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후 53만9740원. 1999년, 대학 졸업 후 인천의 한 공기업에 취업한 ‘26세 정영주’가 받아 든 첫 월급 명세서에 찍힌 액수다. 난 지방에서 올라와 부모님께 한 푼도 지원받지 못한 흙수저 출신이라, 이 월급으로 주거비와 식비 등 모든 생활비를 해결해야 했다. 과연 이 박봉으로 어느 세월에 중산층 이상의 삶에 편입할 수 있을까. 눈앞이 캄캄했다.
2023년, 나는 50세에 공기업 24년 차 차장이 됐다. 이 시기 내
급여 실수령액은 367만9360원으로, 여전히 많다고 할 순 없었다. 정년까지 10년이 남았지만 난 과감히 조기퇴직을 결정했다.
흙수저 출신에 박봉으로 근근이 버텨온 나의 퇴직 후 삶은 어떨까. 퇴직금을 생활비로 야금야금 헐어 쓰며 위태로운 삶을 이어가거나, 또다시 취업 시장에 뛰어들어 인생 2막을 치열하고 고단하게 살아갈 거라 생각한 이들이 많을 거다.
지난 3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중앙일보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는 정영주 작가. 김경록 기자
반전이 있다.
현재 우리 부부의 순자산은 40억원(부동산 포함)이 훌쩍 넘는다. 순자산은 헐어 쓰지 않고, 여기서 만들어진
현금 흐름만 매월 1000만원씩 나온다. 게다가 이 현금 흐름은 매년 불어나는 추세다. 같은 직장에 다니던 남편도 2024년 퇴직하면서, 명실공히 ‘백수 부부’가 된 우리는 월 1000만원을 생활비로 풍족하게 쓰며 외식하고 해외여행을 다니는 삶을 즐기고 있다.
혹자는 부자 남편이라도 만난 거냐, 복권에 당첨된 거냐고 의구심을 품지만, 남편 역시 나와 비슷한 흙수저 출신이다. 그리고 현재 자산을 이룬 기반은 우리 부부의 근로소득이 전부다. 부모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한 빈털터리 부부가 박봉으로 일궈낸 성과치고는 꽤 괜찮은 결과 아닌가.
심지어 이 성과를 내는 과정은 크게 어렵거나 힘들지 않다. 운이 따랐다는 점을 부정하진 않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안정적인 재테크였다고 생각한다.
대체 뭘 했기에 흙수저 부부가 적지 않은 자산을 불려 여유로운 은퇴 후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됐는지, 이만한 자산을 형성하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렸는지, 이 방법대로 하면 누구나 같은 성과를 낼 수 있는지 속속들이 알려드리고자 한다.
난 성희롱 피해자였지만, 오히려 회사에서 ‘문제 있는 사람’으로 낙인찍혀 팀 이동 때마다 의심받았다. 성과를 내도 인정 대신 “문제없네” 수준의 평가만 받았고, 인사 불이익과 한직 전전이 이어졌다. 동료들마저 피해를 의심하며 상처를 줬고, 결국 공황발작·불면증·영양실조까지 겪었다. 생존을 위해 회사를 벗어나려 했고, 경제적 자유를 목표로 주식투자를 선택했다.
주식 투자자들은 대체로 성장주(주가 상승을 통해 시세 차익을 내는 주식)에 집중해 연간 수십~수백 퍼센트의 시세차익을 노린다. 반면에 배당주 투자자인 나는 연 5~8%가 목표 수익이다. 배당률 좋은 주식을 찾아내면 지인들에게 “이거 같이 사자”고 적극 추천하곤 했는데, 다들 “애걔, 겨우 고거 먹을라고 주식 하냐”며 코웃음을 쳤다.
“저 역시 이런 식으로 투자해서 제가 큰 부자가 될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돈 만원만 잃어버려도 잠이 안 오는데, 기업의 장밋빛 전망만 믿고 피같은 돈을 투자를 할 순 없었어요. 제 투자 원칙은 기업의 실적 대비 가격이 싼 주식만 보수적으로 골라서 꾸준히 매수하는 겁니다. 배당금이 나오면 한 푼도 쓰지 않고 재매수하는 단순 작업만 무한 반복했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복리로 돈이 불어나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