독이라 의미 부여를 해준 것” 등의 모욕성 댓글을 달았다. 이 평론가는 자신의 판단 근거를 조목조목 제시하고 의혹을 반박하는 게시물을 추가로 게시하기도 했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SNS를 기반으로 자신의 감상과 해석을 제시하는 게 놀이가 되고 있다”며 “‘호프’의 강한 화제성 덕분에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극장 영화에 대한 관심도 커져 이후 개봉 영화들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