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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배 뛴 주방 이모 시급…4000원 김밥 팔면 200원 남는다

중앙일보

2026.07.31 14:00 2026.07.3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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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과 최저임금

1시간 일해야 김밥 두 줄이다. 최저임금 1만320원을 알려주는 고용센터(왼쪽 사진)와 재료비 부담에 5000원 이상 받는 김밥집. [연합뉴스·뉴시스]

1시간 일해야 김밥 두 줄이다. 최저임금 1만320원을 알려주는 고용센터(왼쪽 사진)와 재료비 부담에 5000원 이상 받는 김밥집. [연합뉴스·뉴시스]

김을 깔고, 밥을 올려 고르게 펴고, 단무지와 계란지단을 먼저 넣고, 그다음 당근·시금치…. 김밥집 30년 경력 김밤례(62·경기도 고양시)씨의 손이 바빴다.

“1000원짜리 지폐 천국이었죠. (신용)카드도 잘 안 쓸 때였으니까.” 김씨가 일을 시작한 1996년은 카드가 아직 1인당 0.9개로 ‘신용’보다 ‘현금’이 앞서던 때. 이른바 ‘1000원 김밥’ 시절이었다. 그새 김씨는 종업원에서 사장님이 됐다. 김밥 한 줄은 3838원(지난 6월 서울 기준, 한국소비자원)이다. 올해 4000원대 진입이 유력하다. 30년 새 4배로 치솟았다. 내용물은 다를 게 없다. 첨가된 게 있다면, 그중 하나가 ‘최저임금’이다.

1996년 당시 최저임금은 시급 1275원. 이마저 2000년에야 김밥집 같은 5인 이하 사업장 등 모든 업종에 적용됐다. 김밥값과 어깨를 나란히 하다가 올해 1만320원, 내년엔 1만700원으로 진격의 거인처럼 8.4배로 커졌다. 지난 14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에서도 ‘업종별 차등 적용’이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씨가 싹둑싹둑 자르던 ‘김밥’도 대상이었다. 김밥과 최저임금. 대체 무슨 관계인가. 김씨의 김밥집에서 살펴봤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그래픽=이현민 기자



“김밥 한줄 팔면 5% 남아, 최저임금 감당하기 힘들어요…차등 적용제로 가야”

‘물은 셀프’ ‘음식 재촉 금지’ 그리고 ‘5000원 이하 카드 자제’. 급훈처럼 김씨의 김밥집에 걸린 문구들.

“김밥집이 엄중하다”고 했더니, 김밤례 사장이 김밥 말다가 웃었다. “저게 다 ‘속뜻’이 있어요. ‘물은 셀프’는 인건비 때문이에요. 재료비는 올라도 (재료는) 써야 할 건 써야 하니까, 홀서빙을 한 명이라도 줄여서 나가는 돈을 아끼자는 거죠.”

음식 칼럼니스트 박찬일이 묘사했듯, 김밥은 김과 쌀의 대량생산과 김씨 같은 ‘이모 노동력’에 힘입어 대중화됐다. 하지만 ‘1000원 김밥 이후’ 30여 년, 김밥집은 재료비와 인건비 부담으로 사라지고 있다.

‘김밥 및 기타 간이음식점’. 즉 김밥집을 포함한 분식점 사업자 수가 올해 4월 기준 4만8443명이다. 정점이었던 2022년 4월 5만5965명에서 13.4%나 빠졌다.(통계청)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김밥 및 기타 간이음식점’ 평균 종사자 수 2.1명이 내는 매출 중 인건비가 12.9%에 달한다. 영업이익은 5%에 그친다. 이른바 ‘치킨공화국’ 개국공신인 치킨집(종사자 2명)은 각각 8.6%, 9.5%다. 특히 재료비 인상으로 부담을 느낀다는 분식점이 98%다. 고비용·저효율 업종이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김밥집이 거론된 이유다.

