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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여초 현상’과 새로운 시대

Los Angeles

2026.07.30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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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현 미술평론가·시인

장소현 미술평론가·시인

주한 미국대사로 미셸 박 스틸 전 의원이 임명되어 부임했다는 소식, 여러모로 반갑고 고맙다. 마침, 베트남 주재 신임 미국대사도 한국계 여성이 부임했다. 강경화 주미 한국대사도 여성이고, 얼마 전 한국에서는 여성 국무총리가 취임한 터라 반가움이 더 컸다. 여성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느낌이다.
 
최첨단 기술의 눈부신 발달로 온 세상에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그 새로운 시대는 ‘여성시대’다. 힘을 써서 일하는 노동의 시대, 남성 중심의 시대는 이미 저물었다. 힘들고 어렵고 위험한 일은 로봇에게 시키면 된다. 오랜 세월 우리 인류의 삶을 지배해온 남녀 차별, 가부장제도도 사라져 간다는 뜻이다. 여성시대는 막연한 예상이 아니라,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사회의 여러 전문 분야와 대학에서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는 ‘여초(女超) 현상’만 봐도 바로 실감할 수 있다. ‘여초’란 여자가 남자를 넘어서는 현상을 말한다.
 
현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많은 점을 생각하게 된다. 연방 교육부의 자료는, 여성이 남성보다 박사학위를 40% 더 많이 취득하고 있으며, 석사학위는 거의 두 배 가까이 따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LA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대학원과 전문직 교육 과정 전반에서 여학생이 남학생 수를 추월했고, 전통적으로 남성들이 많던 로스쿨과 의학, 약학, 수의학, 검안학, 치의학 등 주요 전문대학원에서도 여성 재학생 수가 남성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전문직별로 보면 변화는 더욱 분명해진다. 미국 변호사협회 통계에 따르면, 법학 학위 취득자 수에서 2019년 이미 여성이 남성을 추월했고, 2023년에는 로펌 소속 변호사도 여성이 다수를 차지했다. 미국 의과대학협회의 자료에 의하면, 의대 역시 2019년을 기점으로 여성 비중이 남성을 넘었고, 미래 의사의 55%가 여성일 것으로 예상한다.
 
한편, 퓨리서치센터 분석에 따르면, 현재 미국 학부생의 약 60%를 여성이 차지하고 있으며, 25~34세 여성의 절반 가까이가 학사학위를 보유한 반면 남성은 37%에 그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지난해 가을 UC계열 신입 학부생 가운데 여학생 수가 남학생을 크게 웃돌았고, 캘스테이트(CSU)도 전체 재학생 중 여성 비율은 56%로, 남성보다 많았다.
 
이 같은 변화는 그저 통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우리 일상생활에서 여성 전문직 종사자와 마주치는 일이 점점 더 흔해지고 있다.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한국 사회에서도 여러 전문 분야에서 미국과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이미 여성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소식 하나가 마음에 걸린다. 한국 여성학의 현실에 관한 소식이다. 한국 대학의 여성학은 1970년대 말 도입되었고, 현재 한국에서 학부와 대학원 모두 독립된 학과로 ‘여성학과’를 운영하는 곳은 이화여자대학교가 유일하며, 과거 성공회대와 계명대 등에서도 운영했으나 최근 수강생 감소 등으로 인해 개편되거나 축소되는 추세라는 이야기…, 서울대학교 등 주요 대학은 대학원 중심의 협동과정으로 운영 중이라고 한다.
 
여성시대가 열리고 남녀 간의 불평등이 해소되었다고 해서, 여성에 대한 학문도 필요 없어지는 것 아닐 텐데….
 
최근 일본에서는 여성의 왕위 계승을 사실상 배제하는 ‘황실전범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여성 총리의 주도로 이루어진 이 법에 따라, 현 나루히토 일왕의 외동딸인 아이코 공주 대신 36촌 아들에 왕위 승계 자격을 주는 결정을 내려, 안팎으로 논란이 시끄러운 모양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멀리 신라시대에 여왕을 모셨고, 안타깝게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여성 대통령을 선출했던 나라다. 그런데….

장소현 / 미술평론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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