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제주 서귀포시 색달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9회 대한상의 제주포럼 개회식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급락장에서 사들인 SK하이닉스 주식이 하루 만에 12억원 안팎의 평가이익을 냈다. 미국 반도체주 급등에 외국인 매수세까지 몰리면서 SK하이닉스 주가가 20% 넘게 뛰었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 회장은 전날 SK하이닉스 보통주 3620주를 장내 매수했다. 종가(132만2000원) 기준으로 47억8564만원 규모다.
최 회장이 개인 명의로 SK하이닉스 주식을 직접 보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 회장의 장내 매수 사실이 전날 공시된 데 이어간밤 뉴욕증시에서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가 17.52% 급등하며 국내 주가 상승 기대감도 커졌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23.83% 오른 163만7000원에 거래됐다. 최 회장이 전날 사들인 주식 가치는 약 59억3000만원으로 늘었고 평가이익은 약 10억3000만원을 기록했다. 장중 주가가 169만7000원까지 오르면서 평가이익은 한때 약 12억4000만원까지 확대됐다.
급락장서 과감한 매수…결과적으로 저점 매입
최 회장은 SK하이닉스 주가가 3거래일 연속 하락한 전날 매수에 나섰다. 당시 종가는 132만2000원이었다. 지난 16일 종가 184만2000원과 비교하면 약 2주 만에 28%가량 떨어진 상태였다.
평균 취득 단가는 당일 종가보다 다소 높았지만 다음날 주가가 급반등하면서 결과적으로 저점 부근에서 매수한 셈이 됐다.
이날 국내 증시는 반도체주가 일제히 급등하며 상승장을 이끌었다.
삼성전자는 20% 넘게 뛰었고 SK스퀘어와 삼성전기, 주성엔지니어링 등 반도체 관련 종목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간밤 뉴욕증시에서는 마이크론이 18.36%, 샌디스크가 25.99%, AMD가 13.00% 상승하는 등 반도체 투자심리가 빠르게 살아났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8.19% 올랐고 SK하이닉스 ADR도 17.52% 급등했다.
외국인은 장 초반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원 넘게 순매수하며 반등을 주도했다. 최근 사흘간 이어진 급락에 따른 저가 매수세까지 유입되면서 코스피는 장중 한때 17% 이상 치솟았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는 매수 사이드카가 잇달아 발동됐다.
50억원 미만 맞춘 이유…사전 공시 규정 고려한 듯
최 회장의 매수 금액이 50억원에 조금 못 미친 점도 눈길을 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상장사 임원이나 주요 주주가 과거 6개월간 합산 거래 금액 50억원 이상을 매매할 경우 거래 시작 30일 전까지 계획을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최 회장이 사전 공시 대상이 되는 기준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매수 규모를 정한 뒤 급락장에 신속하게 주식을 사들이며 책임경영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