“재료비 인상과 인건비·임대료 등 고정비 부담이 커져서 값을 올려야 할 것 같았어요. 그런데 일반(야채) 김밥 가격을 4000원에서 올리지 못하겠더라고요. 대중이 생각하는 김밥 이미지가 있거든요. 간편식이고, 그만큼 가격도 낮아야 한다는 거죠. 야채 김밥 한 줄을 5000원에 판다? 모험입니다. 버티다가 가게를 접었습니다.”(폐업한 서울 은평구 김밥집 박모 사장)

그래픽=이현민 기자

그래픽=이현민 기자

상반기 자영업 폐업 62만건, 반기 기준 최고
이런 분위기는 김밥집뿐만 아니라 자영업 전체로 확대됐다. 올해 상반기 자영업 폐업 건수는 62만4000건. 1990년 관련 통계를 시작한 이후 반기 기준 최고치다. 지난해 상반기(54만4000건) 대비 14.7%,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2022년 상반기(57만8000건)보다 8% 많다. 업종별로는 음식점업이 18만5000건(29.6%)으로 가장 많았다. 게다가 자영업자 3명 중 1명(34%)은 월평균 소득이 올해 최저임금(월 215만6880원)보다 적었다. 지난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는 전체 임금 근로자의 12.4%인 276만9000명이었다. 특히 숙박·음식점업은 최저임금 미만율이라고 불리는 이 비율이 무려 31.6%에 달했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김밥집을 비롯한 분식점, 더 넓게는 음식점이 ‘업종별 차등 적용’으로 거론된 이유다.

“현행 최저임금은 일부 취약 업종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넘어섰어요. 2025년 기준 음식점업의 취업자 1인당 부가가치가 숙박업과 함께 2845만원이에요. 제조업(1억6669만원)의 17.1%, 금융·보험업(1억7561만원)의 16.2%에 그칩니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필요합니다.”(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총괄전무)

노동계는 ‘소상공인 경영 애로사항 조사 결과’를 거론하며 반대했다.

“최저임금으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불편은 5위에 불과합니다. 1위가 동일 업종 경쟁 심화(61.0%), 2위가 원재료비(49.6%), 3위 상권 쇠퇴(33.5%), 4위 보증금·월세(28.6%)이며 최저임금은 17.5%에 그쳐요.”(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

김밥 및 기타 간이음식점, 한식 음식점, 외국식 음식점 등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 안은 결국 반대 14표, 찬성 11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노동계는 “이들 업종에 대해 ‘차등 적용’ 시 영세업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우려도 전달했다. 그런데 묘하게도 김밥집만 구체적인 업종이 드러나면서 ‘영세업’이란 낙인이 벌써 찍혔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글쎄요. 제가 종업원이었을 때를 생각하면 차등 적용은 하면 안 될 것 같고. 지금은 제가 사장이니까 차등 적용을 해야 살 것 같기는 합니다.”

‘이모 노동력’의 김밤례씨가 주방에서 일하는 ‘또 다른 이모’를 슬쩍 쳐다보며 두루뭉술하게 말했다. 김씨의 말대로 같은 김밥집에서도 업종과 지역에 따라, 고용주냐 고용원이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돈을 똑같이 받으면 누가 힘든 곳에서 일하겠어요. 쉬운 일자리를 찾지. 여기(서울)가 지방보다 일이 많은데, 20%가 자영업인 우리나라가 살려면 최저임금은 차등 적용해야죠.”(서울 영등포구 김밥집 사장 김모씨) “정치 양극화 시대에 일자리 양극화로 갈라질 우려가 있어요. 경비원 분들은 최저임금에서 제외한 적이 있잖아요. 그분들에게 최저임금을 주면서도 ‘일이 적으니까’ 적게 받아라? 그 판단은 누가하죠?”(이명한·37·경기도 고양시)

이런 의문은 국회입법조사처에서도 논의한 바 있다. “최저임금액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사용자가 많다는 주장은 현재 최저임금제도의 기능과 역할에 혼란이 있음을 시사합니다. 관련법에도 나와 있듯이 차등 적용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합니다. 외국 사례도 있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기본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한다고 하는 ‘하향식’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노동생산성이나 지불능력 등을 이유로 최저임금을 더 낮추는 방향의 차등 적용 논의는 근로자의 기본생활 보장이라는 제도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도 볼 여지도 있고요.”(차동욱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최저임금법(제4조 제1항)은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정할 수 있다’고 했다. 차등 적용은 1988년 최저임금이 도입된 첫해부터 논의됐을 정도로 쟁점 사안이다. 하지만 해당 연도에만 적용하고 바로 사라졌다. 당시 최저임금은 ‘10인 이상 제조업’에만 적용했는데, 섬유·잡화·식품을 만드는 경공업 쪽은 462.5원, 금속·기계·화학·석유 등을 만드는 중화학공업 쪽은 487.5원이었다. 이후 현재까지 37년간 최저임금은 모든 업종에 동일 적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김밥 및 기타 간이음식점업’이란 두루뭉술한 업종이 아니라, 분식점 중에서도 김밥집이나 찐빵집 등 세부적으로 나누고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통계도 뒷받침돼야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설득력을 가질 토대가 마련됩니다. 이렇게 업종별 최저임금 구조를 만들고 현재 시행 중인 최저임금제와 병행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합니다.”(차동욱 입법조사관)

