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군 당국이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에 출입하는 철원 주민들에게 보낸 문자 사진 독자
지난 30일 우리 군이 경기 파주 지역에서 연합훈련 중이던 미군 무인기를 ‘미확인 비행체’로 오인해 작전 조치를 한 것과 관련해 군 당국이 31일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미군은 무인기 비행계획을 사전에 통보했다는 입장이지만 우리 군 당국은 해당 비행 계획을 사전에 승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주한미군의 서해상 대규모 공중 훈련에 이어 또다시 한·미 간 불통이 드러나면서, 연합훈련 중이던 미국 전력이 자칫 공격받을 뻔한 초유의 사태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은 경기 북부 지역 미측 무인기 상황 관련해 오늘 육군 1군단을 방문해 전반적인 사안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이 전날 한·미 해병대연합훈련(케이맵·KMEP)에 투입된 미측 정찰용 무인항공기를 미확인 비행체로 오인한 배경 등을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육군 1군단을 상대로 파악하겠다는 취지다.
군 소식통들에 따르면 전날 오후 경기 파주 휴전선 인근 미군이 관리하는 스토리 사격장 근처에서 미확인 비행체가 육군 1군단의 열상감시장비(TOD)와 국지 방공레이더에 포착됐다. 육군 1군단은 지상작전사령부의 승인을 거쳐 무인기 대응 작전 대비태세인 ‘두루미’를 발령하고 방공 전력을 동원했다. 민간인 출입 통제선(민통선) 이북 지역에 사전 승인을 받지 않은 미확인 비행체가 진입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
군 당국은 추적·감시 과정에서 해당 비행체가 당일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에 참여한 미군의 소형 정찰용 무인항공기인 VXE30 스토커라는 사실을 뒤늦게 파악했다. 한·미 해병대는 당시 전투피해평가(BDA)를 위해 81㎜ 박격포 연습탄을 발사하고 무인기를 통해 표적을 확인하는 훈련을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전방 부대는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적 무인기 대응 방공작전 태세인 ‘두루미'’를 발령하고 격추 준비까지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자칫 미국 측 자산이 공격받을 수 있는 상황까지 치달았던 셈이다.
군 안팎에선 한·미 군 당국 간 불통으로 인한 엇박자가 이 같은 상황을 초래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주한미군 측은 해당 무인기의 비행계획을 포함한 연합훈련 계획을 우리 군에 통보했다는 입장이지만, 우리 군은 해당 무인기가 사전 비행 승인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해당 지역의 육군 1군단이 상급부대인 지상작전사령부에 미 해병대의 연합훈련 계획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으면서 혼선이 빚어진 것으로 군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이를 두고 우리 군 당국의 내부 보고 과정에서 실무자의 실수로 해당 무인기의 비행 계획이 상급 부대에 전달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미군이 통상적인 방식으로 비행계획을 전달했는지 여부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합참 관계자는 “미국 측이 한국 측 관할부대에 협조 요청한 부분과 관할부대에서 절차를 거쳐서 승인하는 절차가 제대로 준수됐는지 파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한미군 관계자도 “현재 협조 절차를 포함한 당시 상황과 경위를 확인 중”이라며 “미측도 자체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한국군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군 당국 간 소통 오류로 불협화음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월 주한미군 F-16 전투기가 서해상으로 대거 출격해 중국 방공식별구역(CADIZ)에 근접하자 중국군도 전투기를 출격시키며 대치 상황이 벌어졌는데, 당시 우리 군 당국은 주한미군이 구체적인 훈련 계획을 사전에 공유하지 않았다며 항의했다.
당시 주한미군이 공군을 통해 훈련의 규모나 목적 등을 상세히 밝히지 않은 것을 두고 한국 측에선 사실상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인식했다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당시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진영승 합참의장이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과의 공조 통화에서 한국 측의 우려를 전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