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외환당국이 함께 환율 안정화 조치에 나서고 미국도 공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비슷한 시점에 달러를 팔고 자국 통화를 사들여 원화와 엔화 가치를 동시에 끌어올리는(환율은 하락) 방식이다. 한·일 협력을 넘어 미국까지 참여한 첫 ‘3각 외환 공조’ 사례다.
31일 서울 시내의 한 환전소에 원/달러 및 엔화 환율 시세가 표시돼있다. 연합뉴스.
31일 로이터통신은 외환시장 소식통을 인용해 “일본과 한국 외환당국이 외환시장에서 자국 통화를 매수하는 방식으로 개입했으며 복수의 소식통은 이를 미국도 함께한 드물고도 전례 없는 공조 개입으로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문지성 재정경제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급)은 “(한·일 외환 당국의 동시 개입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일본과는 꾸준히 공조 체제를 유지해왔고 앞으로 그럴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오후 3시 30분 1437.4원에서 밤 10시 44분 1419원까지 급락했다. 이날 오전 6시에는 1418원까지 내려갔다. 지난해 10월 20일(1417.1원) 이후 약 9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비슷한 시각 엔-달러 환율도 163엔대에서 장중 157.8엔까지 급락했다. 원화와 엔화가 거의 동시에 강세를 보인 데다 최근 한·일 외환당국이 통화 약세에 대한 공동 대응 필요성을 강조해온 만큼 양국 공조의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원화와 엔화는 움직임이 매우 밀접하게 연동돼 있어 한·일 공동 개입이 개입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이날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이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를 사고 달러를 파는 대규모 시장 개입에 나섰으며 미국 당국은 개입에 앞서 ‘레이트 체크(rate check)’를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레이트 체크는 외환당국이 주요 은행을 상대로 거래 환율을 점검하는 절차로 시장에서는 실제 개입을 예고하는 강한 신호로 받아들인다. 닛케이는 미국이 사실상 일본의 개입을 지원하거나 용인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앞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도 지난 30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엔화는 매우 저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문 차관보는 “SK하이닉스의 주식예탁증서(ADR) 자금 때문에 시장에 달러가 반짝 공급된 것만은 아니다”며 “수출이 잘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반도체, 조선 등 수출업체의 선물환·현물환 매도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개입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장중 157엔대까지 떨어졌던 엔-달러 환율은 다시 160엔대로 반등하며 하락 폭을 상당 부분 되돌렸다. 1418원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도 이날 오후 다시 1430원대로 올라섰고, 오후 3시 30분 기준 1424.0원을 기록했다. 하루 전보다 13.4원 내린 수치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외환 개입은 속도 조절에 불과할 뿐 방향을 바꾸기는 힘들기 때문에 하루 만에 그 반작용이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BOJ는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 정책금리를 연 1.0%로 동결했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31년 만의 최고 수준인 1.0%로 인상했는데, 이번 회의에서는 금리를 유지했다. 다만 BOJ는 근원 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 목표인 2%를 웃돌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