“자. 드셔봐. 프리미엄이여.” 김밤례 사장이 키토 김밥(쌀 대신 계란·두부 등으로 속을 채운 저탄수화물 김밥)을 내놨다. 메뉴판을 보니 한 줄 8000원.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6월 기준 김밥 한 줄이 3838원이라고 밝혔지만, 대부분 김밥집 메뉴판의 최상단이자 가격으로는 최하위인 ‘일반김밥’(혹은 야채김밥)은 4000~4500원이다. 이른바 프리미엄 김밥은 그 두 배인 8000~9000원까지 나간다. 김 사장은 “김밥집도 경쟁이라, 저 건너 가게도, 요 앞의 편의점을 이기려면 뭔가를 계속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그 프리미엄 키토 김밥 다섯 줄을 배달 노동자가 가져갔다.

“저기 ‘음식 재촉 금지’는 배달 아저씨들 두고 쓴 거예요. 그분들 시간이 돈인 건 아는데, 재촉받다가 내가 단무지나 시금치를 빼고 김밥을 말은 적도 있어서.”

배달 라이더, 택배기사를 비롯한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등 도급제 노동자의 최저임금 적용 여부는 이번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처음으로 논의됐다. 하지만 찬성 11표, 반대 15표, 무효 1표로 최종 부결됐다. 결정적 사유로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다는 것. 지난달 30일 현재 노동계는 이 사안을 두고 고용노동부에 최저임금 이의제기서를 제출한 상태다. 경영계도 내년 최저임금이 너무 높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최저임금제가 시행된 1988년 이후 이의제기로 재심의한 사례는 한 차례도 없다.

라이더 등 최저임금 적용할지도 논란
경영계의 주장대로, 최저임금은 과연 자영업자 폐업에 영향을 미칠까. 고양시의 김범례 사장은 이미 자신의 가게를 꾸린지 12년이다. 반면 폐업한 서울 은평구 김밥집 사장 박모(66)씨는 창업 3년 차였다. 모두 본인 외 종업원 1명이 있었다.

“2013~2019년 사례를 연구했어요. 2018년 16.4%, 2019년 10.9%로 최저임금이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됐지 않았습니까. 최저임금이 10% 오를 때 자영업자 전체의 폐업 확률은 0.7%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유의미한 변화는 아닙니다.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의 경우 오히려 0.4%포인트 줄어들었고요. 그런데 고용원이 있는 경우 2.6%포인트 높아졌어요.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서 창업 3년 미만의 고용 자영업자는 8.4%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최저임금 외에도 근로장려세제 같은 소득 보전 장치, 폐업 자영업자의 전직 지원이 절실합니다.”(안태현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박씨 같은 ‘초창기의’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위험하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자영업자 비율이 한때 28% 선에서 19.5%까지 떨어졌는데, 이를 ‘망할 곳은 망했다’는 식으로 해석하면 위험하다”며 “우리나라 자영업자 대부분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창업했거나 퇴직 뒤 생계를 위해 가게를 연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그래픽=이현민 기자

지난주에도 집 앞의 김밥집 하나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인테리어 가게가 들어섰다. 간편식이라지만 만들기엔 ‘복잡식’이다. 고비용·저효율 업종으로 인식된 까닭이다. 엄밀히는 분식(粉食)이 아닌데, 관습적으로는 분식 취급을 받는다. ‘김밥 및 기타 간이음식’으로 퉁치게 된 이유다.

“아, 저 ‘5000원 이하 카드 자제’? 생각해 봐요. 요새 누가 1000원 김밥 때처럼 현금 들고 다니나. 그 이상의 프리미엄 김밥 사라는 거지.” 카드 사용 거부는 불법이다. 김밤례라는 가명을 쓸 수 밖에 없었다. 전국 음식점이 0.5% 줄어들 때, 김밥집은 4.6% 감소했다.(국가데이터처) 그 많던 김밥집은 어디로 사라졌나.





김홍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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